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병일기 1 - 젊은 유방암 환자

30대 초반, 유방암 진단이라는 날벼락

by 잠어

나는 젊은 유방암 환자다.


처음엔 휴대폰 메모장에 항암일지를 적기 시작했다.
생각날 때마다 틈틈이 적었고, 혹시라도 언젠가 잊어버릴까 봐 아이클라우드에도 백업해 두었다.
그러다 문득, 인터넷 어딘가에 이 기록을 남기고 싶어졌다.


나는 30대 초반이다.
종양내과에 가면 나보다 어린 환자를 거의 볼 수 없다.
지금 돌아봐도, 내 나이에 이런 진단을 받는 건 흔한 일이 아니었다.

아이러니하게도, 나는 연구원 시절에 항암제를 연구했고
그중에서도 breast cancer, 그러니까 유방암 관련 논문도 많이 읽었다.
그런 내가… 그 세포가… 내 몸에서 자랄 줄은 꿈에도 몰랐다.


4월이었다.

오랫동안 지켜보던 작은 몽우리가 갑자기 커지기 시작했다.
통증까지 동반되면서 산부인과에서 초음파 검사를 받았다.

의사 선생님은
"마음의 준비를 하세요."

라는 말을 남겼다.

조직 모양이 영 좋지 않다고 했다.
"어서 대형병원으로 가보세요."

초음파 이미지는 내가 논문에서 봤던 악성종양의 형태와 너무도 닮아 있었다.

심장이 쿵 하고 내려앉았다.

하지만 마음을 다잡아야 했다.

즉시 가족에게 알리고, 산부인과에서 초음파 이미지와 진료의뢰서를 받아 들었다.

운이 좋게도, 대형병원 당일 예약이 가능한 날짜가 있었다.
긴 대기 끝에 조직검사를 받았다.


기도하고 또 기도했지만…
결국 암이었다.

림프 전이가 의심돼 입원 후 정밀검사까지 진행했다.

다행히 전이는 없었고, 혈액을 타지도 않았다.

회사를 그만두고 바로 치료를 시작했다.


유방암은 크게 네 가지로 분류된다.

호르몬성 (에스트로겐 ER / 프로게스테론 PR) 양성

HER2 (Human Epidermal growth factor Receptor2) 양성

호르몬성 / HER2 양성

호르몬성 / HER2 음성 (삼중음성)


나는 과반수 환자들이 속하는 호르몬 양성형이다.
사이즈가 꽤 커서 선행 항암치료(선항암)로 종양 크기를 줄이고,
이후 수술을 진행하게 되었다.


지금 이 글을 쓰는 시점, 나는 2차 항암까지 마쳤고
다음 주에 3차 항암을 앞두고 있다.


현재까지 겪은 부작용은 이렇다.

탈모

손톱 변색

두통

미열

변비

호중구 감소


그래도 컨디션은 생각보다 괜찮다.
항암 전과 비교해도 큰 차이를 느끼지 못할 정도다.


오히려 운동이나 외부 활동을 하지 않으면 컨디션이 더 나빠진다.
원래 활동적이고 가만히 있지 못하는 성격이라,
부작용이 적은 건 그런 내 성향 덕일지도 모르겠다.


이 글은 앞으로 쓸 긴 이야기의 간단한 시작이다.
더 자세한 이야기는 다음 일기에서 이어갈 예정이다.


힘내자 :)




안녕하세요.
젊은 유방암 환자 잠어입니다.


처음엔 네이버 블로그에만 글을 썼는데,
이제 브런치에서도 저의 이야기를 나눠보려고 해요.


진단부터 선항암, 수술, 방사선, 후 항암까지
지난 2년 동안의 여정을 다시 천천히 기록해보려 합니다.


저의 작은 기록이
어느 누군가에게 위로가 되거나,
한순간의 용기가 되어주기를 바랍니다.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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