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루욕(浴)

지루함을 흠뻑 누려보자

by 또빠

최근 중국에서 약 2주 동안 인터넷이 완전히 차단된 환경에서 지냈다.
처음엔 갑작스럽게 연결이 끊긴 세계에 당황했고, 손이 자꾸 스마트폰을 더듬었다.
채 며칠 되지 않아, 내 안에 고요한 지루함이 스며들기 시작했다.

1주쯤 지나자, 아들의 사소한 요청에 덜 귀찮아하며
자꾸 밖에 나가고 움직이고 싶어 하는 자신을 발견했다.

자극이 사라진 공간, 정보의 쓰나미가 멎은 정적 속에서
내 마음은 몇 년 만에 처음으로 숨을 돌리며
자연스레 주변을 돌아볼 수밖에 없었던 것 같다.

나는 그것을 ‘지루욕(浴)’이라 부르고
앞으로 매일의 루틴으로 삼고자 한다.

식욕, 수면욕, 성욕처럼 채워야 할 어떤 갈망이 아니라,
오히려 잠시 모든 욕망에서 씻겨 나오는 상태.
지루함에 몸을 담그는 목욕 같은 시간.
끊임없이 흘러들던 정보와 비교, 불안, 과잉 자극이 사라진 그 틈에서
내 안의 동기와 창의성이 천천히 되살아났다.

‘몸에 좋은’ 사우나를 견디기보다는,
나아짐을 기대하며 즐기듯,
'맘에 좋은' 지루욕도 심심함을 견디는 것이 아니라 그 순간을 온전히 즐기는 과정일 것이다.

핸드폰 없이, 볼 것도 할 것도 없는 그 순간을
스스로 주도적으로 만들어 내는 것.
권태라는 물에 몸을 띄우고,
생각과 감정을 맥없이 떠오르게 두는 시간.
그 시간이 지나면, 어느새 잊고 있던 나 자신의 감각이 돌아온다.

혹시 당신도 너무 오랫동안 자극의 물살 속에서 허우적거리고 있다면,
잠시 ‘지루욕(浴)’을 시도해 보는 건 어떨까.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는 그 고요한 시간 속에서
당신의 진짜 모습이 조용히 떠오를지도 모르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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