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당이 May 22. 2024

선악과에 대한 미친 호기심

대체 왜?

현재 나에게는 종교가 없다.


그러나


지나치게 조화롭고 아름다운 산자락과 꽃들을 바라볼 때,

수영을 즐기는 내가 깊은 바닷속에서 '끝이 없음'의 공포를 느낄 때,

극혐 하는 벌레들을 바라보며 대체 벌레 주제에 왜 저렇게 정교한 건지 궁금할 때,

이 모든 것들이 우연히 생긴 것 같지는 않다는 불안감이 늘 있었다.


수천 년을 거쳐  창조주를 찬미해오고 있는  많은 사람들이 다 미친 사람들일까? 유명한 과학자들과 철학자들이 전부 미치광이는 아니진 않을까 하는 생각.

내 조상이 진짜 끼끼 원숭이가 아니었으면 하는 바람.


만약 성경이 소설이라면 작가는

정말 말도 안 되게 대단한 놈이거나 미친놈이 분명하다.


꽤 오랫동안 신앙에 대한 갈증이 있었으나

믿기지 않아 믿을 수가 없었다.


나는 미친놈이니까 제 발로 성당에 찾아가 교리수업도 듣었지만 에덴동산에서 진도가 안 나가서 그만뒀다.


대체 왜?

전지전능한 그분은 결과를 이미 다 알았을 건데

왜 자유의지라는 이름 하에 피조물들을 방치해 두고

그걸 원죄라고 하는 걸까.


이것이 그의 빅 픽쳐라면

시험하지 말라시며 정작 본인은 아담과 이브를 시험하는 아이러니는 아닌가?


이게 정말 궁금해서

주변의 독실한 크리스천들에게도 묻고

목사님에게도 묻고 신부님에게도 질문했다.

누구 하나 속 시원한 답변을 안 준다.

그들에겐 흡족할만한 답변이었을지는 모르나

나는 여전히 큰 물음표를 가지고 살아왔다.


가장 불편한 대답은 이런 것들이다.

'믿어지는 시기가 있다.'

'믿어야 믿어진다.'

40년을 기다려도 안 믿어진다.

그러면서도 이런 내가 웃긴 건 언젠가는 믿어지면 좋겠다는 거다.


어디에나 위선자들은 있지만

위선적이고 이기적인 크리스천들을 자주 만나다 보면

역겨운 반감이 들어 눈을 질끈 감아버리게 된다.


그렇게 잠잠하다가도 주기적으로 계속 궁금하다.

그 선악과라는 것이 내 수준으로는 이해가 절대  안 되는 초고차원적인 비유여서 일까? 차라리 초초초초비유라고 하면 그렇다 치는데 또 그게 아니라 진짜란다.


잠이 안 와서 끄적여본다.

속 시원하게 누가 말해주면 마블링 가득한 꽃등심을 사주고 싶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