Vietnam, Sapa,2. 저 좀 쉬면 안되나요?
사파에서의 둘째날 아침이 밝았습니다. 하노이에 도착해 공항에서 바로 버스를 타고 사파로 넘어왔기때문에 첫째날은 매우 피곤했어요. 뜨거운 물에 샤워를 마치고 바로 잠들었어야 했었는데, 낯선 곳에 와서 잔뜩 들떴는지 잠은 오지 않고, 그런 날은 또 일기가 쓰고 싶잖아요. 일기도 쓰고, 마음에 담아 뒀던 이야기들도 끄적이다가 늦게 잠이 들었지 뭐예요.
새벽 늦게 잠들었는데 한국시간으로 업무시간이 시작되자 마자 업무연락이 쏟아지는 바람에 또 아침에 깨어 일을 처리해주고 다시 잠에 들었습니다. 이 호텔, 조식이 맛있다던데.. 에라 모르겠다 일단 자야겠다.. 이런 마음으로 다시 포근한 이불 속으로 들어갔죠.
둘째날 오전은 각자 편한 시간을 보내기로 했는데요. 분명 서로 무엇을 하는지 묻지도 말자 했거든요.ㅎㅎ 그렇게 방에서 시간을 보내고 있는데 지금사진 작가님께서 지노그림 작가님의 뒷모습을 찍은 아주 멋진 사진이 한 장이 도착했습니다.
어디 잡지에나 나올법한 화보 사진 같지 않나요? 세상에나… 오전에 조금 걷겠다던 지노그림 작가님과 지금사진 작가님이 아침일찍부터 조식까지 챙겨드시고 나가서 트레킹 중인거예요.ㅎㅎㅎ 중간에 아주 경치가 좋은 카페를 찾아 커피도 드시고, 또 한참을 계속 걸었다고 했습니다. 서너시간을 걸으신 것 같았어요.
너무 멀리까지 가서 다시 돌아올 엄두가 안나셨는지 택시를 타고 호텔로 돌아온다고 하고요.ㅎㅎㅎ 우리 분명 쉬러 온다고 하지 않았나요?^^;; 이 분들 여행 시작 초반부터 왜 이러시나...ㅎㅎ 어쨌거나 배가 많이 고프고, 너무 더워서 맥주도 먹어야하니 바로 점심을 먹자는 카톡에 저는 후다닥 준비를 해봅니다.
점심을 먹으러 호텔 근처의 이탈리안 레스토랑에 갔습니다. 저희는 피자를 참 좋아해요. 항상 별로라고 하지만, 함께 여행을 해보면서 느낀 건 애매할 땐 무조건 피자를 파는 곳으로 갔었던 기억이.^^;; 그리고 무얼 주어도 큰 탈 없이 잘 먹습니다. ㅎㅎㅎ 점심을 먹으며 지금사진 작가님과 지노그림 작가님의 트레킹 이야기를 듣습니다. 저는 많이 걷는 것을 좋아하지 않아서 듣는 것만으로도 충분히 만족이 되었어요.
저는 이 음식들을 일어난지 대략 1시간도 채 되지 않은 시간에 먹었는데요. 여행의 묘미란 이런 것이겠죠.ㅎㅎ 낮술을 하며 업무생각을 하지 않아도 되는 행복함이 있잖아요. 먹고 싶을 때 먹고, 먹기 싫을 때 안먹고. 자고 싶으면 자고요. 그래서 여행을 좋아하는지도 모르겠어요.
이제 사파 시내를 좀 걸어봅니다. 먹었으니 주변을 좀 탐색해보기로 했어요. 밤에 분명 걸었던 길인데 낮에 보니 또 다른 느낌이네요. 저희가 갔던 4월은 여행객이 많은 시즌은 아니라서 다니기에 참 좋았어요. 맴버 3명 모두 사람 많은 걸 좋아하지 않아서 관광객이 많지 않은 시기를 골라 다니는 편입니다.
