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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지마음 Jun 21. 2024

K장녀는 또 힘든 길을 택합니다.

엄마의 N번째 생일


사랑하는 엄마의 N번째 생일이 돌아왔습니다. K장녀의 짱구가 마구 돌아가는 기간이죠. 올해 엄마의 생일은 좀 남다른가 봅니다. 


코로나로 몇 년째 해외여행을 하지 못했고, 작년에 부산과 거제도를 다녀온 게 전부인터라 엄마는 가까운 곳이라도 해외로 여행을 가고 싶다고 합니다. 하필 저와 동생이 둘 다 바쁜 이 시기에 말이죠. ㅎㅎㅎ 결국은 안 되는 시간을 쥐어짜 후쿠오카로 짧은 여행을 가기로 했습니다. 저와 엄마만요. 동생은 올해 이직한 관계로 도저히 시간을 뺄 수 없어서 돈만 내기로 했습니다.ㅎㅎㅎ 독박 효도 여행, 좋은 건가요? 뭐 아직 잘 모르겠습니다. ㅎㅎㅎ 


엄마는 신이 좀 나신 것 같습니다. 아이 같이 좋아하는 모습을 보니 저도 기분이 나쁘지는 않지만 기분이 묘합니다. 이유는 알 수 없지만 엄마와의 여행은 휴식이나 여행 같은 느낌이 아니라 숙제 같은 느낌이 든달까요.ㅎㅎ 항공, 호텔, 식당부터 가고 싶은 곳 예약까지 모두 하나하나 물어가며 엄마가 좋아하는 것으로 예약을 했습니다. 저는 엄마에게 모든 걸 맞추기로 해서 더 숙제 같은 마음이 들 수도 있겠네요. 


그렇게 생일 한 달 전부터 여행을 예약하고, 오늘은 엄마의 생일 하루 전입니다. 저는 엄마 생일 당일에 여행을 떠나고요. 케이크에 촛불은 불고 떠나야 할 것 같아서 남동생과 함께 케이크를 고르고 식당을 예약했습니다. 생일 전야제 같은 느낌인데요. 예전엔 케이크에 촛불 부는 것도 싫어하더니 요새는 좋아합니다. 나이가 드신 걸까요? 그런 모습을 보니 괜히 또 미안합니다. 우리 엄마 바뀌었어... 변했어... 이상해... ㅎㅎㅎㅎ 


맛있게 밥을 먹고, 커피도 마시고, 케이크에 촛불도 불고 집으로 돌아와서 이 글을 쓰는 중입니다. 아직 여행 짐은 싸지도 않았어요. ㅎㅎ 아마 저는 오늘도 밤을 새우고 비행기를 탈 것 같네요. 


어렴풋이 생각해 보니 앞으로 엄마의 생일을 몇 번이나 더 함께 보낼 수 있을까? 아마 스무 번, 정말 많으면 서른 번 정도 되지 않을까?라는 생각을 했어요. 그러니 몇 번 되지 않는 날들 동안 잘해드려야지..라고 다짐하게 됩니다. 여행을 떠나기 전, 저에게 거는 최면 일 수도 있어요. 


우리 모녀, 부디 여행 가서 싸우지 않고, 짜증 내지 않고, 즐겁게 잘 지내다 오기를 응원해 주세요. (참고로 후쿠오카는 장마가 시작되어 비가 온답니다... 흑흑... 벌써 짜증 나요 ㅎㅎㅎㅎ 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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