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끊임없는 조언, 결국 식당을 하는 건 나 자신
식당 오픈을 한다고 하니 주변에서는 축하의 말보다는 걱정의 말이 먼저 들려왔다. 쉽지 않은 일이라 걱정하는 맘은 알겠으나 반복해서 부정적인 말을 듣고 있자니 위축이 됐다. 당분간 지인들을 만나지 않거나 안부를 묻더라도 식당을 오픈한다는 얘기는 하지 않는 것으로 결론을 내렸다.
오픈 후 한 달이 지날 즈음부터 먼저 안부를 물어보는 주변 사람들에게 소식을 알렸다. 많은 친구들이 가게에 방문했다. 사는 게 바쁘다는 핑계로 오랜만에 보는 얼굴들을 내 가게에서 마주하고 있자니 감회가 새로웠다. 내가 마련한 공간에서 친구들과 편안하게 한잔 마시며 시간을 보내고 있자니 역시 식당을 하길 잘했다고 생각했다.
오픈 3개월이 지나자 방문하는 친구들은 여전히 반가웠으나 그들이 하는 말이 마음에 조금씩 걸리기 시작했다. 생각보다 손님이 늘지 않는 가게 상황을 보며 충고를 조금씩 늘어놓았기 때문.
“손님에게는 무조건 퍼줘야 해.”
“내가 유튜브에서 봤는데 이렇게 하면 안 된데.”
걱정하는 마음은 잘 알겠으나 자꾸 가게 운영에 관해 가타부타 말을 하니 점점 듣기가 싫어졌다. 심지어 평소 라면 물도 잘 못 맞추는 친구가 유튜브에서 본 레시피로 침을 튀며 얘기할 때는 이제 그 친구는 가게에 오지 말았으면 좋겠다는 생각까지 했다.
그래서 손님이 없는 날, 친구들이 오면 부담스러웠다. 손님도 없으니 자리에 함께 앉아서 얘기하기를 원하는 친구들에게 ‘함께 온 지인과의 시간을 방해할 수 없다’는 핑계를 대며 피하기도 했다.
나는 점점 삐뚤어지고 있었다.
“그렇게 잘 알면 너네가 하지 그러니?”
라는 말을 속으로 몇천 번을 외쳤으나 결국 하진 않았다. 이유는 간단하다. 직접 겪어보기 전에는 절대로 모르는 일들이 있으니까.
나는 생각했다.
친구들도 걱정이 돼서 하는 말이었을 것이다. 아마도 오픈하자마자 장사가 잘 됐다면 ‘걱정의 말’은 할 필요도 없었을 것이고. 혹시 그런 말을 들었어도 나는 웃어넘길 수 있었을 것이다. 그러니 이런 못난 마음은 다 장사가 안돼서 이런저런 말도 듣는다는 ‘자격지심’에서 비롯된 것이다.
책임이 없는 말은 원래 쉬운 법이다. 나이가 먹을수록 사람들은 충고하길 즐긴다. 그렇기 때문에 지인들의 이런저런 충고는 아주 자연스러운 일이다. 다만, 그 말들을 자신이 어떻게 소화해내느냐의 문제다.
나는 그 말들을 잘 소화하기로 마음먹었다. 어차피 내가 맘대로 할 일이고 내가 맘대로 할 수 있는 일인데 그런 말에 스트레스받을 필요가 뭐가 있겠는가!
1년이 지나자 자연스럽게 충고의 말이 사라졌다. 특별한 이유는 없다. 시간이 해결해 준 것이다. 시간이 해결했다는 것은 그 모든 것들이 말 그대로 ‘기우’였다는 증거다.
나를 걱정하는 친구들의 마음을 사실 긍정적으로 받아들이지 못했다. 아무리 좋게 생각하려고 해도 가끔씩 서운함을 넘어 분노가 일기도 했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 가게가 조금씩 자리를 잡아가자 걱정의 말들이 사라지고 믿음의 말이 들려오기 시작했다. 나만 혼자 괴로워하고 분노하고 있었던 것이다. 그것도 아무도 모르게!
자영업을 시작했으면 모든 결정권자는 자신이다. 잘되도 내가 잘되고 안돼도 내가 안된다. 그 모든 책임은 오롯이 나에게 있다. 그러니 주변의 충고에 귀 닫으며 스트레스를 받을 필요가 없다.
그래도 친구들의 충고가 너무 듣기 싫을 땐 자신을 사장이라 생각하고 친구들을 직원이라고 생각해 보면 어떨까? 어떻게든 회사를 위해 이런저런 방안을 생각해 본 것에 대해 고마워질 것이다. 잘 들어보면 도움 될 만한 얘기들이 분명히 있다.
아무런 대가 없이 도움을 주려는 사람들이 생각보다 주변에 널려있다. 잘 생각해 보라. 자신도 사람들에게 특별한 대가 없이 잘 대해줬을 때가 있을 것이다. 사람들도 그런 마음이다. 그냥 당신이 잘 됐으면 하는 마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