사파의 트레이트 마크인 선플라자 호텔과 지구본. 안개 속의 마을이라는 말이 있을 만큼 사파는 고지대에 있어요. 선플라자 호텔은 사파의 중심부에 있는데 밤에 오면 더 예쁩니다. 조명이 아름답게 켜지기 때문이에요. 하지만 왜 때문에 이 사진을 찍은 시간은 고작 오후 1시 30분 정도...? 쨍하게 햇빛이 집중조명하는 시간이었습니다.
사파의 노트르담 성당인데요. 내부는 들어갈 수 없었고, 외부에 있는 무덤이나 장식들이 조금 특이했어요. 이 노트르담 성당도 사파의 중심지에 같이 자리하고 있어서 찾기 쉽습니다. (사실 사파는 동네가 작아서 하루면 길을 다 외울 수 있어요. ㅎㅎ) 저는 그래서 이 작은 도시가 더 마음에 들었습니다.
사파의 중심지가 생각보다 작아서 조금 걷고 나니, 어딜 가야 하나 고민이 생겼는데요. 그때, 지노그림 작가님과 지금사진 작가님께서 함롱산에 가면 사파의 풍경이 한 눈에 보인다고 저를 꼬시기 시작합니다. 아주 낮은 동네 언덕이라서 20분이면 올라간다고요. ㅎㅎ
저는 카페에서 커피를 마시며 쉬고 있을테니 두 분이 다녀오시라고 했는데요. 정말 안가도 괜찮다고요. 오전에 두 분이 걸었던 게 조금 모자랐고, 저는 걷지 않았으니 오후엔 제가 조금이라도 걷게 해주고 싶다는 거예요. 굳이 굳이 낮은 언덕이니 같이 가자고 얼마나 꼬시던지요.ㅎㅎ 우리 작가님들, 제가 쉬는 게 너무 싫은가봐요ㅋㅋㅋ 그래서 왔습니다. 함롱산 입구 사진이에요. 생각보다 관광객들이 많이 오는 것 같았어요. 안에 들어가면 카페도 있다고 하고요. 그렇게 함롱산에서 사파를 내려다보기 위해 입성!
함롱산 내부의 사진들입니다. 사진만 봐도 마음이 너그러워 지지 않나요? 날이 조금 덥긴 했지만 저희는 무사히 함롱산을 올라갔다 내려왔어요. 중간중간 유럽친구들도 만나 말장난도 하고, 카페에서 음료수도 사먹고, 사진도 찍으며 시간을 보내고 내려옵니다. 사파 시내를 한 눈에 보시려면 꼭 올라갔다 오세요! ㅎㅎㅎ 두 번 가세요, 아니 세 번 가세요! 함롱산 강추! : )
사실 사파에 갈 때 심신이 지쳐서 떠났었습니다. 워낙 산에 오르는 걸 좋아하지 않고, 오르막은 더 싫어하는지라 낮은 언덕이라는 말에도 딱히 땡기진 않았었는데요.ㅎㅎ 낮은 언덕이지만 함롱산에 오르고 내려오면서 여러가지 생각이 들더라고요. 역시, 여행을 하는 도중에 오는 위로와 묘미는 이렇게 생각치 못한 곳에서 오는 경우가 많죠.
여행 가기 전에 저는 다 포기하고 싶은 생각이 많은 날들이었거든요. 그런데 이 더운 날에 끝까지 하겠다는 마음으로 산을 오르고 내리는 것처럼, 모든 일은 마음 먹기에, 다짐하기에 달려있다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꼭 빠르게 하지 않아도 천천히 쉬어가며 하다보면 언젠가는 끝이 보이기 마련이고요. 물론 일이든 여행이든 함께 하는 사람이 매우 중요합니다! ㅎㅎ
기대하지 않았던 곳에서 듬뿍 위로를 받고, 장난을 치며 함롱산에서 내려왔습니다. 저희는 점심 먹은 뒤 가장 더운 시간에 올라갔다 온 관계로 땀을 흠뻑 흘렸습니다. 그래서 콩다방에 가서 코코넛 커피를 마시기로 합니다.
