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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당이 Jan 15. 2023

일은 일터에서 하는 겁니다.

내일의 나에게 Cheers!

한 번쯤은 해보리라 다짐했었다.

영화나 드라마에서 나오는 멋진 커리어우먼처럼

호텔 비즈니스룸에서 책상 위 잔뜩 쌓인 서류들을 들춰보며 노트북으로  간지 나게 열일하는 그런 장면 말이다.



일을 마치면 야경을 바라보며 거품목욕도 하고

폭신한 침대에 누워 책도 좀 읽으면서 근사한 음악도 듣고 그런 거 말이다.


어째서 이토록 현실과의 괴리가 큰 것인가?


현실의 나는 멋진 커리어우먼 아니고 그냥 일 중독자고,

카메라 앵글에 잡히지 않은 저편에는

마시다만 와인병과 먹다만 안주들이 나뒹군다.


왜 여기까지 와서 나는 일을 해야 하냐고,

나한테 이 일 시킨 거 누구냐고 생각하다가 결국

-그건 나니까- 찍소리 하지 않고 작업을 계속한다.

(나는 나에게 좀처럼 반항하지 않는다.)


일은 역시나, 언제나, 늘 그랬듯  끝내지 못하고

영어에 감을 잃어 좌절하던 찰나 올해 초부터

야침 차게 시작한 영어스터디 숙제는 데드라인이 있으니 그건 오만상을 찌푸리며 끝내봤다.


숙제하고 나니 일할 의욕이 사라졌다.

다 필요 없고 뷰가 끝내줘서

남산타워를 안주삼아 그냥 열심히 마셨다.


그러다 거품목욕은 무슨.

지독하게 피곤했던 하루인지라

몇잔 마시지도 못하고 취해서 잠들었을 뿐.



'사실은 일 하러 온 것은 아니었는데

마침 노트북이 있었을 뿐이다.'라고 나를 위로해 본다.


일은

내일의 내가 할 거다.


일을 왜 호텔에서 해 대체.

일은 일터에서 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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