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재 나에게는 종교가 없다.
그러나
지나치게 조화롭고 아름다운 산자락과 꽃들을 바라볼 때,
수영을 즐기는 내가 깊은 바닷속에서 '끝이 없음'의 공포를 느낄 때,
극혐 하는 벌레들을 바라보며 대체 벌레 주제에 왜 저렇게 정교한 건지 궁금할 때,
이 모든 것들이 우연히 생긴 것 같지는 않다는 불안감이 늘 있었다.
수천 년을 거쳐 창조주를 찬미해오고 있는 많은 사람들이 다 미친 사람들일까? 유명한 과학자들과 철학자들이 전부 미치광이는 아니진 않을까 하는 생각.
내 조상이 진짜 끼끼 원숭이가 아니었으면 하는 바람.
만약 성경이 소설이라면 작가는
정말 말도 안 되게 대단한 놈이거나 미친놈이 분명하다.
꽤 오랫동안 신앙에 대한 갈증이 있었으나
믿기지 않아 믿을 수가 없었다.
나는 미친놈이니까 제 발로 성당에 찾아가 교리수업도 듣었지만 에덴동산에서 진도가 안 나가서 그만뒀다.
대체 왜?
전지전능한 그분은 결과를 이미 다 알았을 건데
왜 자유의지라는 이름 하에 피조물들을 방치해 두고
그걸 원죄라고 하는 걸까.
이것이 그의 빅 픽쳐라면
시험하지 말라시며 정작 본인은 아담과 이브를 시험하는 아이러니는 아닌가?
이게 정말 궁금해서
주변의 독실한 크리스천들에게도 묻고
목사님에게도 묻고 신부님에게도 질문했다.
누구 하나 속 시원한 답변을 안 준다.
그들에겐 흡족할만한 답변이었을지는 모르나
나는 여전히 큰 물음표를 가지고 살아왔다.
가장 불편한 대답은 이런 것들이다.
'믿어지는 시기가 있다.'
'믿어야 믿어진다.'
40년을 기다려도 안 믿어진다.
그러면서도 이런 내가 웃긴 건 언젠가는 믿어지면 좋겠다는 거다.
어디에나 위선자들은 있지만
위선적이고 이기적인 크리스천들을 자주 만나다 보면
역겨운 반감이 들어 눈을 질끈 감아버리게 된다.
그렇게 잠잠하다가도 주기적으로 계속 궁금하다.
그 선악과라는 것이 내 수준으로는 이해가 절대 안 되는 초고차원적인 비유여서 일까? 차라리 초초초초비유라고 하면 그렇다 치는데 또 그게 아니라 진짜란다.
잠이 안 와서 끄적여본다.
속 시원하게 누가 말해주면 마블링 가득한 꽃등심을 사주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