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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밍키 Dec 09. 2020

감기처럼 찾아오는 인생노잼

코로나 블루인가, 오춘기인가

 환절기가 되면 몸이 반응한다.

 나는 계절의 변화에 민감한 사람이다. 변화에 대한 적응이 느린 거니까 둔감하다고 해야 하나.  모르겠다. 겨울이 되고부터 기운이 없고, 피로감과 졸음이 쏟아진다. 아무것도 하기 싫고, 하고 싶어도 몸이 따라주지 않는다. 원래는 햇볕을   받는 겨울에 계절 우울증 같은  종종 느끼긴 했는데 그게 코로나19 합쳐져서  세게   같다.


코로나로 인한 사회적 거리두기 권고를 잘 지키고 있다. 말 잘 듣는 어른 느낌 아니까. 근무시간도 조정 되면서 집에 있는 시간이 많아졌다. 불편하거나 답답하지만은 않다. 잠도 엄청 자고 내가 좋아하는 집밥도 많이 먹을 수 있다. 모처럼의 여유를 갖게 된 게 감사하기까지 하다. 그렇다면 코로나19 때문은 아닌 걸까. 단지 호르몬 변화로 인한 피로인가. 인간은 나약하다는데 특히 나는 정말 그런 것 같다.




 뭐했다고 벌써 일년의 마지막 달이다.

그래도 뭐라도 했을까 싶어 자연스럽게 한 해를 돌아본다.
연초에 다이어리에 썼던 계획들은 그럴싸했다. 못 지킬까 무서워서 일부러 거품은 싹 빼고 세운 다짐들인데도 거의 다 못 지켰다. 이래서 꿈은 커야 된다는 말이 있는 건가 하는 생각도 든다. 거기에 반의 반이라도 성공하게.

 보통의 사람이 동기 부여를 받으면 그 자극은 3일 정도밖에 안간다는 말을 책에서 보았다. 내가 엄청나게 게으르고 나태해서가 아니라 그냥 보통 사람인 것이다. 하지만 별로 위로가 되진 않는다. '내 깜냥이 이정도 뿐인가'하는 생각이 들며 나에게 실망을 하게 된다.




 항상 시작은 좋다.

 하지만 그걸 끝까지 견디고 끌고 나가는 힘이 부족하다. 읽기 시작해서 다 못읽고 포기한 책이 수두룩하다. 책도 자신하고 맞지 않는 게 있고 그것을 억지로 읽을 필요는 없다고들 하는데 이 말도 크게 위안이 되진 않는다. 그냥 내가 뒷심이 부족한 사람인지라 그런 거다. 그래서 요즘은 지루하고 재미없는 책도 오기로 읽어낸다. 그렇게라도 하는 게 자책감 따위가 좀 덜하다.

 며칠 전에 자기계발서를 읽고 쓴 열정 넘치는 나의 독후감을 본 지인이 해준 말이 생각난다. "언젠가 네 동기가 희미해지고 마음이 지금보다 약해지는 날이 오더라도 그건 네 탓이 아니야" 라고. 참 고마운 말이다. 그래, 내 탓이 아닐 거야.. 근데 왜 이렇게 다 내 탓 같을까.

 '다 내 탓이오' 같은 이야기를 자꾸 하니까 우울해 지는 기분인데, 사실 나는 지금 괜찮다. 혼자 있는 시간을 즐기려고 노력 중이고 일부러 아웃사이더를 자청하고 있다. 엄마 앞에서 "나 너무 행복해" 같은 말도 자주 한다.

 주4일 근무를 하게 되고 쉬는 날이 일주일에 하루 더 늘었을 뿐인데 백수가 된 느낌이다. 쉬는 날이 너무 자주 돌아온다.

 원래도 주머니 사정이 푼푼하지 않았는데 급여가 20%나 줄어 타격이 꽤 크다. 그런데 내가 철이 없는 건지 가족을 먹여살려야 되는 부담은 없어서인지 크게 와닿지는 않는다. 감사한 일이다. 그저 내 시간이 늘어나서 좋고 놀아서 좋다.

 놀아서 좋다고 하니 갑자기 예전에 재미로 했던 정신연령 테스트에서 12살이 나왔던 게 생각난다. 나는 초등학생이랑 비슷한 수준인 건가.


 어른에게 초등학생 같다는 말은 아무 걱정없이 천진난만하다는 이야기지만 사실 돌아보면 내 인생의 암흑기는 12살이었다. 찍은 사진들을 보면 다 표정이 어둡고, 지금은 일절 안하는 욕도 많이 하고, 죽고 싶다는 생각도 꽤 자주 했었던 내 질풍노도의 시절. 차라리 그때보다 약 2배의 나이가 된 지금이 더 천진난만할지도 모른다.

어쨌든 지금은 무엇 때문에 그렇게 힘들었는지 기억도 나지 않는다.

 인생은 사춘기의 연속이다.

 흔히 말하는 노잼시기, 아무것도 하기 싫고 아무런 의욕이 없는 그런 시기는, 감기처럼 우리 삶에 자주 나타난다. 여러 번 극복을 했던 놈인데도 다시 만날 때마다 낯설다.

코로나 때문에 그게 더 잦고, 더 심해지고, 더 많은 사람들이 느끼고 있는 것 같다.


지금 어려움을 겪는 모든 이들이 힘을 냈으면 좋겠다. 지나고 보면 내가 뭐 때문에 그렇게 어두웠지, 우울했지 싶은 밝고 좋은 날이 금방 올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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