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혼이란 걸드디어 해냈다.그날의 생생한 기분을 글로 남겨야 한다는 생각에 마음이 바빴지만 몸이 더 바빠서 후기(?)가 너무 늦어졌다.
긴장을 해서 그런 건지, 긴장이 안되어서 그런 건지, 그냥 애가 약간 좀 이상해서 그런지는 모르겠으나 헤어메이크업 다하고 드레스입고베뉴로 향하는차 뒷자리에 앉아 나는책을 읽었다.이제는 남편이 된 남자 친구는 조용히 운전만 했고, 차 안의 적막을 깬 건 드레스 잡아주는 도우미 이모님이었다. '아이고.. 두 분 다 너무 말씀을 안 하셔서...' 아, 그랬나. 무슨 말을 해야 할까. 그때부턴 그냥 사진을 찍었다. 다들 드레스 입고 차 안에서 사진 찍길래 나도 남겨봤다.
늘 말버릇처럼 결혼식에 로망 따위는 없다 했던 나는결혼식 당일, 없다던 나의 로망이 실현된 베뉴의 모습을 둘러보며 뿌듯한 마음으로 고개를 끄덕였다.
그렇다.나에게는 사실 정확히 내가 원하는 형태의 결혼식이 있었고, 그걸 현실화하려 애쓴 건 맞다. 남편의 로망은 물어보지 않았다. (남편 미안 ㅋ 내 로망 실현으로도 과하게 바빴음.)
양가 합쳐 처음엔 60명을 예상했으나.. 결국 180명이 넘는 하객을 맞이한 결코 스몰웨딩이 아니었던 예식.
그러나베뉴 선정, 플라워배치, 식탁 및 의자 배치, 식순 및 혼인서약서 ,모든 배경음악들, 준비된 음식들, 초대한 사람들. 뭐 하나 나와 남편의 손길이 닿지 않은 것이 없었다. 게다가 우리가 준비한 건 아니지만 완벽에 가까웠던 날씨.
일단 내가 원하던 형태의 결혼식이 두 달 만에 가능은 했고, 얄팍한 인간관계 정리가 되었으며, 너무 힘들어서 이 놈의거 두 번은 못하겠으니 정말 잘 살아야겠다고 다짐한계기가 되었다.
결혼 생활에 대한 로망도 없다고 자부했으나 결혼하고 나니 희한하게 마음이 편하고 매일이 평화로운 편이다. 신혼이라 하기엔 연식이 좀 오래된 커플이지만 비슷한 기분이 나기도 하고. 로망이 있긴 한가 본데?
이제는 원가정에서 벗어나 내가 직접 꾸린 새로운 가정은 늘 평화롭고 행복하기를 바라며 노오오력을 해봐야겠다. 성공할 때까지 버티면 실패는 없는 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