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럼에도 불구하고!
책상에 앉아 마감을 하느라 정신이 없던 날이었습니다. 갑자기 연락이 왔어요. 글쎄 엄마가 응급실이고 응급수술을 해야 한다는 거 아니겠어요?
아흑. 이게 무슨 마른 하늘에 날벼락? 저는 상황을 확인하고 바로 동생에게 연락을 했어요. 동생이 있어서 망정이지... 혼자였다면 아마 멘붕이 더 심하게 왔을텐데요. 동생이 비교적 먼저 병원에 도착했고, 저는 뒤늦게 도착을 했습니다.
어쨌거나 엄마는 오후 내내 응급실에 있다가 밤 12시에 응급수술에 들어가서 새벽에 끝이 나고 병실로 옮겨졌습니다. 많이 아파하는 모습에 마음이 힘들기도 했어요.
병원은 보호자가 잘 수 있도록 허용해주지 않아서 동생과 함께 엄마집으로 왔습니다. 대충 집 정리를 해두고 동생과 늦은 밥을 먹으며 이야기했죠. 우리 나이 먹었나봐.ㅎㅎㅎ 부모님이 아프기 시작하면 나이 먹은 거라고, 주변에서 그러더라고요.
가족이 아프지 않고, 아무일 없이 출근을 하고, 마감을 하고, 평범한 하루하루를 사는 무탈한 삶이 얼마나 소중한 것인지 요즘에 더 많이 느낍니다.
저는 왜 이렇게 공사다망한 일이 많은지 모르겠어요. 속상한 일도, 사람들 간의 일도, 예기치 못한 사고도, 예기치 못한 아픔도.. 나이가 들 수록 그 횟수가 더 많아지는 것 같고요. 저만 그런 게 아니고 모두가 그런 걸까요? ㅠㅠ 잔잔한 호수 같은 삶을 꿈꾸는데 그 꿈이 언제쯤 이뤄질런지.
그럼에도 불구하고 감사함을 떠올려 봤습니다. 엄마가 아프신데 가까이에 있어서 감사하고, 동생과 제가 옆에 있어줄 수 있어서 그것도 감사하고, 응급수술이 바로 될 수 있어서 감사하고, 퇴원하고 건강을 회복하고 계셔서 감사하고, 덕분에 가족들과(삼촌들이 주변에 삽니다..) 못 보냈던 시간을 몰아서 보낼 수 있어서 감사하고요.
엄마와 밤마다 영화를 보며 이야기 나눌 수 있어서도 감사하고, 엄마에 대해 더 잘 알아갈 수 있어서도 감사하네요. 덕분에 엄마가 남동생과도 더 많이 시간을 보내고, 공유하는 것들이 많아지니 감사하고요. 가족이 함께 주변 가까운 곳에 나들이도 가고, 산책도 갈 수 있어서 감사하고요.
나이가 드는 것이 이런 걸까요. 인생은 공수교대라더니... 엄마가 나이들어가고, 힘이 빠지는 걸 보니 앞으로의 삶에 대해 더 고민이 많아지는 요즘입니다. 브런치 작가님들은 어떤 생각을 가지고 계신지도 궁금하고요.
어쨌거나 무탈한 삶이 이렇게 어렵다니요! 무척이나 난감합니다! ㅠ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