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정적인 것에 전염되지 않으려면
가끔씩 마음에 여유가 너무 없다는 게 느껴질 때가 있다.
별거 아닌 일에 쉽게 짜증이 나고, 대수로이 여기지 않고 지나갈 수 있는 것들도 괜히 예민하게 굴었던 모습을 나중에서야 발견하고 놀란다.
그때는 온갖 부정적인 감정에 싸여서 도저히 좋게 받아들일 수가 없었는데 지나고 보니 그 정도로 반응할 일이 아니었다는 걸 깨닫는 것이다. 부끄러움은 온전히 나의 몫이다.
뒤늦게 반성해봤자 그때뿐이다. 금방 또 반복한다.
기억이 미화가 되어서, 지금 당장 겪고 있는 게 아니라서 그런 걸까도 생각했지만 그 문제가 아니라는 결론이 나왔다.
불과 어제만 해도 모든 일이 막힘없이 술술 풀리고 마음에 감사가 흘러넘치는 긍정형 인간이었는데, 오늘은 같은 상황에서도 세상에 되는 거 하나 없는 것처럼 느껴지고 너무 우울하다. 주변 사람들에게 찜부럭을 내기도 해서 괜한 피해자도 생긴다.
왜 달라진 게 없는데 어느 날은 그냥 웃으며 지나가고, 또 어느 날은 화가 못 참을 정도로 나는 걸까.
똑같은 환경에서, 똑같은 일을 가지고 너무 딴판으로 느끼고 반응하는 내 자신이 당황스럽다. 인성에 문제가 있는 걸까.
나 이상한 사람인가?
책을 읽다가 나를 당황스럽게 했던 그 문제에 대해 조금 설명이 되는 글을 만났다.
기대와 다르게 그건 인간의 근원적인 문제 따위를 담고 있는 인문학 책도 아니었고, 행동과 심리를 과학적으로 연구한 내용이 있는 심리학 책도 아니었다.
스스로도 이해가 가지 않았던 내 모습들을 이해하게 해준 글은 다름 아닌 의학 관련 책에서 볼 수 있었다. 더 자세하게는 감염에 대한 부분이다.
그 내용은 이렇다. "감염은 숙주, 환경 그리고 세균이라고 하는 세 인자들 간의 균형이 파괴되었을 때 발생한다. 같은 환경과 조건에 있어도 숙주의 감염 저항성에 따라 임상 증상이 나타날 수도 있고 그렇지 않을 수도 있다.
감염 발생에서 가장 중요한 요소는 숙주 요소라고 말할 수 있다.
하나의 팥빙수를 가지고 여러 명이 나눠 먹어도 그중에는 바이러스에 감염이 되는 사람이 있고 그렇지 않은 사람이 있다. 각자의 감염저항성에 따라 같은 환경에서 다른 결과가 나온 것이다.
돌아보면 코로나 시대가 열리고부터 지금까지 전문가들은 주야장천 면역에 대해 강조해왔는데 다 이런 이유에서일 것이다.
우리는 이제 손씻기가 습관이 되었고, 어딜 가든 손소독제부터 사용하고 들어간다. 면역력을 높이기 위해 식습관도 조절한다. 나 자신을 넘어 타인과 우리의 공동체를 위해서 각자가 위생에 대한 철저한 주의를 하고 있다.
바이러스로부터 건강을 지키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개인의 면역이 중요하기 때문이다.
이처럼 같은 환경에서 감염이 되냐, 안되냐를 결정하는 것은 숙주의 면역력, 즉 감염에 저항하는 능력에 달려있다.
우리의 마음도 마찬가지라는 생각이 들었다.
마음의 면역이 저하되면 바이러스에 감염이 되기 쉬워질 것이다. 안 좋은 생각이 꼬리에 꼬리를 물고 이어지면서, 우울한 마음이 걷잡을 수 없이 커지게 될 것이다.
신체의 면역만큼이나 마음의 면역은 매우 중요하다.
우리는 웬만한 충격으로 쉽게 흔들리지 않는 사람을 보고 흔히 "멘탈이 강하다"라고 한다. 나는 그 말을 "멘탈이 건강하다"라고 조금 바꿔 말하고 싶다.
마음이 건강한 사람들은 어려운 상황에서도 다른 이보다 덜 힘들어하거나, 거의 힘들어하지 않는다.
운동을 많이 한 친구의 탄탄한 근육을 주먹으로 때렸을 때 전혀 아파하지 않았던 모습이 떠오른다.
비관과 절망 등에 빠지지 않기 위해서는 마음의 근육이 필요하다.
마음의 면역을 키우는 방법
인간이 지니고 있는 신체의 방어기전 중 하나는 정상 상주균들의 존재이다. 정상균들이 구성하고 있는 비중이 클수록 감염에 견디는 힘이 세지는 것이다. 그렇다면 마음의 정상균들을 많이 갖기 위해서는 어떻게 해야 할까. 내가 찾은 방법은 좋은 책을 읽는 것이었다. 책이 아니어도 상관이 없다. 좋은 생각을 갖게 해주는 그 무엇이든 괜찮을 것 같다. 사람은 보고 듣는 것에 영향을 많이 받기 때문에 자꾸 좋은 것들을 접하다 보면 내 마음의 좋은 균들이 많아지지 않을까.
물론 이건 내가 생각해낸 나만의 방법이고, 이 질문에 해답은 각자 알아서 고민하고 찾아야 할 것이다.
자기 인생의 백신은 자신만이 만들어낼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