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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11-27 멕시코 멕시코시티

Teatro Mertopolitan


1. 로케이션 -멕시코 멕시코시티


멕시코 여러 지방으로 나가려면 멕시코시티를 무조건 경유해야 하는 탓에 이 한 달 동안 멕시코시티 공항을 4번이나 방문했다. 이번이 정말로 마지막 멕시코시티!


익숙한 공항에서 나와 커다란 버스를 타고 길을 달리다 보니 2019년에 다 함께 기념사진을 찍었던 익숙한 건축물인 혁명기념탑 [Monument to the Revolution] 이 보인다.


고급 호텔이나 공연장이 혁명기념탑 주위에 많이 있는지

늘 멕시코시티의 공연 거점은 이곳이었다.

기념탑 주변으로 멕시코 특산품들을 파는 가게들이 늘어서있다.


차도는 넓지 않고 번화가 주변이라 차가 엄청나게 많아서

호텔에서 걸어서 15분 정도 걸리는 공연장이 차로 50분 이상 걸렸다. 중간에 제발 걸어갈 수 있게 내려달라고 소리라도 지르고 싶은 기분이었다.


2. 공연장 -Teatro Mertopolitan


공연장에 들어간 순간  뭔가 그리스 신전 같기도 하고, 어느 나라에 고풍스러운 오페라극장 같기도 한 것이 위압감이 느껴진다.. 관객석 양 옆으로 커다란 조각상이 서있고 빨간 벨벳 커튼이 눈을 빼앗는다.


공연장은 1층 대기실은  2층인데 한 사람이 겨우 지날만한 철제로된 원형계단을 가파르게 올라가야 한다.

대기실은 가수와 밴드방을 나눠줬는데 화장실도 깨끗하고 쾌적하다.


오늘의 식사는 한식도시락.



3. 공연


-리허설

공연장까지 오는 길은 험난했지만 예쁜 공연장과 널찍한 대기실에 기분이 좋아진 것도 잠시.

무대 위 감독님들의 표정이 좋지 않다.

무슨 일인가 하니 모든 악기에서 잡음이 너무 심해서 공연이 불가능한 지경.

일단 밴드는 대기해 달라고 하셔서 먼저 식사를 하고 메이크업을 시작했다. 아티스트까지 도착하고도 문제가 해결되지 않아서 오늘 괜찮은 걸까 하는 불안감이 심해진다.


마지막 공연에 셋 리스트변화도 많고 럭키가이, 문라이트 등 예전 곡들이 많이 들어와서 합주도 해봐야 하는데..

불안감이 점점 커져가는데 갑자기 아티스트 보드에 앰프가 고장 나서 일렉기타를 오늘 사용할 수 없을 것 같다는 것과, 베이스기타는 무선을 사용할 수 없을 것 같다는 비보가 도착했다.

문라이트인데.. 오백만 년 만에 신나는 문라이트가 셋 리스트에 있는데 줄을 달고 춤을 추러 나가야 하다니…


뒤늦게 정리가 되고 리허설이 시작되었다.

리허설은 다행히 잘 진행되고 팬 관람이벤트가 시작되었다.예전처럼 같은 정말 멜로디도 기억도 안 나는 곡부터

어린이 관객을 앞에 두고 불러주는 스노우 프린스까지 즐거운 시간을 보내고 이제는 공연준비를 위해 들어가려는데.


으응?

무선팩에서 내 인이어가 빠지질 않는다.

아무리 힘을 줘도 달래 봐도 빠지질 않는다.

점점 케이블이 분리되어 가는 지경이고, 여기서 더힘을 줬다간 인이어가 뜯겨 나갈 것 같아서 울상이 된 채로 무대옆의 T감독을 불렀다.


당장 공연을 해야 하니 이걸 지금 억지로 빼보는 건 너무 위험하다는 판단하에 그냥 이대로 공연을 진행하고

공연 후에 분리를 해보기로 결정.



-파이팅의 시간

이번공연 마지막 기도는 드럼 M!

길고 길었던 투어의 마지막 공연이기도 하고,

불안한 부분들이 많은 만큼 전부 다 맡긴다는 마음으로 간절히 기도를 했다.



-공연


이번투어 중 가장 관객이 많은 공연인 데다가 마지막 공연이기도 해서 다들 마지막 남은 힘까지 끌어내서 공연을 불태웠다.

가수가 일렉기타를 칠 수 없는 것도, 베이스기타가 무선으로 연주를 못하는 것도, 인이어가 고장 날까 하는 걱정들도 모두 잊고 어느 때보다도 즐거운 공연을 했다.

셋 리스트가 예전에 많이 하던 순서와 분위기라 더 즐거웠던 것도 같다. 관객분들의 반응도 뜨겁고 아 이대로 라면 한 3회 정도는 더 할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어리석은 생각이(!) 잠시 들기도 했다.




-투어를 마치며



다른 멤버들이 모두 아프던 한 달 사이 이상하게 멀쩡하던 내 몸은 뒤늦게 긴장이 풀려서일까, 공연을 다 마치고 멕시코시티에서 로스앤젤레스 공항에 도착하자마자 배터리를 다했다.

몇 시간 동안 대기하던 라운지에서부터 두통이 심해지더니 비행기 타기 직전에는 몸살 끼가 올라와서 아예 몸을 가누지 못할 지경까지 왔다.

제발 한국 갈 때까지만 버텨달라고 내 몸에게 부탁을 하며 진통제를 때려먹고 비행기에 올랐다.

그 후 13시간가량의 비행은 그냥 약기운에 취해서 자면서 돌아왔다.



몸상태가 멀쩡한데도 이렇게 힘들었던 공연을 아픈 몸으로도 완주해낸 우리 멤버들에게 정말 큰 존경과 박수를 보낸다.

돌아와서도 다들 아직 몸상태가 돌아오질 않아 고가의 공진단을 주문한 멤버도 있고, 아직도 심한 배탈과 몸살끼에 시달리고 있는 멤버도 있고…

다들 이제 나이가 먹은 걸까.. 이번 투어가 몸에게도 장비들에게도 유독 혹독 했던 걸까.

(결국 내 인이어도 반쯤 사망했고, 마지막까지 살아남았던 보드의 파워와 베이스기타의 연결포트까지 마지막 비행에서 사망하면서 투어 내내 멤버들의 부서진 장비들의 값도 천만 원을 훌쩍 넘어섰다..)


그래도 누구 하나 다치는 일 없이 무사히 공연을 다 마치고 돌아오게 하심에 감사하며. 하지만 다음에는 다들 좀 더 건강히 장비도 부서지지 않고 다녀올 수 있는 투어가 되길 바라며.

30일가량의 9개국, 11개 도시(한 군데는 취소가 되었지만) 공연. 20회의 비행, 13개의 호텔 숙박의 기나긴 여정이 이제 막을 내렸다.


다들 모두 가정에서 푹 쉬고 재충전해서 내년에도 또 즐거운 여행길을 많이 함께 오를 수 있기를 바라고 기도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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