콩다방에서 먹는 다양한 종류의 코코넛커피. 사파에 있는 대부분의 카페는 문을 열어두고 있어서 에어컨을 켜 놓아도 그닥 시원하지는 않았어요. 그래도 시원한 음료 마시며 더위를 식혀봅니다.
너무 계획을 안하고 온 걸까요? ㅎㅎ 저녁을 먹을 때까지는 시간이 좀 남고, 호텔에 다시 들어갔다 나오자니 애매해서 가볍게 발 마사지를 받으러 가 봅니다. 발+목과 어깨를 같이 해주는 마사지를 선택했는데 1시간 15,000원이었어요. 너무 저렴해서 환율 계산기 계속 다시 봤다는… 베트남 동, 단위가 커서 너무 어려웡… ㅎㅎㅎ
발 마사지 받으며 저는 살며시 졸았고요. 이제 다시 저녁을 먹으러 가기로 했는데… 아무것도 정하지 않은 우리는 다시 사파 중심을 걸으며 구글맵을 뒤지기 시작합니다. 이 와중에 해 질 무렵의 사파 분위기 너무 좋아서 사진을 막 찍었어요.
어느 도시에 가든 저는 해질무렵을 아주 사랑하네요. 지금보니 그때 좋았던 감정과 사진을 찍으며 설레여했던 애정이 느껴지는 것 같아요. ㅎㅎ
저희는 구글 맵에 평점 5.0을 당당히 달고 있는 현지 로컬 식당에 갔습니다. 여행에 가면 로컬 음식을 먹어봐야 한다며 말이죠. 가서 가장 먼저 주문한 건 역시나 현지 맥주와 현지의 막걸리 같은 술.ㅎㅎㅎ 저 술은 추천 받아서 주문했는데, 거의 못 먹었다고 합니다.ㅠㅠ 도수는 상당히 높고 맛은 굉장히 특이했어요.ㅎㅎㅎ 이것도 다 추억이라며 깔깔거리고 웃을 수 있는 사람들과 함께라 이래도 좋고, 저래도 좋아요. : )
드디어 나온 음식. 저희는 현지식 핫팟? 샤브샤브 같은 것을 추천받아서 주문했는데요. 앞에 나온 에피타이저는 먹을만 했으나, 닭고기가 오골계인가? 신기한 모양의 닭고기가 나와서 아무도 못 먹었다고 합니다. 셋 다 비위가 약한 편…ㅎㅎㅎ 결국 숙소 근처 가서 가볍게 맥주나 한 잔 더 하기로 하고 샤브샤브는 먹지 못하고 나왔습니다. ㅎㅎㅎ 하지만 여러 색의 쌀이 섞인 밥은 맛있었어요.
밤이 되니 또 달라보이는 사파. 이번 여행에서 많이 걷지 않겠다고 다짐했는데, 둘째날 어쩌다 보니 만오천보를 걸었고요.ㅎㅎ 사파의 밤을 유유자적 둘러보며 숙소 근처로 이동을 해봅니다.
숙소에서 가까운 펍인데요. 도착해서 유심히 봐두었던 곳에 바로 가게 될 줄은 몰랐습니다. 펍에는 유럽 사람들이 많았어요. 한국 사람 많은 곳 싫어하는 저희는 조금 시끄러운 것 빼고 만족. 하루의 마무리를 위해 생맥주와 함께 감자튀김을 먹어봅니다. 잘못 들어간 식당과 구글맵을 탓하며…ㅎㅎ 내일의 계획을 조금 조율합니다. 내일은 숙소를 옮길거거든요.
4월의 사파는 추울지도 모른다고 했는데 많이 더웠어요. 여행 둘째날부터 생각보다 많이 걸어버린 우리는 벌써 체력을 소진했고, 숙소에 들어가 단잠을 취해야 했습니다.
여행의 묘미는 계획했던 것들이 아무소용 없어지는 것, 한치 앞을 모르는 것이 아닐까요? 그저 나에게 주어진 것들을 받아들이는 일. 이걸 연습하러 떠나는 게 아닐까 생각해봅니다.
설렁해 보이지만 설렁하지 않았던 둘째날의 밤이 지나고 있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