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작은기록들

8. 평화로운 아침은, 오늘도 실패

by 나예


한 달 전, 학교를 다녀온 아이가 말했다.
“엄마, 선생님이 결석 일수 많으면 부모님 상담해야 된대.”

그 말을 하더니 그날 이후부터 정말 성실해졌다.
매일 아침 제시간에 일어나고, 학원도 빠지지 않았다.
절친이 다니는 학원으로 옮기고 나서는 더 열심이었다.
‘이제 좀 평화로워지겠구나’ 싶었다.
하지만 그 평화는 오래가지 않았다.

10월, 2년마다 열리는 학교 축제가 다가왔다.
댄스 공연에 나가게 된 아이는 매일 7시 40분까지 학교에 가야 한다며 말했다.
“이제 7시에 일어날게.”

나는 매일 7시 전에 아이를 깨워야 했다.
물론, 한 번에 일어날 리 없었다.
어느 날은 아이가 “오늘은 늦어도 돼.” 하길래 그대로 뒀더니,
잠결에 한 말을 믿었다며 화를 냈다.
그날 이후, 아침잠 많은 나는 더 일찍 일어나
30분씩 아이를 깨우는 일이 일상이 됐다.

아침마다 옷투정, 늦었다는 투정,
그리고 5분 거리 학교를 매일 차로 태워다 주는 출근길.
이게 요즘 내 하루의 시작이다.

우린 요즘 거실에서 잔다.
나는 바닥, 아이는 거실 침대.
넓은 방을 두고 왜 이러는지 모르겠지만,
이상하게 이게 편하다.

가끔은 서로의 담요가 엉키고,
고양이가 그 사이로 파고든다.
툭탁거리며 뒹굴뒹굴, 그래도 이런 게 좋다.
아침마다 바로 옆에 있는 아이를 올려다보며
“일어나야지.” 하고 깨울 수 있으니까.
이게 거실에서 자는 가장 큰 장점이다.

그런데 오늘 아침은 좀 달랐다.
알람 소리에 아이가 먼저 일어나는 듯했다.
나는 온몸이 피로에 눌린 채 겨우 눈을 떴고,
아이 침대가 비어 있는 걸 보고 깜짝 놀랐다.
‘드디어 일찍 준비 중인가?’ 잠시 감탄했지만,
알고 보니 아이는 밍크담요를 둘둘 말고 있었다.
안 보였을 뿐이었다. 순간 허탈하게 웃음이 났다.

조심스레 깨우자, 역시나 성질.
“흰티가 없어!”
“늦었어, 빨리 나가자!”
순식간에 전쟁이 시작됐다.

나는 흰티를 찾아 방을 뒤지고,
아이는 신발을 찾으며 투덜거리고.
그 와중에 내 휴대폰이 사라졌다.
전화를 걸어보니 꺼져 있다.
결국 소파 밑에서 찾아냈을 땐,
이미 아이는 현관 앞에서 팔짱을 끼고 있었다.
“엄마, 진짜 늦었잖아!”

결국 둘 다 헐레벌떡 문을 나섰다.
평화로운 아침은, 오늘도 실패.

회사에 도착하니 머리가 어질어질하다.
요즘 회사 이야기는 다음에 해야겠다.
여기저기서 일이 터지고, 정신이 없다.

50이 되니 머리도, 체력도 예전 같지 않다.
자꾸 깜빡거려서 스스로도 걱정된다.
회사에선 치이고, 집에 오면 딸에게 치이고.
운동을 마치고 돌아가는 밤길이 요즘은 괜히 낯설고, 어색하고,
조금 쓸쓸하다.

스무 살의 나는 꿈같았고,
지금의 나도 어쩐지 꿈같다.
인생이란 게 원래 이렇게 공허한 건가.

통장은 비어가고, 일은 늘고, 체력은 줄어든다.
그래도 벌어야 한다. 내 목표는 60까지 일하는 것.
가끔은 ‘툭’ 하고 공돈 떨어지면 좋겠는데,
내 인생엔 공짜 쿠폰 하나 안 생긴다.

그나마 요즘은 운동을 다시 시작했다.
유튜브에서 본 30분짜리 루틴.
딱 일주일 했는데, 몸이 달라지는 게 느껴진다.
이제는 건강이라도 챙겨야 하니까.

아, 딸아이 이야기의 본론은 아직 시작도 안 했다.
요즘 그 애, 아이돌에 완전히 빠졌다.
그 얘긴 다음 편으로 넘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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