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당이 Sep 23. 2023

결혼식 당일

아직도 노 실감

세상에. 사람이 결혼을 하는데

그게 오늘이다.


성격이 팔자라더니

두 달 만에 결혼준비를 마치고야 말았다.


결혼준비 글을 처음 쓰면서

준비과정을 상세하게 글로 적어

브런치북을 발행하리라 다짐했으나

다짐뿐이었다.


웨딩베뉴 선정 후 1-2주는 아무 생각이 없었고, 스튜디오 촬영을 하고 나서는 매우 싱숭생숭해졌으며, 말이 스몰웨딩이지 예산은 절대 스몰 하지 않았기에 돈을 물 쓰듯 써가면서 스트레스를 받았다.


게다가 사소한 결정이 어려운 나는 매일같이 쏟아지는 질문 세례와 선택지들에 두통을 달고 살았더랬다.

매일 퀘스트깨는 느낌이랄까.


브라이덜샤워는 엄마, 이모와 함께 드레스를 입고 스튜디오 촬영을 했다. 나는 매우 피곤했으나 너무도 행복해하는 두 사람을 보며 만족했다. 친구도 뭐 별로 없다만 일반적인 브라이덜샤워보다는 더 의미 있었다고 생각한다. 또 사진 셀렉 지옥이 기다리고 있지만.




결혼 준비하며 느낀 점을 정리해 본다.


1. 정신적으로 매우 피곤하다. 끊임없이 울리는 전화, 수 없는 선택지들.


2. 결혼준비하는 사람들이 업체들에게 절대로 갑이 될 수가 없다. 마음에 안 들어서 엎는다고 한들 우리 손해니까. 내 돈내고도 고객님 느낌이 아니다. 개인적으로는 디렉팅팀, 헤어메이크업팀만 마음에 들었다.


3. 결혼 전 인간관계 정리할 수 있는 계기가 된다. 내 사람을 확실히 알 수 있다. 이번에 아주 뼈저리게 느꼈다.


4. 돈을 물 쓰듯 쓴다는 게 어떤 건지 경험할 수 있다.


5. 한 사람의 의견에 동조해 주면  문제가 없다. 결혼준비하며 많이들 싸운다는데 우리는 남자 친구가 뭐든 오케이를 외쳐주어서 갈등이 별로 없었다. 이 스트레스 난국에 서로 자기주장하며 싸움이 잦으면 결혼을 포기할 정도에 이르는 것이 어찌 보면 당연하다. 진심 못 견딘다.


6. 두 달만에도 결혼 준비를 할 수 있다. 솔직히 나는 6개월, 1년 이상 준비하는 걸 성격상 못할 것 같다. 그냥 몰아쳐서 하는 게 꼭 나쁘지는 않다.


7. 결혼 준비하며 일종의 동지애(?)가 생긴다. 코 골고 자는 남자친구 얼굴을 물끄러미 바라보며 '음, 당신이 내 남편이 된다는 거군.' 생각하면 또 은근 안정감이 느껴지기도 했다.


어른들 잔치가 아닌 우리의 파티가 되길 바랐다.

진행하다 보니 마음처럼 잘 되진 않아서

잔치와 파티 그 어느 중간쯤 같지만.


이제 헤어메이크업 대기 중.

아직도 아무 생각 없음.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