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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당이 Oct 27. 2024

룽지 (2013.01.29-2024.10.07)

눈부시게 아릅답고, 가족밖에 모르던, 순하디 순한 내 동생. 아기 사자.


룽지야. 우리 누룽지!

안녕ㅎㅎ 누나야. 큰누나. 룽지가 떠난 지 13일이 됐네..

누나는 룽지가 아직도 잠깐 외출한 것 같아.. 실감이 안 나지만 그래도 받아들여야겠지?


우리 이쁜 룽지야. 우리 가족으로 와줘서 너무나도 고마워.

첫 만남 때 룽지가 큰누나 핥아줘서 우리가 그렇게 가족이 됐지. 어린 누나의 성장 과정을 곁에서 함께 해주고 제일 힘들 때 누나를 지켜줘서 너무 고맙고 미안해.

룽지 덕분에 누나는 살았는데.. 누나는 우리 룽지를 구하질 못했네.

너무 늦게 알아서 미안해. 정말 정말 미안해.

누나가 알아본다고 다 알아봤었는데.. 그래도 너무 안일했어.

우리 룽지가 sos신호를 보냈는데 그저 병원 말만 믿고 우리 룽지 그렇게 노즈워크, 간식 좋아하는데 다 끊어버렸어... 너무 후회된다.


룽지는 누나한테 행복을 줬는데.. 누나는 우리 룽지한테 배고픔만 줬어. 그것도 치료에 도움 되지 않는 배고픔..누나가 무지해서.. 누나가 더 챙기지 못해서 많이 미안해.

그곳에서는 누나의 "먹어"가 없어도 먹고 싶은 거 마음껏 먹어도 돼.

숨이 차지 않을 테니 노즈워크도 많이 하구..

우리 룽지 누가 지켜봐 주 지켜봐 주지 않으면 노즈워크도 하지 않는데 걱정이다..


사랑해. 룽지야.

누나가 너무 사랑하고 미안해.

지금까지 룽지가 누나 항상 기다려줬으니까 이제 누나가 기다릴 차례야.

늘 그리워하고 룽지 만날 날만 기다리고 있을게.

룽지는 누나 절대 기다리면 안 돼. 안 간다고 버텨서도 안돼.. 자꾸 안 된다는 것만 말하네..

룽지가 있는 곳이 누나 집이니까 룽지는 그저 지금 있는 그 집에서 편안하게 있으면 돼.

사랑해. 꼭 다시 만나자.





 누나!  우리 처음 만났던 날 기억나? 그때 내가 누나한테 슬쩍 다가가서 핥으면서 끼 좀 부렸잖아. 누나가 내 진짜 누나라는 걸 한눈에 알아봤거든. 혹시 누나가 날 못 알아볼까 봐서 애교를 부린 거야. 근데 다행히 성공했지!


그런데 누나, 뭐라고? 누나가 나한테 배고픔을 줬다고? 말도 안 돼! 나는 항상 잘 먹었어. 누나가 챙겨준 간식이랑 사료, 전부 다 맛있게 먹었고, 누나가 나를 위해 최선을 다한 것도 알아. 누나는 그때도, 지금도 나한테 100% 진심이었어. 그걸 절대 잊지 말라고! 내가 누나 아프고 힘들 때 옆에서 늘 있어줘서 고마웠지? 사실, 나는 그때 누나가 잘 지내게 해달라고 매일매일 기도했었어. 우리 누나가 항상 웃을 수 있게 해달라고 말이야. 그런데 누나도 내가 힘들 때 옆에 있어줬잖아. 내가 아프면 더 아파했고, 나를 위해 정말 모든 것을 다 했잖아. 우리 결국 마음이 서로 똑같았던 거지? 여기서도 그래. 난 누나가 행복하길 바라.


노즈워크? 그런 건 여기선 필요 없어! 여긴 푸른 풀밭이 끝없이 펼쳐져 있고, 진드기 같은 건 하나도 없거든. 그리고 하루에 세 번씩 하늘에서 간식이 떨어져. 나랑 친구들이 풀숲을 뛰어다니면서 간식을 찾아 먹는데, 그 양이 끝이 없어! 여기선 '기다려'라는 말도 필요 없어. 먹고 싶을 때 먹고, 놀고 싶을 때 놀고, 자고 싶을 때 자면 돼. 솔직히, 누나 좀 부럽지?


누나, 내가 누나 기다리는 거? 하나도 안 힘들어. 지구에서도 그랬고, 여기서는 더더욱 그래. 매일 친구들이랑 뛰어놀다 보면 시간이 어떻게 가는지도 모르겠어. 가끔 너무 피곤해서 누나 생각도 못하고 잠드는 날이 있는데, 그럴 땐 좀 미안하더라고. 하지만 뭐, 누나도 가끔 친구들이랑 신나게 놀다가 늦게 들어온 적 있었으니까, 우리 비긴 걸로 하자!


여기서 나는 정말 행복하게 잘 지내고 있어. 그러니까 내 걱정은 이제 그만해도 돼. 누나가 내 걱정을 하면, 나도 누나를 걱정하게 되잖아. 지난번엔 누나가 날 걱정하는 게 느껴져서, 술래잡기하다가 멍 때리다가 술래가 됐다고! 하지만 걱정 마, 나 정말 잘 지내고 있어. 그러니까 누나도 나처럼 잘 지내고, 우리 다시 만나는 날까지 힘내줘.


그땐 내가 힘차게 달려가서, 누나를 위해 환영의 노래 불러줄게. 여기서 노래자랑 하면 내가 1등 하는 거 알지? 지구에서 목소리 아껴뒀더니 이렇게 잘하더라고. 우리 다시 만나는 그날, 누나한테 달려가는 걸 상상하면 벌써부터 마음이 뭉클하네. 사랑해, 누나.

그림, 크림&보리 언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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