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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견장수시대

최소 105살

by 당이

15세 토토는 사람 나이로치면 족히 105살이 넘는다.

오늘도 수액 맞는 토토를 동물병원에 데리러 갔다.

대기하고 있는 보호자들이 많아서 또 한참 걸리겠구나 하고 한숨을 쉬며 자리에 앉았는데

옆에 앉은 아주머니가 물으셨다.

'애가 어디가 아파요?'


이제 말하기도 입 아프지만 늘 하는 말을 했다.

'노견이라 신장, 심장이 다 안 좋아요. 수액 맞으러 왔어요.'


그랬더니 몇 살이냐고 해서 15살이라고 했더니

병원 안에 있는 사람들이 모두 놀라며

15살까지 살 수가 있는 거 냔다. (요즘은 흔한데..)


그러면서 8명 남짓 되는 사람들의 걱정이 시작됐다.


15살이면 갈 때가 됐네..

눈은 잘 보이냐, 걸을 수는 있냐, 밥은 뭘 먹냐, 이빨은 다 있는 거냐.. 등등. 오지랖 같지만 뭐 그냥 자주 듣는 소리라서 나이 치고는 그럭저럭 괜찮다 하고 대답하는데 모두가 토토와 나를 측은해하고 위로하는 그런 분위기.


그때 주삿바늘을 뺀 토토가 진료실에서

쏜살같이 뛰어나와 사람들을 충격에 빠뜨렸다.


얘가 걔예요??

얘가 15살이에요???


대체 어떻게 키운 거냐

뭘 먹이냐

뭘 해주냐


질문이 또 쏟아졌다.


그렇게 토토는 동물병원을 활보했다.


그 기력에 비해 오늘 혈액검사 결과는 참담했다.

신장수치가 다 너무 많이 올랐는데

쟤는 저렇게 에너지가 넘친다.


수의사님은 만성이어서 그렇다고 하시며

아주 오래오래 살 놈이라고 해주셨다.


그래, 오래오래 나랑 살자. 김토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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