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쁘다 바빠, 현대사회. 이것도 하고 싶고 저것도 하고 싶고. 이것도 해야 하고 저것도 해야 하고. 하고 싶은 것, 해야 할 것들이 넘치는 세상. 송구영신예배를 드리기가 무섭게 순식간에 달포가 지나 먼저께 구정까지 보냈다. 음력으로 계산해도 새해로부터 벌써 일주일이 없어진 셈이다. 없어졌다는 표현은 뭔가 뚜렷이 한 게 없기 때문이다. 무언가를 계속한 것 같은데 눈에 보이는 성과가 없으니 개살구 먹은 뒷맛이다. 그저 과정만 보며 자기 위안을 삼아야 할까. 아니면 스스로 더 채찍질을 해야 할까. 뭣이 정답인지 모르겠다. 인생에 정답은 없다니까 그냥 느낌대로 가야 할까. 계속해서 물음표 투성이다.
일단 올해 바라는 목표는 작년과 크게 달라지지 않았다. 다독을 할 것이고, 전공적으로 공부를 더 해서 관련 자격증들을 따고, 꾸준히 운동할 것이다. 경제 공부도 하고 싶다. 셀 리더를 올해까지만 하게 될 수도 있으니, 나의 마지막 셀원들일 수 있는 이들을 위해 기도도 지금까지 중 최고로 많이 하고 싶다. 경쟁자는 과거의 느슨한 나니까 꽤 쉬운 목표다. <우리말 겨루기>에 출연한 지 2년이 되는 해라서 하반기에 예심도 볼 것이다. 방송은 내년이나 되어야 나올 것 같다. 꼭 우리말 달인이 되고 싶다. 우리말 겨루기는 내년까지 이어지는 목표인 셈이다. 한숨에 많은 일을 못하는 나는 계속해서 목표를 상기할 장치가 필요하다.
도달해야 할 그 대상을 위해 매일 해야 할 단 한 가지의 일을 꼽으라면 그것은 하루에 하나씩 일기를 쓰는 일인 것 같다. 그게 잠꼬대 같은 소리일지라도 일단 기록하자. 매일 무언가를 하는 게 손끝장난처럼 쉬운 일이면 얼마나 좋을까. 하지만 겁나진 않는다. 재작년부터 훈련해 온 일이기 때문에 충분히 할 수 있을 거라 생각한다. 어영부영 자꾸 가는 시간은 잡을 수 없으니 일기장을 당장 편다. 무엇이든 쓰는 게 가장 중요하다.
올해 새로 세운 친환경 계획도 있다. 바로 ‘옷 사지 않기’이다. 새 옷은 살 때랑 그 후부터 며칠까지는 이쁘지만 결국 헌 옷이 된다. 금방 질려서 결국엔 쓰레기가 되는 한때 소중했던 옷들을 보니 왠지 죄책감이 들었다. 지구에게 미안했다. 그리고 만으로도 30살, 이제는 돈을 모을 때이다. 새해맞이로 그 케케묵은 버릇을 벗기로 했다. 하지만 담배 끊는 사람처럼 금단증상이 자주 찾아왔다. 최근, 옷 사고 싶다는 말을 달고 살았다. 내가 얼마나 옷에 중독되어 있었는지를 여실히 깨달았다. 상여로 받은 상품권으로 내게 설빔을 선물해 준 이가 없었다면 이미 실패로 돌아갈 수 있었던 목표지만 아직까지는 위태롭게나마 지켜지고 있다. 아예 안 사진 못하더라도 의식적으로라도 절제하려고 노력할 것이다.
새해 다짐들을 주욱 정리하고 보니 올해 내가 나아가야 할 방향이 뚜렷해지는 것 같다. 역시 마음을 가지런하게 만드는 데는 일기가 최고다. 무엇이든 쓰고 보는 행위가 다른 일의 교두보가 될 수도 있고 인생 전체로 볼 때 소중한 그루터기가 될 수 있다고 믿는다. 이건 정초가 지나서야 하는 늦은 다짐이 아니라 매일 하는 다짐 중 하나일 뿐이다. 매일 다짐하고 새로워질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