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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늘작 Nov 26. 2024

도망가고 싶은 밤

아들이 시험보러 간 날.

남편과 아들을 내보내고 커피 한 잔을 내렸다.

돌아서다 화들짝 놀라 다시 보니 앗! 클로버!

심지어 내 눈엔 네 잎.


곧바로 남편에게 사진을 찍어 보내며 호들갑을 떤다.

뭔가 느낌이 좋아...

이렇게 사소한 것에도 의미를 부여하며

내 심장과 머리의 99%를 이 녀석으로 채웠었다.


아. 이제야 부모가 되었구나

느낄만큼 아이의 3년이 고통스러웠으니.


그렇게 가득 차 과부하가 왔던 내 머리와 가슴이

절반쯤 비워진 오늘 하루.

모든 시험이 끝난 첫 날, 참 행복했더랬지.

집 앞 슈퍼 나가는 것도 무거워 겨우였는데

시장을 돌고 옆 동네 마트까지 넘어 갔다 와도

발걸음과 공기가 가벼웠으니.


그런데.

그런데.

이 시간.

도망가고 싶다.

빗속으로 사라지고 싶다.


그래. 믿는 도끼에 발등 찍힌다는 말이

이런 때 쓰는 말인거지.


허무하고.원통하고.답답하고.

원망스럽고.분노하고.

절망스럽고.후회되고.

우울해.


온갖 부정적인 말을 다 갖다 붙여도 모자랄만큼

극단적인 밤.


도망가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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