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년 간의 교환학생 라이프가 시작되다 (좌충우돌 미국 현장 일기)
그곳에서 한 시간 정도 셔틀을 타고 학교가 있는 마을로 왔다. 캔자스 대학은 '로렌스(Lawrence)'라는 마을에 있다. 인구가 10만 안팎 되는 정말 '캠퍼스 타운(대학촌)'이다.
교환학생 국제 오리엔테이션 첫날이다. 'ISO(international student organization)'가 주최하는 행사다.
미국에 온 지는 다섯 날째가 되는구나. 샤워하다가 순간, '한 십 며칠은 된 거 같은데'라는 생각이 스친다.
오리엔테이션에 필요할 것만 같은 서류와 여권을 아침에 부랴부랴 가방에 챙긴다. 새롭게 만날 친구들, 부족한 내 영어 실력 등 고민도 앞섰다. 그래도 그런 비물질적인 걱정 말고, 물질로 된 준비물은 다 챙긴 것을 위안 삼아 길을 나섰다.
같은 조에 배정된 친구들과 쑥스럽게 자기소개를 이어나간다.
출신은 어딘지, 전공은 무엇인지. 호구조사 정도는 다행히 나도 할 수 있다. 그 이상은 힘들더라.
친구들이 내게 질문을 해도 내가 보내는 답이 시원찮으니, 대화가 잘 이어지지 않는다. 그렇다고 내가 다시 막 대화를 잇는 성격도 아니고. 질문을 정확히 듣고 답변하는 경우보다 그저 웃고 넘길 때가 더 많았다.
영어 공부를 더, 이것저것 해야 한다. 그렇게 느꼈다.
더 친해지고 싶은 친구들이 많았지만 쉽게 말을 못 걸겠더라. 번호와 인스타 교환은 했지만, 난 더 직접적이고 물리적으로 친해지고 싶었다.
오티는 5시 반에 끝났고 난 머릴 식히러 1시간이 좀 넘게 더 산책했다.
8시쯤 집에 돌아왔을까. 이미 기진맥진한 상태다.
대학 친구인 성현이가 교환학생 당시 쓴 일기를 읽었던 적이 있다. 영어를 많이 썼더니 피곤하다 했다. 아마 그때의 성현이만큼이나 나도 지금 피곤한 상태일 거다. 머리 쓰는 걸로도 심신이 다 방전될 수 있구나.
다시 한번, 영어를 해야 한다고 느낀다. 듣든 쓰든 읽는 말하든 무엇이든 해야겠다. 일단 지금은 최대한 많은 걸 나한테 투입하고 내가 산출해 내야 한다.
이런 절박한 이야기 말고도 다른 썰들도 많은 하루다. 오해는 마시길. 익사이팅한 하루였음이 분명하다.
점심에 친구 둘과 체육관에서 농구를 하며 첫 '미국에서의 농구'를 맛봤다. 물론 그 둘 역시 나처럼 교환학생이었다. 그래도 미국 대학의 코트에서 했기에 미국 첫 농구로 봐도 되겠다.
산책할 때는 '앨런 필드하우스'라는 교내 농구장 주변을 돌았다. 농구의 창시자로 유명한 네이스미스 박사의 동상과 기념비석을 봤다. 네이스미스 박사가 코치로 처음 부임한 학교가 바로 이곳, 캔자스 대학이다.
그를 기념하는 의미로, 농구 규칙의 초안이 각인 돼 있는 건물 벽이 있었다.
"Where the basketball begins".
기대한 것보다 더욱 설레고 웅장해지는 순간이었다.
잘 갖춰진 체육시설과 프로그램, 다양한 편의 시설, 웅장하고 한적한 캠퍼스 분위기.
이곳에서 1년을 보낸다는 기대감이 부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