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당이 Oct 29. 2022

시간이 흘러야 알 수 있는 것들

무릎을 탁 친다

통찰력이나 이해의 폭이 나이와 꼭 비례하는 것은 아니지만 한 살 두 살 먹어가며 그래도 한 두 가지씩은 배우니까 참 다행이라고 생각한다. 과거엔 진짜 몰랐는데 시간이 지나 되돌아보면 깨닫게 되는 일들이 있다.


아주 오랫동안 잊고 있던 기억이 떠올랐다.


서울의 북쪽에 살던 우리 가족은 아버지가 건물을 하나 짓게 되며 동쪽으로 이사를 오게 되었는데 건물이 다 지어질 때쯤 아버지는 건물 이름을 고민하셨다.


그 당시 7살이던 나는 별님 빌딩, 달님 빌딩 아니면 해님 빌딩 셋 중에 하나로 지어달라고, 반짝반짝하는 느낌이 들어가는 이름이면 다 좋다며  꼭 그렇게 지어달라 부단히 아버지를 졸랐다.


사실상 아버지는 독불장군 스타일이었으므로 내 부탁을 들어줄 거라 100프로 기대하진 않았으나 막상 내가 원한 어떤 단어도 들어가지 않은 건물 이름을 확인한 나는 울어버렸다. '이럴 줄 알았어... 아빠는 정말 자기 맘대로야... 내가 반짝이는 해님 달님 별님 뭐든 반짝이는 단어.. 넣어달라니까....' 하며 원망과 섭섭함을 속으로 쏟아냈다.


지금 아버지는 돌아가셨지만

그 건물은 여전히 그 자리에 서있다.

회사와 가까워서 가끔 오다가다 지나치지만

아직 아버지의 부재가 아픈 나는

그 건물에 발을 잘 들이지 않는다.


그리고 바로 어제, 주행 중 우연히 지나치며 건물 이름을 한번 쓱 보고 나서 비로소 32년 만에 나는 아버지가 7살 꼬마의 이야기에 귀를 기울였었음을 깨달았다.


동명(東明)

동녘 동, 밝을 명


아버지 건물의 이름이다.


어려운 한자도 아닌데 이걸 왜 이제야 깨달았을까.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