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동형 인간의 결혼식 준비

평범하게 살고 싶다.

by 당이

나의 급하고 충동적인 성격은 아빠가 남겨준 유산이다.

이런 엄청난 유산을 물려줘놓고 아빠는 늘 입버릇처럼

내게 평범하게 살라 하셨다.


내 인생은 늘 그랬다. 질러놓고 수습하기.

성격이 곧 팔자라더니. 결혼도 그렇다.


결혼식 두 달 전에 베뉴를 예약하고

한 달 반 전에 스튜디오 촬영을 하고

뷔페 시식을 다니고 식순 정리와 플라워 미팅을 마쳤다.


이제 본식 드레스 피팅이 남아있다.

큰 기대하지 않았지만 역시나 내 몸뚱이는 정상화되기 어렵고 사실상 포기 상태. 일단 최대한 팔뚝을 커버할 드레스를 고르는 것이 관건.


스튜디오 촬영날 헤어메이크업을 받는데

주변의 예비부부들은 죄다 20-30대고

그 사이에서 나이 든 나는 주름 가리기 바빴다.

'아, 이래서 결혼은 예쁘고 탱탱할 때 해야 하는 건데' 하며 한탄을 했다.


6월 초에 머리를 짧게 잘랐는데 담당 헤어디자이너가 도대체 9월 말에 결혼할 사람이 왜 머리를 짧게 잘랐냐고 묻는다. 그러게 말이다. 머리 자를 땐 나도 9월에 할 줄 몰랐지. 7월에 결정된 일인 걸.


10년 연애의 끝이 결국 결혼일 것을 과거에 알았다면 그냥 1년 차에 해버렸다면 예쁜 모습으로 사진도 남기고 지금쯤 초등 저학년 자식이 있을지도 모르는데.

다 늙어서 결혼준비하려니 고생이 이만저만이 아니다.


좋은 점은 누가 들어도 놀랄 짧은 기간 동안 결혼식을 준비해야 하니 뭐든지 서둘러 진행해 준다.

보통 한 달은 걸린다는 사진 보정도 일주일 만에 해준단다. 스케줄 안 맞아도 진짜 식이 얼마 안 남았으니 어떻게든 잡아서 진행해 준다. 디렉팅팀 극한 직업... ㅎㅎ


하객은 최소화하기로 해서 양가 60명 총 120명 정도 예상. 친구 없어서 아쉬워했는데 어차피 진심으로 축하해 주는 사람들만 부를 거니까 뭐 나쁘지 않다. 축가는 남편과 친정엄마가, 사회는 아나운서가 된 내 친구가 진행해 주기로 했다. 인복은 양보다 질이다.


하루에도 몇 번씩 감정기복이 널을 뛰고

팔딱팔딱 뛰다가 진정됐다가를 반복.

길어지면 진짜 정신병 걸릴 것 같다.


이런저런 우여곡절을 겪으며 10년 연애하고

2개월 만에 결혼준비를 하는 것이 최초(?)인지

아닌지는 모르겠으나 결코 평범한 과정은 아니겠지.

그래도 결혼생활은 평범히 행복하길 바라본다.


아빠가 나한테 제발 좀 평범하게 살라고 하신 게

본인과 가장 많이 닮은 내겐 그게 가장 어려운 일이란 걸 아셔서 그러셨나 보다. 아니면 그게 당신의 꿈이었는지도 모르겠다. ㅋㅋ


오늘 하루라도 좀 평범하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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