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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2-17 몽골리아 울란바타르

Буянт Ухаа Спорт Цогцолбор


1. 로케이션 - 몽골리아 울란바타르



11월 남미투어 중 몽골공연이 잡힐 수 있다는 이야기가 있었다. 우리에겐 생소한 몽골.

지구상에서 가장 추운 곳중하나라는 정보정도만 가지고 몽골에 입국했다. 비행기가 칭기즈칸 공항으로 내리는 순간과, 공항을 빠져나와 끝도 없이 펼쳐지는 설원을 본 첫 순간의 감격을 한국으로 돌아온 아직도 기억한다.

나는 울란바타르에 도착한 그 순간 몽골과 사랑에 빠졌다.


공연장으로 가는 길 내내 건물하나 보이지 않고 끝없는 설원과 설산만이 눈이 시리도록 펼쳐진다.

아무리 카메라에 담으려고 해도 이 풍경은 담기질 않았다.


시내로 들어가기 시작하면서는 이야기가 달라진다.

전체국민의 절반가량이 거주하고 있다는 울란바타르 시내는 길이 엄청나게 막힌다.

거기에 공연당일에는 밤새도록 눈이 많이 내린 탓에 길에도 눈이 가득해서 교통상황은 더더욱 안 좋아졌다.

신기한 건 한국이었다면 차들이 빨리 못 달릴만한 도로 상태인데도, 몽골의 차들은 쌩쌩 잘 달린다는 것.

우리에겐 익숙한 CU, GS25 등의 편의점이 100미터에 하나씩은 있는 것 같고, 한국에선 요즘은 보기 어려운 카페베네도 자주 보인다.


언어자체는 강인한 소리를 가지고 있지만 사람들은 다들 사근사근 이야기하고 아주 신사적이다.

정말 놀란 점은 한국어를 할 줄 아는 몽골분들이 정말로 정말로 많다는 것.

해외의 팬분들 중 한국어를 익숙하게 말씀하시는 분들이 많이 있기는 하지만, 길에서 우연히 만나는 사람들 중에도 자연스럽게 한국어로 말을 거시거나 혹시 한국사람인가? 싶을 정도의 발음과 언어구사 능력을 보이는 분들이 엄청나게 많다.

일례로 밴드멤버 E와 J가 호텔에서 엘리베이터를 타려는데 어느 몽골 여성분이 완벽한 한국어로 “잠깐만~~” 하시면서 엘리베이터를 열고 타셨다고 한다.




2. 공연장-Буянт Ухаа Спорт Цогцолбор




칭기즈칸 공항과 울란바타르 사이에 위치한 공연장은 돔형태의 커다란 체육관이었다.

15,000명 정도 들어오는 공연장에 커튼식으로 펼쳐진 LED패널, 그리고 특징적인 돌출무대가 길게 뻗어있다.




대기실은 체육관 바깥쪽으로 둥글게 둘러싸인 복도에 위치해 있었는데, 카펫이 넓게 펼쳐져있는 커다란 방을 가수와 밴드가 다 함께 사용했다.

단독콘서트가 아닌 한국에서 3팀 몽골에서 6팀가까이 참여하는 공연이라 복도를 따라 수많은 대기실이 존재하고 각 방앞에도 경호팀, 스태프분들이 까지 해서

무대뒤엔 수백 명이 되는 사람들이 있었다.


체육관을 세로로 두고 무대가 서있었고  1층은 스탠딩, 2,3층은 좌석 형태의 공연이었다.



-식사

공연장의 식사는

첫날 리허설 때는 몽골현지식 [보따떼 호라]라는 볶음밥과, 양고기가 들어간 도시락, 몽골전통의 볶음 국수.


공연날은 피자와 치킨이었다.

피자는 두 종류를 준비해 주셨는데 한 종류는 일반 페퍼로니 피자였고, 한 종류는 특이한 고기가 들어간 페퍼로니 피자였는데 아마도 양고기로 추정된다.

몽골은 양고기가 주식이라는데 한국에서 양고기를 많이 안 먹어본 관계로  식사관련해서 걱정을 했는데, 음식들이 입에 잘 맞아서 맛있게 식사를 했다.



  








3. 공연


-리허설

우리는 대체로 공연 당일에 리허설을 하는 경우가 대부분인데, 공연팀이 많은 관계로 공연전날 공항에 도착하자마자 공연장으로 직행했다.


올라가서 악기를 세팅하고 리허설을 하려고 장비들을 체크하는데 공연 전 한국에서 보낸 장비목록이 중간에 소통에 문제가 있었는지 멤버들이 들어야 하는 퍼스널믹서시스템이 딱 한대밖에 도착하지 않은 상황.(우리가 필요한 건 6대).

최대한 노력하면 몇 시간 안에 두대정도는 더 가져올 수 있다고 해서 우선순위를 정해서 드럼-피아노-기타 E 에게 퍼스널 믹서를 배정하고, 가수는 모니터감독님이 직접 믹스해서 무선인이어로 보내주시는 걸로 하고, 남은  기타 J 와 나는 발밑에 놓인 모니터스피커로 공연을 해야 했다.




15000 석 되는 커다란 체육관, 여기저기 울리고 튕겨져 나오는 소리에 발 앞에 놓인 모니터스피커가 제 역할을 못해서 드럼을 최대한 의지해서 공연을 해야 하는 관계로

중간중간 드럼 M을 간절히 쳐다보며 공연을 해야 했다.


메트로놈 없이 공연을 하는 게 거의 처음이다 보니 걱정이 많았지만 어떤 환경에도 공연은 실수 없이 잘 진행해야 하니까 불안한 마음은 다 내려놓고 그간 우리가 해온 시간과 연습들을 믿을 수밖에.  

전날 늦은 시간까지 리허설을 진행한덕에, 공연당일 리허설은 짧은 시간 안에 끝낼 수 있었다.




-파이팅의 시간

파이팅이 필요한 오늘의 기도는 기타 E.





-공연


만오천 석이 들어온다는 체육관에 관객들이 가득하다.

순서에 맞춰 무대에 올라가니 관객들의 반응도 뜨겁다.

헤네치아분들이 가득한 공연이 아닌 일반 관객분들이 주인 공연이라 평소완 다른 긴장감이 들었는데 어느 순간부터는 다 잊어버리고 즐겁게 공연을 했다.

빠르고 신나는 곡 위주의 셋 리 스트라 공연을 하면서도 너무 즐거웠고, 드라마 꽃보다 남자를 좋아하시는 분이 많은지 ‘내 머리가 나빠서’를 부를 때는 떼창을 불러주시는 모습을 보면서 히트작품의 힘을 또 한 번 실감했다.


물론 위기도 있었다.

중간에 돌출무대 끝까지 나왔는데 드럼 없이 연주해야 하는 부분에 돌출무대에는 따로 모니터 스피커가 존재하지 않고, 무대 뒤에서 들리는 원래음악과, 앞에서 벽에서 부딪혀서 돌아오는 소리가 한 박 이상 차이가 나는 채로 모두 섞여서 도저히 박자를 셀 수 없는 상황.

 간절한 눈으로 저 멀리 드럼 M을 쳐다보니 바로 눈치채고 머리 위로 박자를 세준 덕에 아무 문제 없이 위기를 모면할 수 있었다.

역시 함께 보낸 긴긴 세월은 우리를 배신하지 않는다고 느낀 순간.  


새로운 나라에 새로운 관객들 앞에서의 공연이 무척 즐거웠다. 아름다운 자연경관과 열정적인 관객들을 만나러 언젠가  다시 이 나라로 돌아올 수 있기를 바라본다.

 

바야르라! 몽골리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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