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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조명찬 Feb 23. 2023

식당이나 해볼까? #13

엄마의 억척스러움은 나를 힘들게 했었다.


테이블이 몇 개 안 되는 우리 식당의 점심시간은 네다섯팀만 한 번에 몰려도 금방 만석이 된다. 만석이 되는 건 감사한 일이지만 그다음부터 오는 손님들을 돌려보내야 하기 때문에 꽤 신경을 곤두세우는 시간이기도 하다.


만석일 때, 손님들이 식당 문을 열고 들어오면 내가 하는 일은 아주 명확하다. 손님들에게 만석임을 알리고 대기해야 하는 시간을 분단위로 명확히 알려줘야 하는 것. 시간의 범위가 정확하게 정해져 있는 직장인들에게 점심시간은 식사와 휴식이 포함된 시간이라 쓸데없이 시간을 낭비했다가는 점심시간의 범위를 넘어서기가 쉽다. 그래서 나는 손님들에게 ‘자리 금방 납니다’라는 무책임한 말을 절대로 하지 않는다. 그것은 아직 식사가 한창인 손님들에게도 ‘손님들이 기다리고 있으니 빨리 먹으라’라는 말 밖에 더 되지 않겠는가!


작은 규모의 식당은 아무리 많은 인원이 몰려도 한 번에 앉힐 수 있는 손님의 수가 제한되어 있다. 그렇기 때문에 점심 매출이 오르려면 점심시간에 얼마나 많은 회전을 하느냐가 관건이다. 테이블 회전은 어느 정도 평균이 있지만 그날의 운에 의해 대부분이 정해진다. 손님들이 적정하게 배분되어 오면 끊이지 않게 자리가 채워지고, 손님이 한 번에 몰리면 만석이 한번 되고 그다음부터는 빈석으로 마감을 할 가능성이 높다. 그래서 점심장사를 중점으로 하는 식당은 규모가 크면 클수록 좋은 것이다. 작은 규모의 식당은 대기하는 손님들이 많아지고 그 식당은 일찍 가지 않으면 대기해야 하는 곳이라 손님들에게 인식되면 발길이 서서히 끊기기 마련이다. 직장인들에게 점심시간은 조금도 허비하기 싫은 시간이기 때문이다.


가게 오픈 초반에 엄마와 내가 처음 부딪힌 게 바로 손님대기에 대한 문제였다. 손님들에게 대기 시간을 정확하게 공지하는 내가 엄마는 이해되지 않았던 것. 오는 손님을 한 명이라도 더 붙들지는 못할 망정 보내고 있는 나를 보고 있자니 엄마가 답답했던 것이다.


그날도 테이블은 이미 만석이었다. 아무리 빨리도 10분은 기다려야 되는 상황이어서 손님에게 대기 시간을 알리고 기다릴지 말지를 선택하게 하고 있는데 등 뒤에서 엄마의 목소리가 크게 들려왔다.


“3분이면 자리 나요. 미리 메뉴 시켜 놓으면 더 빨라요.”


도대체 어떤 계산으로 3분이란 시간이 나온 것인가? 나는 당황했고 손님들에게 민망했다. 3분이란 말에 솔깃해서 손님들은 대기를 했고 결국 10분이 지나서야 자리에 앉았다. 안내한 것보다 더 대기한 것에 대해 손님이 불만을 표하지는 않았지만 나는 이 상황이 잘못돼도 한참 잘못됐다고 생각했다. 점심시간 내내 일이 손에 잡히지 않았다.


점심시간이 끝나자마자 나는 엄마와 차를 한잔하면서 얘기를 했다.


“엄마가 어떤 마음인지는 알겠지만 들어오는 손님은 내가 알아서 관리할게요. 손님들이 기다리든 그냥 가든 그건 신경 쓰지 말아요. 사람들은 점심시간에 쉽게 기다리지 않아요.”


얘기를 끝까지 듣고만 있던 엄마가 얘기했다.


“네가 그러라면 그래야지. 그런데 다른 데 가는 시간이나 여기서 기다리는 시간이나 똑같지. 아니 다른데 가면 시간은 더 걸릴걸?”


“엄마 말이 맞아요. 하지만 사람들은 그렇게 생각 안 해요. 그냥 기다리는 시간만 시간이 가는 거지. 다른 데 가는 시간, 또 다른 데 가서 기다리는 시간은 따지지 않아요.”


“그래, 알았어.”


편안하게 장사를 하면 좋으련만 엄마에게 장사란 아끼고 아껴서 한 그릇이라도 더 팔아 이윤을 남기는 것이었다. 그렇기 때문에 엄마는 단 한 사람의 손님만 돌아가더라도 안타까워했다. 하지만 내 생각은 달랐다. 기다리는 손님은 감사하며 환영하지만 기다리지 않겠다는 손님을 굳이 기다리게 하고 싶지 않았다. 선택은 어차피 손님의 몫이고 내가 아무리 노력해도 되지 않는 부분이 있다. 그걸 인정해야 마음을 조금 내려놓고 장사를 할 수 있다.


예상은 했지만 역시나 엄마는 서운해했다. 어쩔 수 없는 일이었다. 나는 나대로 엄마는 엄마대로 맞지 않는 부분이 있었던 것이다. 그렇다면 그 후로 엄마는 달라졌을까?


결론적으로 말하면 그렇지 않다. 엄마는 가게를 오픈하고 4년이 지난 지금도 가끔 대기손님들에게 정확하지 않은 시간을 말하곤 한다. 나는 그럴 때마다 엄마에게 대기시간의 중요성에 대해 다시 한번 상기시키지만 사실 나는 이미 알고 있다. 엄마는 절대로 손님을 그냥 보내지 못할 것이란 걸….


전에도 그렇지만 나는 엄마의 그런 억척스러움이 여전히 싫다. 한 그릇이라도 더 팔려는 집착이, 얼마 안 되는 돈을 깎자고 시장상인과 실랑이를 하는 모습이 싫다. 가끔 엄마는 나에게 식재료를 싸게 산 것에 대해 자랑을 늘어놓는다. 그러면 나는 엄마가 무안할 정도로 ‘그래서 얼마나 아꼈냐’고 비아냥대곤 한다.

그러면 안 되는 걸 알면서는 나는 신경이 이상하게 뾰족해서는 엄마에게 차갑게 군다.


나는 혼자 그려본다. 엄마가 상인들과 실랑이를 하며 물건을 깎는 모습을, 물건을 깎고 돌아설 때 만족해하는 엄마의 얼굴과 엄마의 뒷모습을 보며 ’지독한 사람‘이라고 원망하는 상인의 눈빛을….


직접 본 적도 없지만 나는 그게 정말 싫었다. 엄마가 누군가에게 환영받지 못하는 사람이 된다는 것이….


그래서 나는 엄마의 억척스러움이 싫다. 그리고 나는 혼자 부끄러워한다. 엄마의 억척스러움 덕분에 교육을 받고 자란 주제에 그걸 싫어하고 있는 나 자신에 대해….


오늘 아침에 장을 보다가 보기만 해도 단내가 폴폴 풍기는 딸기가 눈에 띄었다. 엄마는 절대로 못 사 먹을 비싼 가격의 딸기라고 생각하니 화가 나서 카트에 담았다. 당연히 딸기 가격은 비밀이다. 딸기팩에 당당하게 붙어있는 가격표도 손톱으로 긁어내 깨끗하게 떼어냈다. 맛있게 먹는 엄마의 입을 보고 있자니, 엄마에게 가격을 더욱 비밀리에 부치기로 맘먹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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