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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푸른구름 Feb 04. 2022

여주

작지만 행복하기 좋은 곳

여주는 경기도의 끄트머리에 있는 작은 도농복합 도시다.


내가 여주에 삶의 보금자리를 꾸민지가 벌써 20년이 되어간다. 2002년 월드컵을 보고 난뒤 이사를 했으니 벌써 20년이란 두번의 강산이 변한 시절을 여주에서 보냈다.


여주에 오게 된 계기는 거주하는 주택의 분양 때문이었지만 서울에서 나고 자란 나에게 여주란 곳은 무척 작고 조용한 시골이라는 느낌이었다.  하지만 지금은 여주가 내가 나고 자란 서울 다음에 제 2의 고향이 된 것 같고 너무 만족하는 도시라 여주에 대한 내용을 글로 써본다. 


 내가 교직을 처음 시작한 곳은 대도시 수원이었고 서울 본가에서 편도 2시간을 출퇴근하면서 지냈다.  지금은 월급을 두배로 준다해도 못할것 같지만 그당시는 젊은 혈기로 열심히도 다녔다.  결혼을 하면서 살게 된 집이 남양주에 마련되어 남양주에 산지 2년만에 처가 첫 발령받았던 여주로 내신을 내고 삶의 터전을 옮기게 되었던 것이다.


처음엔 도시에서 복작거리고 사는 것에 약간의 지침이 있었고 아이들이 어렸을때 시골에 살아보는 것도 괜찮을 것 같아서 시작한 여주살이가 이렇게 오랫동안 지속될 것이라고 예상을 하진 못했다.


여주는 제일 좋은 점이 남한강이 여주를 가로 지른다는 것이다. 지금 살고 있는 아파트가 남한강을 바라보는 강뷰라서 더 그런 점도 있지만 천천히 유유자적 흘러가는 강물을 보고 있노라면 나름 쌓였던 스트레스를 해소할 수 있어 좋았다.   여주를 흐르는 강이라고 해서 여주사람들은 여강이라고도 부르고 아끼는 마음이 있는 듯 하다.  그리고 이명박 정부에서 4대강 사업을 벌인 한강에 보를 3개 설치했는데 그 3개의 보가 모두 여주 남한강에 있어서(여주보,강천보,이포보) 한강을 끼고 만들어 놓은 자전거도로가 무척 잘 되어 있다. 

 그 덕에 2021년 코로나로 별 할 운동이 없었던 나는 가까이 사는 후배와 함께 매주 토요일 새벽 라이딩을 하면서 강천섬을 오갔는데, 그런 활동이 나의 정신건강과 육체건강을 튼튼하게 해 주었고, 매일매일 쌓이는 스트레스를 풀 기회가 되어 무척 좋았다.  


또 여주는 강을 주변으로 천년 고찰 신륵사가 있고 세종대왕이 잠들어 계신 영릉, 명성왕후 생가, 파사성 등이 있어 문화유적지로서도 볼 거리가 있는 동네다 보니 주말에 심심치 않게 아이들과 시간을 많이 보냈던 기억이 있다.


또한 사람들이 어느 도시보다도 여유가 있는 듯 느껴졌다.  지역 토박이인 선, 후배들의 이야기를 들어보면 여주는 예로부터 쌀이 많이 나고 땅이 비옥해 여러가지 농사가 잘 되어서 배를 곯는 어려운 이가 없었다는 이야기가 있다고 한다.  좀 과장된 이야기이긴 하겠지만 하여튼 사람들이 여유가 있어  20년을 무탈하게 살았다.  


 자동차 운전과 주차도 참 편하게 할 수 있는 도시가 여주다.  여주의 학교를 몇군데 이동하면서 동서남북으로 출퇴근을 하였는데 도시면 의례히 겪는 교통체증이나 차 막힘은 없어서 큰 스트레스가 없었고 계절의 바뀌면서 보게 되는 자연속의 드라이빙도 나름 여주에 사는 맛이라고 할 수 있었다.

 요즘도 휴일이면 가족과 함께 여주를 휙 한바퀴 돌아 오는 드라이브를 하면 마음이 편안해 진다.


여주에 오랫동안 살았더니 도시 사는 친구들이 이제 좀 도시쪽으로 이동하라고 한다.  하지만 요즘은 인터넷, 유튜브만 봐도 도시에 찌든 삶을 힐링하기 위해 시골에 세컨드 하우스를 만들어 쉬러 온다는데 여기 힐링쉼터에서 복잡한 도시로 나갈 이유가 없다.   앞으로의 직장과 발령이 어떻게 될 지 모르겠지만 아직까지는 여주라는 힐링도시에서 더 행복하게 살고 싶다.  


더 나은 도시를 평생에 찾을 수 없을 것 같다. 


여주가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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