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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3-15/16 일본 도쿄 후추시

후추노모리예술극장

1. 오늘의 로케이션 - 도쿄 후추시



일본 투어등의 공연으로 정말 여러 도시를 다녀봤는데, 이번에 가는 후추시는 난생처음 들어보는 도시였다.

요즘 공연으로 자주 가는 타치카와에서 차로 20분 정도 걸리는 멀지 않은 도시여서인지 이번콘서트의 캠프는 익숙한 타치카와.

타치카와에 캠프를 차리고 후추시로 출근하는 방식으로 공연이 진행됐다.




2. 오늘의 공연장 - 후추노모리 예술극장


-무대뒤 이모저모

한국어로 말하자면 [후추의 숲 예술극장]에서 공연전날 리허설부터, 공연당일 리허설까지 모두 진행되었다.

공연전날 리허설은 후루사토홀에서, 공연은 드림홀에서 진행되었는데 후루사토홀은 500석 정도 되는 공연장이고, 드림홀은 2000석 정도의 공연장이다.



리허설날의 후루사토홀의 밴드 대기실은 특이하게 다다미스타일의 방이었는데 리허설이 쉴 틈 없이 종일 진행되어서 대기실에 들어간 건 리허설 마친 후 잠시 대기하면서

저녁 먹는 시간 30분 정도뿐이었다.




공연당일의 드림홀 대기실은 입식스타일의 대기실.

공연장은 아주 아담하고, 클래식공연위주의 공연을 많이 할 것 같은 형태의 공연장이었다.  





-공연장의 식사



이번 공연은 전날리허설은 점심 저녁 전부 도시락

공연 당일 이틀은 전부 한식 케이터링으로 준비해 주셨다.

한국 컵라면까지 센스 있게 준비해 주셔서 감사히 식사를 잘할 수 있었다.





3. 오늘의 공연


-전날 리허설 후루사토홀

오케스트라와의 첫 리허설, 가수가 들어오기 전까지 한국에서 오신 지휘자님과 오케스트라의 연습 + 밴드와의 연습까지 단시간 안에 맞춰야 하는 상황에서 이래저래 마음이 급한데, 한국에서 전달한 악보의 최종본이 중간 어디선가, 전달 미스로 오케스트라에게까지  제대로 전달되지 않고, 그전 버전의 악보를 들고 오셨다.

지금 당장 악보를 준비해 오라고 해도 이미 오케스트라는 전 버전의 악보로 연습이 되어있고, 현악기의 경우엔 보잉까지 다 그려오신 상황이라 새 악보를 주기도 애매한 난감한 상황.


모두가 패닉에 빠지기 직전에 지휘자님이 나서주셨다.

전악보와 지금 악보의 다른 곳을 빠르게 체크해 바로 영어로 다른 구간들을 말로 설명해 주시면서 수정을 진행해 나가 주시기 시작했다.

사실 마디 수 까지 전부 달라지는 상황에서 전버전과 지금 버전을 바로바로 체크하고 수정해 주시는 능력과 카리스마에 맘속 깊이에서부터 존경심이 우러나왔다.

아.. 지휘자님..

이번오케스트라의 음악감독을 맡은 J도 며칠 밤을 새워가며 만든 악보를 사용하지 못하게 된 상황이어서 화가 많이 났을 상황인데도 의연하게 대처해 가며 지휘자님과 같이 악보를 수정해 나갔다.

오케스트라 분들도 모두 짜증이 날 수 있는 상황이지만 다들 프로답게 바로바로 수정을 진행해 주시는 모습에 큰 감명을 받았다.

다행히 가수가 올 때까지 수정을 최대한 마칠 수 있었다.


아침 이른 비행기로 일본까지 비행 후 바로 리허설장으로 이동후 밤늦은 시간까지 이어진 리허설.

체력적으로는 힘들지만 그래도 공연을 잘 마쳐야 한다는 긴장감으로 모두들 늦은 시간까지 최선을 다해서 진행했다.




-당일 리허설 드림홀



공연당일에 도착해서도 수정은 조금 더 진행되었다.

시간이 더 많았으면 당연히 더 좋았겠지만, 짧은 시간 안에도 지휘자선생님의 지도하에 오케스트라가 단기간에도 엄청나게 좋아지는 모습을 보면서 오케스트라의 에티튜드와, 좋은 지휘자의 능력, 공연에 대한 열린 마음을 보고 배울 수 있는 나에게도 아주 좋은 시간이 되었다.


늘 더 열심히 하려고 노력하지만, 늘 반복되는 공연엔 분명히 루즈해지는 부분들이 없지 않아 생기는데, 음악을 대하는 좋은 자세와 방대한 지식들 그리고 뛰어난 음악적 능력에 대해서 새로운 자극을 받으면서 다시 한번 나를 돌아보는 시간이 되었다.


조금 다른 이야기지만 항상 우리 일본공연에는 악기대여회사로 S사가 오는데 이번 악기테크니션로 오신 분이 2012년경에 부도칸에서 했던 공연 때도 일하러 오셨었다며 그때도 여성베이스가 있었던 거 같다고 하시길래

그게 저였다고 하면서 반갑게 이야기를 나눴었다.

그날이 아직도 어제 일 같이 눈에 선한데 벌써 12년 전이야기라니..시간의 흐름이 정말 무서운 지경이다.

12년이란 시간 동안 나는 좀 더 좋은 연주자가 되었을까 하는 생각이 들던 공연이었다.  



-파이팅의 시간

첫날 기도는 가수가, 둘째 날 기도는 드럼 M이 맡아서 해줬다.




-공연


이번공연에서는 정말 재미있는 경험을 했는데

보통 때는 연주하느라, 음악을 듣느라 좀 바쁜 경우가 많은데 이번에는 공연자체가 뭔가 생명을 가진 것처럼 커다란 덩어리로 꿈틀꿈틀 움직이는 게 느껴졌다.

베이스 솔로로 연주하는 부분에서 소리에 따라 조명이 켜지고음악에 따라서 무대가 흘러가고, 한 군데에 시선이 집중이 되었다가 다시 큰 공간으로 풍성하게  넓어져가는 흐름이 무대 위에서도 느껴졌다.

연출, 조명, 음악, 관객들까지 모두가 하나로 어우러져서 공연이 흘러가고 있다는 게 실시간으로 느껴지는 정말 즐거운 공연이었다.


아 오늘 굉장히 좋은 무언가를 내가 만들고 있구나, 훌륭한 공연 안에 내가 하나의 연주자로 함께하고 있구나 하는 기분이 실시간으로 들던 아주 행복한 시간이었다.


익숙한 것도 너무 좋지만, 새로운 것들이 얼마나 많은 영감을 주고 사람을 앞으로 나아가게 하는 지 오랜만에 경험했던, 즐겁고 감사했던 공연이 또 하나 무사히 막이 내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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