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출은 있는데 순이익은?
식당을 한다는 건 어찌 보면 참 단순한 일이다. 사람들이 시장에 가서 재료를 사고 요리를 하는 시간을 대신해 주는 것. 결국 사람들의 시간을 벌어주는 것.
사람들의 시간을 벌어주는 대가로 돈을 받는 것.
일본 요식업계의 전설, ‘우노 다카시‘가 쓴 <장사의 신>을 보면 이런 이야기가 나온다.
시장에 있는 토마토를 가져다가 썰어만 줘도 돈을 얹어 받을 수 있으니 장사라는 게 얼마나 쉬운 거냐
장사를 시작하기 전 읽은 이 책에서 나는 많은 영감을 받았다. 장사를 너무 어렵게만 생각했던 것은 아닌지, 일단 시작하면 될 것을 너무 준비만 요란하게 하고 있는 것은 아닌지, 되돌아볼 수 있는 계기가 됐다. 책을 몇 번씩 반복해서 읽으며 큰 용기를 얻었다.
하지만 막상 장사를 시작해 보니 ‘우노 다카시‘가 한 저 말에는 얼마나 많은 뜻이 숨겨져 있는지 깨닫게 됐다.
시장에서 토마토 10개입 한 박스를 7,000원에 샀다고 가정하자. 이것으로 토마토를 얇게 저민 후 꿀을 뿌려 내는 ’ 꿀토마토’를 만들 것이다. 사이드 안주로 해서 5,000원 정도면 적당하겠다.
토마토 원가가 한 개당 700원, 꿀 원가가 접시당 300원. 메뉴에 들어가는 원가는 총 1,000원.
1,000원을 들여 5,000원을 버는 셈이다. (물론 여기엔 시장을 가는 비용, 토마토를 써는 인건비, 테이블당 임대료 등이 포함되어야 더 정확한 계산이겠으나 단순하게 계산하기로 한다.)
토마토를 하루에 10개만 판매한다고 치면 하루에 순이익은 50,000-10,000원=40,000원 한 달(30일)로 치면 1,200,000원
토마토를 썰어서 꿀만 뿌려줬을 뿐인데 사이드 단일 메뉴로 순이익으로 괜찮다. 토마토를 210,000원에 사서 큰 수고 없이 1,200,000원에 판셈이다.
이 보다 쉬울 수 있을까? 그래서 일본에서도 유명한 ‘장사의 신’ 그렇게 얘기한 것이었구나. 맞는 얘기다. 가능한 얘기다. 하지만 여기에서 간과한 사실이 하나 있다. 바로 재고!
많은 사람들이 식당을 시작할 때, 재고부담을 크게 생각하지 않는다. 판매에 온 신경이 집중돼 있기 때문이다. 재고 관리를 생각하지 않으면 어느 순간 앞으로 팔고 뒤로 밑지는 순간이 찾아온다.
다시 한번 토마토를 판매해 보자. 메뉴는 동일하다. ‘’꿀토마토‘ 원가도 판매가격도 동일하다.
700원짜리 토마토에 300원어치 꿀을 뿌려 만든 원가 1,000원의 꿀토마토. 판매가격은 5,000원
판매 조건은 변한 것이 없다. 단, 하나의 가정을 바꿔보자. 10개의 토마토를 샀는데 그날에 꿀토마토가 단 한 개만 팔린 것이다.
토마토 10개입 한 박스 원가 = 7,000원
토마토 1 접시에 들어간 꿀 원가 = 300원
꿀토마토 한 접시 5,000- 꿀토마토 원가 7,300원
=-2,300원
판매가 보다 원가가 높은 상황이 발생한 것이다.
물론 토마토가 단 하루 만에 상하는 재료가 아니라 ‘저장기간’에 따른 계산이 고려되지 않았지만 식당에 사용되는 많은 재료의 재고가 쌓이고 쌓이면 결국 순이익에 큰 영향을 미치게 된다.
식당을 시작할 때 가장 먼저 고려하는 것이 메뉴다. 메뉴를 선정할 때는 많은 이유가 있다. 자신감, 유행, 특별함 등의 이유로 메뉴를 선정하지만 그 어떤 이유에도 빠지지 않고 고려해야 하는 것이 재료의 재고부담률이다.
내가 잘할 수 있는 메인 메뉴를 선정한 후, 메뉴를 추가하고 싶다면 기존에 쓰는 재료를 가지고 만들 수 있는 추가메뉴를 연구해야한다.
재고의 부담을 고려하지 않고 생각난대로 추가메뉴를 구성한다면 냉장고에 재고만 늘어날 뿐이다.
버리면 그게 다 돈이다. 크게 생각하지 않은 부분에서 순이익이 줄어들고 있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