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51점과 치아바타
오늘은 딸아이의 중간고사였다.
요즘 사춘기답게 여전히 학교는 지각이거나 가끔 결석, 학원은 반쯤 결석에 반쯤 지각. 기대란 거의 없었다.
그런데 시험이 끝나고 밝은 목소리로 전화가 걸려왔다.
“엄마, 수학 너무 어려웠어!”
장황하게 늘어놓기에 속으로는 ‘아, 이건 50점 아래겠구나’ 싶었다.
그런데 당당하게 말한다.
“아니, 51점!”
하하, 그래도 저리 밝으니 뭐 어쩌랴.
문득 내 중2 시절이 떠올랐다.
중1 때까지는 그나마 하던 공부를, 중2에 들어서면서 손을 놓았다.
50명 정원에 25등쯤. 성적표를 숨겼지만 결국 들켰고, 그때 화내던 엄마 얼굴은 아직도 선명하다.
그런 경험 때문인지, 나는 혼날 일이 생기면 괜히 피하려는 습관이 생겼다.
사실 크게 혼난 것도 아닌데, 미리 겁부터 먹고 어떻게든 숨기고 싶은 거다.
아직 일어나지도 않은 일에 걱정이 앞서고, 그 불안 때문에 더 꼬여버리는 경우가 많았다.
알면서도 잘 안 고쳐진다.
그래도 공부라는 게 잘하면 좋지만, 못한다고 세상이 끝나는 건 아니다.
무뚝뚝하게 짜증 내는 딸보다, 활짝 웃으며 “51점!”을 외치는 딸이 백 번 낫다.
딸 바라기 엄마는 결국 또 그 모습에 무너지고 만다.
퇴근 후, “엄마 보고 친구랑 밥 먹으러 나간다”는 딸 얼굴이라도 보려고 서둘러 집에 들어갔는데, 웬걸.
딸은 이미 곯아 떨어져 있었다.
금세 일어나겠지 했는데, 그대로 아침까지 잘 태세였다.
간만에 여유를 즐기며 TV도 보고, 유튜브도 보고, 뒹굴거리는데…
그놈의 ‘베이킹 병’이 또 도졌다.
아침에 스쳐 지나본 유튜브 숏.
베이글 만드는 영상이 머릿속을 떠나지 않았다.
밤 아홉 시가 넘어서, 결국 시작!
강력분 200그램.
레시피는 400그램이었는데, 집엔 박력분이 있어 그걸 섞어 쓰기로 했다.
따뜻한 물 400그램에 설탕 한 스푼, 냉동실에 있던 드라이이스트 대략 8그램 투하.
밀가루를 쏟아 넣고, 후다닥 반죽기를 돌렸다.
그런데… 이건 좀 이상하다.
눈대중으로 봐도 너무 묽다.
긴급 밀가루 추가! 투입, 투입, 또 투입.
그런데도 여전히 묽다.
“에라, 모르겠다.”
묽은 버전으로 그냥 해보기로 하고 발효 시작.
한 시간 뒤, 웬걸.
반죽은 제대로 부풀어 있었다.
성형을 해보려 했지만, 예상대로 손에 잔뜩 달라붙는다.
바게트는커녕 모양이 잡히질 않는다.
방향을 틀어, 치아바타 스타일로 바꾸기로 했다.
오븐용 그릇에 올리브 오일을 바르고 반죽을 부었다.
손으로 꾹꾹 눌러주고, 코스트코에서 사둔 치즈를 듬뿍 갈아 올렸다.
“맛있어져라…” 속으로 주문을 외우며 오븐 속으로.
20분 뒤.
오오오— 대박.
치아바타는 아니지만, 오일과 치즈 덕분에 겉은 바삭, 속은 촉촉.
정말 맛있는 빵이 탄생했다.
오늘 저녁은 다이어트를 다짐했지만…
제빵 취미의 가장 큰 장점은 결국, 따끈한 빵을 먹을 수 있다는 것.
한입 베어물자, 고개가 끄덕여졌다.
“최애빵 탄생.”
자랑하고 싶었지만, 딸은 꿈나라.
어차피 일어나도 이런 빵에는 별 관심 없겠지만.
그래도 혼자만의 조용한 시간에 집중할 수 있다는 게 좋다.
주방 가득 퍼진 맛있는 냄새 속에서, 오늘 하루는 완벽하고 행복했다.
물: 40도 정도의 따뜻한 물 200g
밀가루: 400g (강력분+박력분 섞기)
이스트: 4g
설탕: 반 스푼
소금, 올리브오일, 치즈 약간
따뜻한 물에 설탕, 이스트를 넣고 잘 풀어준다.
밀가루와 소금을 넣고 10분간 반죽, 중간에 올리브오일을 조금씩 추가한다.
1차 발효: 약 1시간.
오븐용 그릇에 오일을 바르고 반죽을 넣는다. 손가락으로 중간중간 푹푹 눌러준 뒤, 오일을 듬뿍 두른다.
2차 발효: 약 30분.
치즈를 듬뿍 뿌려준다. (다음엔 초코칩도 추가 예정!)
195도 예열한 오븐에서 20분 굽는다.
완료! 겉은 바삭, 속은 촉촉한 치즈 치아바타 완성.
내일은 또, 내일의 기록으로 남겨질 테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