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대 후반 워킹홀리데이 - 나이가 몇인데

직업을 바라보는 다양한 시각들

by 한수경




난 한국에서 아주 멀리 떨어진 곳에 있다.
비행기를 최소 10시간은 타야 도착할 수 있는 호주는, 한국과 정반대의 계절을 가진 나라다.
한국이 무더위로 숨이 턱턱 막힐 때, 나는 호주의 쌀쌀한 아침 바람에 엄살을 부리며 옷을 껴입고 있었다.

이렇게 물리적인 거리는 멀어졌지만, 한국 사회의 시선에서는 완전히 자유로워지긴 어려웠다.

오랜만에 아는 언니와 연락이 닿아 신나게 카톡을 하던 중, 내가 요즘 호텔에서 청소 일을 한다고 하자 언니가 말했다.


“많이 힘들지? 나라면 그런 일 못 해. 영어도 잘하잖아, 차라리 다른 일 찾아봐.”


예전부터 이 언니와는 직업에 대한 관점이 자주 부딪혔다.
공장에서 일하는 사람과 사무직을 비교하며 안쓰럽다고 말하던 언니에게 내가 화를 낸 적도 있다.
그런데 이번엔 조금 달라진 점이 있다면, 나는 화를 내지 않았고 언니는 곧바로 사과를 했다.


“언니가 하고 싶은 직업이 있으면 언니가 하면 돼. 난 지금 내 일에 만족해.”

" 난 너가 진짜 대단하다고 생각해. 미안해 "



얼마 전엔 엄마와 통화를 했다. 내용은 뻔했다. 결혼 얘기, 직장 얘기.
“호주에서 평생 살 것도 아닌데 왜 알바만 해? 한국 들어와서 안정적인 직장 가져야 좋은 남편 만나서 결혼하지.”

참 모순이다. 안정적인 걸 원했다면 애초에 호주에 오지도 않았겠지.
엄마의 ‘자랑스럽지 않은 딸’은 또 말대꾸를 했다.

“안정적인 직장 좋으면 엄마가 가지면 돼. 엄마가 결혼하면 나도 할게.”
엄마는 성을 내며, 자기한테 못하는 소리가 없다며 끊었다.

이건 싸우는게 아니다. 늘 우리의 대화는 이런식이다 하하




며칠 전엔 유튜브에서 영상을 하나 봤다.
호주에 워홀 와서 현장 일을 하는 청년에게 배우 이시언이 인터뷰를 하는 장면이었다.
“왜 호주까지 와서 그런 일을...?”

그 청년은 성의껏 대답했지만, 몇몇 시청자들은 질문 속에서 현장 일에 대한 무시가 느껴졌다고 불편함을 드러냈다.
사실 많은 드라마나 영화에서도 현장직은 힘들고 불쌍한 이미지로 그려진다.
배우 입장에선 그런 역할을 연기하다 보면 자연스럽게 그렇게 생각하게 될 수도 있다.

하지만 실제는 다르다.
현장직은 힘들긴 하지만 돈을 꽤 많이 번다.

그리고 호주는 그 노동의 가치를 꽤 공정하게 평가해주는 나라다.


높은 시급과 휴식 시간, 안전 장비, 그리고 기본적인 존중까지.


그 모든 게 이곳에서는 자연스럽다.


노동의 가치를 어디에 두느냐에 따라 일에 대한 생각도 달라질 거라고 본다. 나는 육체노동에서 어떤 낭만을 찾는다. 몸을 열심히 움직이고 땀을 흘린 뒤에 먹는 한 끼 식사는 그렇게 감사할 수가 없다 매일매일이 감사함으로 채워지는 경험이다.



나에게 지금의 삶은 분명 고단하지만, 그만큼 건강하고 뿌듯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