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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당이 Oct 02. 2023

결혼식, mission completed

유부녀 10일차

결혼이란 걸 드디어 해냈다. 그날의 생생한 기분을 글로 남겨야 한다는 생각에 마음이 바빴지만 몸이 더 바빠서 후기(?)가 너무 늦어졌다.


긴장을 해서 그런 건지, 긴장이 안되어서 그런 건지, 그냥 애가 약간 좀 이상해서 그런지는 모르겠으나 헤어메이크업 다하고 드레스 입고  베뉴로 향하는 차 뒷자리에 앉아 나는 책을 읽었다. 이제는 남편이 된 남자 친구는 조용히 운전만 했고, 차 안의 적막을 깬 건 드레스 잡아주는 도우미 이모님이었다. '아이고.. 두 분 다 너무 말씀을 안 하셔서...'  아, 그랬나. 무슨 말을 해야 할까. 그때부턴 그냥 사진을 찍었다. 다들 드레스 입고 차 안에서 사진 찍길래 나도 남겨봤다.




늘 말버릇처럼 결혼식에 로망 따위는 없다 했던 나는 결혼식 당일, 없다던 나의 로망이 실현된  베뉴의 모습을 둘러보며 뿌듯한 마음으로 고개를 끄덕였다. 


그렇다. 나에게는 사실 정확히 내가 원하는 형태의 결혼식이 있었고, 그걸 현실화하려 애쓴 건 맞다. 남편의 로망은 물어보지 않았다. (남편 미안 ㅋ 내 로망 실현으로도 과하게 바빴음.)


양가 합쳐 처음엔 60명을 예상했으나.. 결국 180명이 넘는 하객을 맞이한 결코 스몰웨딩이 아니었던 예식.


 그러나 베뉴 선정, 플라워배치, 식탁 및 의자 배치, 식순 및  혼인서약서 ,모든 배경음악들, 준비된 음식들, 초대한 사람들.  하나 나와 남편의 손길이 닿지 않은 것이 없었다. 게다가 우리가 준비한 건 아니지만 완벽에 가까웠던 날씨.


일단 내가 원하던 형태의 결혼식이 달 만에 가능은 했고, 얄팍한 인간관계 정리가 되었으며, 너무 힘들어서 이 놈의거 두 번은 못하겠으니 정말 잘 살아야겠다고 다짐한 계기가 되었다.




 결혼 생활에 대한 로망도 없다고 자부했으나 결혼하고 나니 희한하게 마음이 편하고 매일이 평화로운 편이다. 신혼이라 하기엔 연식이 좀 오래된 커플이지만 비슷한 기분이 나기도 하고. 로망이 있긴 한가 본데?


이제는 원가정에서 벗어나 내가 직접 꾸린 새로운 가정은 늘 평화롭고 행복하기를 바라며 노오오력을 해봐야겠다. 성공할 때까지 버티면 실패는 없는 거다.


그리고..8월 2일에 썼던 다짐(?)을 지켜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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