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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내성적인 회사원 Aug 06. 2023

[36] 직장 내 괴롭힘 민사소송이 힘든 이유

이 이유로 2차 재판 전에 나는 매우 힘들어 했다

사람들이 민사소송을 말리는 이유는 여러 가지가 있다. 



첫째로 시간이 오래 걸린다는 점, 두 번째로는 돈이 많이 든다는 점이다. 내 경험상 시간은 대략 1년 정도 걸렸고, 돈은 약 600 만원 정도 들었다. 아마 규모가 큰 법률사무소를 갈 경우 변호사 선임비가 더 비싸기 때문에 돈이 더 들것으로 생각된다.



사람들은 직장 내 괴롭힘 민사소송이 어려운 이유를 돈과 시간이라고 하지만 내 생각은 다르다. 나는 개인적으로 정신적인 고통이 가장 힘들었다. 정신적인 고통을 받는 이유는 두 가지이다.




첫째로는 내가 받은 피해 사실이 법원에 제대로 전달되지 않는다는 고통

둘째로는 전문적인 용어로 나의 욕이 적혀있는 20page 가량의 상대방 답변서를 읽고 반박해야 하는 고통이다.





우선 내가 받은 피해 사실이 법원에 제대로 전달되지 않는 고통부터 말해보도록 하겠다.




우선, 내가 법원에 주장하는 것은 "저 사람 때문에 내가 이렇게 정신적으로 피해를 보았으니, 위자료를 받으려고 해요"이다. 보통은 가해자가 나를 괴롭힌 피해사실과, 정신의학과 선생님과 1:1 상담 자료를 통해, 내가 정신적 피해를 보았다고 주장을 한다. 




하지만 내가 얼마나 피해를 보았는지 증명하기가 매우 어렵다. 




가해자가 나를 괴롭힌 것을 이야기할 때, 민사소송에서는 글로써만 이야기해야 한다. 단순하게 욕설, 폭행, 무시, 위협, 따돌림, 업무 배제 등 이러한 단어를 통해 이야기하고 상황을 설명할 뿐이다. 




사실 이러한 단어로 그 당시 내가 가해자로부터 받은 상처를 설명하기에는 무리가 있다. 가해자의 말투, 목소리 톤, 눈빛, 손짓, 행동, 서있는 포즈, 말 중간중간에 섞인 한숨 석인 욕설 등, 일부러 만드는 정적 등 30분가량 서서히 목을 조여 오는 정신적 고통을 상대방이 이해하도록 설명하기가 어렵다.



설명을 하여도 되지만, 이러한 내용은 증거가 없지 않은가! 증거가 없는 내용은 법원에서 의미가 없다. 단순한 감정 팔이 일뿐이다. 그래서 결국 나의 피해 사실은 단순하게 욕설, 위협, 폭행 이러한 단순한 단어로 일단락되고 만다. 




이게 참 억울하다. 나는 고작 '욕설' 및 '폭행'을 당한 것이 아닌데 말이다.




이렇게 한 단어로 축소가 될 경우, 당시의 상황을 내가 느낀 것처럼 제3자가 느끼기 어렵다. 그렇기 때문에 내가 받은 피해 사실을 증명하는데 답답함이 크다. 





다음으로는 전문적인 용어로 적혀 있는 20page 가량의 내 욕을 일일이 반박해야 한다는 점이다.



20page의 내 욕이 적힌 문서를 그대로 보여 주면 좋겠으나, 단순하게만 이야기해보도록 하겠다. 일단 나는 법원에 정신적 피해보상을 요구하고 있다. 가해자가 나를 회사에서 지속적으로 괴롭혀서 내 정신이 망가졌으니 위자료를 받아야 한다고 말이다.



가해자 측은 이것을 반박해야 한다. 그런데 이 반박하는 과정이 정말 소름 돋는다. 어떻게 반박하는지 아는가?? 20page를 축약해서 작성해 보겠다.




피해자의 정신건강 문제가 어떠한 요인에 의한 것인지 명확하지 않다. 이것은 성장환경 및 가정환경, 원래 가지고 있던 성격, 회사에서의 적응 능력, 대인 관계 능력, 원래 있던 기질적 특성, 스트레스 민감성 등 원래 원고가 가지고 있는 특성일 가능성이 높다.




나의 정신적인 고통에 대해 이것은 '가해자 탓이 아니라 다른 이유다' 라고 주장을 한다. 




- 가정환경 때문에 그렇다 

- 대인 관계 때문에 그렇다

- 연인 관계 때문에 그렇다

- 원래 이런 사람이다

- 스트레스에 민감한 체질이다




라고 공격을 한다. 하나하나 읽어 보다 보면 정신적 고통이 정말 장난 아니다. 실제로 직장 내 괴롭힘으로 인하여 가정환경, 대인관계, 연인관계, 스트레스 대응성 모든 것이 망가지긴 했다. 그런데 이것의 원인과 결과관계를 교묘하게 바꿔버린다.




내가 직장 내 괴롭힘으로 망가진 게 아니라, 원래 망가져 있었다고 말이다. 이것을 읽을 때마다 멘털이 바스스 무너지고 만다. 내 존재 자체가 부정당하는 느낌일까나... 끊었던 담배도 다시 피우게 된 것이 이러한 답변서 때문이다.




정리하자면, 내가 생각하는 민사소송의 어려움은 돈과 시간의 문제가 아니다. 




내가 받은 피해 사실이 법원에 제대로 전달되지 않는다는 고통, 전문적인 용어로 나의 욕이 적혀있는 20page 가량의 문서를 봐야만 하는 고통 이 두 가지가 가장 크다.




나도 그렇고 다른 사람들도 그렇고, 보통 두 번째 이유로 많이 힘들어한다. 나는 다행히 나의 변호사가 원래 그런 거 다며 위로해주고, 멘털을 챙겨주었다. 하지만 혼자 하는 사람들이 걱정이다. 부디 그분들이 이 브런치 글이나, 내 블로그, 혹은 내 유튜브를 보고 미리 멘탈을 잘 챙겼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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