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로가 생기기 전

by 김밍키

아침 공기가 차가워졌다.

몸의 반응이 눈에 띄게 느려졌다.

커진 배가 횡격막을 밀어 올리고, 밤엔 편히 누워 있기가 힘들다. 한 자세로 오래 있으면 숨이 막히는 듯 답답하다. 통기구가 막힌 집처럼, 내 안의 공기가 쉽게 정체된다.


거울을 볼 때면, 이 정도면 당장 만삭사진을 찍어도 되겠다 싶다. 얼굴에도 살이 제법 붙었다. 휴대폰 앨범을 넘기다 보면 불과 몇 달 전의 내가 낯설게 느껴진다.


다리가 자주 저린다. 오른쪽 다리에 쥐가 나서 바닥에 탁탁 치며 풀려다가 발목이 꺾이면서 넘어졌다. 왼쪽 무릎으로 박았고 조금 뒤 멍이 들었다. 몸이 내 몸 같지가 않다. 눈물이 핑 돌았다.


산책을 나갈 때, 이런 무수한 핑계 중에서도 단연 압도적으로 대두되는 것은 ‘추위’이다. 아직은 괜찮지만, 점점 더 꼼짝하는 게 귀찮아지는 계절이 다가온다.


그래도 밖으로 나간다. 움직이지 않으면, 몸 안의 생각이 눅눅해진다. 환기를 하듯 괜히 화장을 한다. 약속이 없어도 입술에 색을 얹고, 뺨에 온기를 입힌다.

다용도실에서 남편이 소스라치게 놀라는 소리가 들린다. 나도 방에서 뛰쳐나왔다.

“뭐지…. 이게 갑자기 언제 생긴 거야.”

세탁기 옆의 하얀 벽에는 까만곰팡이가 슬어 있었다.

세월의 무게를 견뎌온 구축이라 그런지, 베란다 창틀 주변엔 미세한 틈이 많았다. 그 틈새로 새어든 바람이 습기를 데리고 와 벽지 안쪽을 눅눅하게 만들었다. 길었던 가을장마가 끝나고 본격적으로 기온차가 심해지면서 생긴 작은 곰팡이 반점이었다. 돌아오는 주말에 바로 작업에 돌입하기로 했다.


남편은 부엌에서 김치찌개를 끓였고, 나는 다용도실로 향했다. 각자 잘하는 일을 분업하기로 한 것이다.

의자 위에 조심히 올라서서, 퍼티를 틈새마다 발라 넣었다. 모서리의 빈 공간들을 깔끔하게 채우기란 여간 어려운 일이 아니었다. 오랫동안 고개를 쳐들고 있으니 목이 뻐근했다. 어째 역할이 바뀐 것 같은 기분도 들어 중간중간 웃음도 나왔다.

깔끔해진 결과물을 보니 뿌듯했다. 왠지 덜 추워진 착각이 들었다.


김치찌개의 냄새가 부엌에서부터 퍼져왔다. 고춧가루가 끓으며 나는 매운 향과 묵은지의 시큼한 냄새가 섞였다. 맛있는 김치찌개가 완성이 되어 있었다.

이 집의 기미상궁으로서 맛을 안 볼 수가 없었다. 따끈한 밥과 함께 한 숟갈 떠 넣자 입안이 뜨거워졌다.


창문에는 김이 서려 있다. 안쪽은 뜨겁고, 바깥은 차다. 그 사이의 온도차가 물방울을 만들고 있었다.


“여기 창문은 항상 조금씩만 열어놓자”

이슬이 맺히지 않으려면 집과 밖의 온도를 자주 섞어주어야 한다. 바람을 들이고, 열기를 너무 가두지 않아야 한다. 춥다고 문을 잠그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드러내야 하는 것이다.


결로가 생기기 전, 우리는 각자의 방식으로 겨울나기를 배우고 있다.

한 사람은 김치찌개를 끓이고, 한 사람은 벽의 틈을 메우고, 그렇게 하루를 조금 덜 차갑게 만들면서.


집 안엔 여전히 따뜻한 냄새가 맴돌았다.

목요일 연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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