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 가을, 가을, 겨울??

압화를 기록하는 순간들

by 빛날화

어제 (2025.11.8) '나 혼자 산다'에서 압화가 나왔다.

옥자연 배우님의 백패킹에서 짧지만 내 시선을 잡기에 충분한 압화였다.


기분 좋은 점도 아쉬운 점도 있었다.


압화는 다른 공예처럼 유행을 타지 않는다.


잔잔하게 자기 갈 길을 간다.

야생에서 피는 식물처럼 자기가 자리 잡은 곳에서 꽃 피우는 것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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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나 혼자 산다'로 돌아오면,

기분 좋았던 점은 예쁜 소품을 만드는 압화가 아닌 기억하고 싶은 순간의 기록하는 방법으로 '압화'가 나왔다는 점이다. 흔히 압화를 해봤다고 하는 대부분의 사람들은 압화를 붙여 예쁜 소품을 만드는 활동을 해봤던 사람들이다.


식물을 감각하고, 그 순간의 감정과 기억을 기록하는 압화를 해본 사람은 손에 꼽을 것이다.


옥자연 배우님은 백패킹 하러 간 그 순간의 기록으로 압화를 하고, 좋아하는 사람들과 나누기까지 했다.

딱, 지금 빛날 화 공방에서 하고 있는 압화이고 압화 작가로서 압화를 설명하는 순간이었다.


아쉬운 점은 '예쁜 낙엽'을 찾는 순간이었다.

하지만 가만 생각해 보면 나도 처음 압화를 할 때 '예쁜 식물'을 찾았다.

예쁜 잎, 예쁜 꽃, 예쁜 낙엽


지금은 자연 속에서 존재하는 식물 자체의 아름다움을 찾는다.


벌레 먹은 잎과 낙엽, 삐뚤빼뚤한 꽃이 더 아름답다고 생각한다. 이런 식물들이 더 순간을 기록하기에 좋다.




버려지는 것 The forgotten thing


요즘은 낙엽을 송풍기로 최대한 빠르게 치운다. 조금만 쌓여도 지저분하다는 민원이 들어간다.

하지만 공방에서는 낙엽을 최대한 늦게 치운다. 물론 상업적 공간으로 깨끗함을 유지할 수 있도록 말이다.

이유는 낙엽이 쌓인 순간이 좋아서이다. 낙엽을 바스락 거림이 좋아서이다.


바스락거리는 낙엽을 밟을 때면 "가을이다"란 생각이 발끝에서부터 올라온다.


눈으로 보는 가을이 있고, 피부로 느끼는 가을이 있다. 요즘엔 머리로, 수치로 가을이 다를 생각하는 사람이 더 많은 것 같다. 짧은 순간 발끝에서 느껴지는 가을을 만날 수 있다면, 조금의 지저분함은 얼마든지 참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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낙엽은 일부러 벌레 먹고, 구멍 숭숭 나고, 발에 밟혀 찌그러진 낙엽을 찾는다.


은근히 찾기 힘들다.


이쁜 낙엽만 찾다 보면 다 벌레 먹은 잎처럼 보이는데, 벌레 먹은 잎을 찾다 보면 다 반듯한 낙엽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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겨울 앞의 가을, 라일락의 색


가을이 겨울 바로 앞에 있을 때, 라일락은 특별한 색을 보여준다.

꽃보다 은은하고, 여름의 녹 빛보다 무거운, 가을 나무들 사이에서 한 번 더 눈길을 붙잡은 색.


단풍이라기엔 모호한 그 색이 더 매력적이다.


언제나 꽃으로 기억되는 식물이지만, 계절의 끝에서 드러나는 잎의 색은

또 다른 라일라의 이야기를 들려준다.


겨울의 문턱에 있는 가을은 그렇게, 조용한 아름다움을 살짝 건네고 사라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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