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이 상처 받을까봐. 나는 그게 걱정 돼

by 정유진

나는 옳고 그름이 명확한 사람이다.

나의 잘못을 지적하는 말이라도 그게 타당한 근거가 있으면 잠깐 마음이 아프지만 이내 상대의 말을 인정한다. 그 잘못이 분명히 맞다는 것이 인정이 될 때.


반대로 진짜 화가 날 때는, 내가 잘못하지 않은게 확실한데 나를 비난하고 지적할 때는 몇일이고 소화가 안 된다.

곱씹고 또 곱씹고, 이렇게 생각하고 저렇게 생각해도 내 잘못이 없다로 결론이 나면 그 때부터는 나에게 말한 상대방에게 반박할 말들을 머릿속으로 써내려 간다.

기승전결 논리적 흠결 없이, 사실적 근거를 추가하고, 아주 숨도 못 쉬게 해주겠다는 결심을 얹어서...


완성이 되었을 때쯤, 이걸 일차적으로 들어주는 사람은 우리 신랑이다.

내가 버벅이지 않고 매끄럽게 말하기 위해 한번의 연습을 해야하니까.


그래서 신랑을 앞에 두고


"여보, 들어봐. 그 엄마가 나에게 이렇게 말을 했잖아?

내가 화가 나서 가만히 있을수가 없어. 그래서 아주 눌러버리려고 이렇게 말 할꺼야.

ㅁㄹㅇㅎㄷㅅㅎㅍㄴ망머러ㅏㅣ마오포ㅓㅏㅁㄴ어리!!!!!"


"여보 어때? 이 말을 들으면 그 엄마가 뭐라고 할 것 같아?

또 반박할 것 같아? 반박할게 있으면 말해줘. 난 더 준비할 수 있어."


언제나 그렇듯 내 말이 끝날 때까지 가만히 들어주던 우리 신랑.

한참만에 하는 말.


"당신이 하는 말이 다 맞아. 잘못한 것도 하나도 없어.

그런데...당신이 그 엄마한테 그렇게 말하면 오히려 당신이 상처 받을 것 같아.

나는 그게 걱정이 돼..."


이 말에 그간 갈고 닦았던 나의 무기는 불발이 되었다.


나를 사랑하는 사람을 걱정시킬 수 없었기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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