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뭇잎 한 장의 힘

by 구름마중

산책을 언제나 즐겁지만 또 언제나 정성을 들여야 한다.

잘 걷던 햇님이의 산책 길이 달라졌다.

어느 순간부터 걷기 싫으면 엉덩이가 바닥에서 철썩 붙어버린다.

안아 일으켜 세워주려 하면 다리를 접어 그대로 서질 않으려 한다.

의지가 강하다. 걷기 싫다는,


앞선 친구들은 한 블록을 돌아 어린이집에 도착해 밥을 먹을 시간,

곁에 함께 걸어주던 별님이와 초록이는 아무 말 없이 때론 격려로 그런 햇님이와 나를 기다려준다.


별님이와 초록이의 기다림은,

시간에 쫓기는 실타래 같은 내 마음 한구석에서는 한줄기 빛이다. 고마움이다.


'잘 가자, 어서 가자, 얼른 가자, 후딱 가자' 마음속으로 주문을 건다.

새소리, 열매, 지나가는 타요버스 모든 관심은 별님이와 초록이 귀에만 들리고

햇님이에게는 하나도 이뤄지지 않는 주문이 끝나고


간이 정류장이 보이니 햇님이 의자로 벌떡 뛰어가 올라가 앉는다.

초록이와 별님이도 이때다 싶어 올라가 앉는다.

빛의 속도로 의자에서 다시 내려오는 햇님이

초록이와 별님이가 미소 한번 짓고 즐거움을 느낄 찰라지만 햇님이 마음이 바뀔지 몰라

"어서 가자!"

그렇게 또 10미터 털썩!


날아가는 새에게, 전신주에게, 지나가는 자동차에게 투정을 부리고 싶은 마음이 한도초과 되었다.

"햇님이가 자꾸 안 가려 해서 선생님이 너무 힘들다"

그 투정은 초록이와 별님이가 받아주었다.


내 표정을 유심히 살피던 별님이가 주변을 두리번거리며 뭔가를 찾는다.

그리고 눈과 손이 닿는 작은 나무에서 초록 잎을 하나 떼낸다.

햇님이가 아닌 내게 나뭇잎을 주며,

"선생님 선물이야!"

나뭇잎을 받은 나는 '이거 왜 선생님주야' 물으니


"선생님 힘드니깐"


또 걷는다.

별님이 마음에서 꺼내진 나뭇잎 한 장을 그 깊이만큼 내 호주머니에 넣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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