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9년, 부산의 커피학원장, 제자, 기획자가 함께한 첫 SIT
프롤로그
– 기술 너머의 문화 (고베)
2009년, 나는 커피를 사랑하는 사람들과 함께
일본 고베로 떠나는 첫 번째 커피 투어를 기획했었다.
일본 전문 SIT 여행사 대표이자 현지 인솔 통역자로서,
부산의 커피학원장님과 함께할 여정이었으며,
참가자들은 모두 각기 다른 길 위에 있었다.
카페 창업을 꿈꾸는 예비 사장님들,
주말 커피 취미를 깊게 파고드는 직장인들,
제빵 하면서 커피와의 새로운 만남을 꿈꾸는 제빵사 분들.
그들은 ‘단순한 학생’이 아니라
각자의 꿈과 일상을 커피로 잇고자 하는 제자들이었다.
나는 그들을 데리고 고베에 도착했다.
UCC Coffee Academy 강의실에서 아카데미
강사님께서 직접 보여주시는 핸드드립, 로스팅 기술.
통역하면서도, 참가자들의 눈빛이 점점 변해가는 걸 느꼈다.
“이 추출법을 배우면 제 카페에서 이렇게…”
“제빵과 커피 페어링을 이렇게 하면 되겠네요.”
“집에서 이렇게 내려 마시면 주말이 달라지겠어요.”
하지만 기술을 배우는 동안,
더 중요한 순간들이 있었다.
강의실 밖 복도에서 강사님과 나누는 짧은 대화들,
로스터리 방문 중 마스터와 손님 사이의 눈인사들,
킷사텐에서 커피 한 잔을 사이에 둔 참가자들끼리의 속삭임들.
고베와 오사카의 로스터리를 돌며,
이국에서 느끼는 커피의 신세계를
UCC Coffee Museum에서 커피의 역사를 마주하며,
나는 깨달았다.
커피의 문화를 만들어온 글로벌 커피 기업의 발자취에
대해서, 그리고 창업자의 헌신적인 커피愛 까지
기술은 커피를 내리게 하지만, 문화는 사람을 잇는다.
카페 창업예정자는 로스터 마스터와의 대화에서
‘손님과의 관계’를,
취미 직장인은 킷사텐 단골석에서
‘일상의 여유’를,
제빵사는 학원장님의 한마디에서
‘빵과 커피의 동행’을 발견했다.
그 여행은 단순한 ‘커피 교육 투어’가 아니었다.
나에게는 커피 문화와 산업 생태계를 관찰하는 현장이었고,
참가자들에게는 각자의 커피 여정을 시작하는 출발점이었던 것이다.
당시 한국에서는 커피 붐이 일어나고 있었으며,
에스프레소 머신이 보급되고, 바리스타 직업이 주목받던 때.
하지만 일본의 로스터리와 킷사텐 문화는 여전히 낯설었다.
그래서 나는 단순 관광이 아닌
**SIT(Special Interest Tour)**로 설계했다.
커피라는 공통 관심사를 중심으로,
사람과 사람, 도시와 도시를 연결하는 여행.
그 첫 여정은 성공적이었다.
한 번의 투어가 다음 투어로,
한 번의 만남이 다음 교류로 이어졌고
커피는 그 모든 연결의 중심에 있었다.
로스터와 바리스타, 카페와 손님,
기획자와 참가자, 학원장과 제자들 사이에서.
그때 나는 스스로를 이렇게 부르기 시작했다.
Coffee Architect.
커피를 내리는 사람이 아니라,
커피 문화를 연결하고 설계하는 사람.
이 브런치 연재는
2009년 고베에서 시작된 질문이
17년 동안 사람과 도시를 어떻게 이어 왔는지에 대한 기록이다.
커피는 여전히 한 잔의 음료일 뿐이다.
하지만 그 한 잔이
사람을 만나게 하고,
대화를 시작하게 하며,
새로운 관계를 만들어 내고,
커피는 이동이 아니라 관계이다.
그리고 그 관계는
오늘도 어딘가에서
조용히 이어지고 있다.
부산에서 온 커피인들이 고베, 오사카에서
깨달았던 그때의 잊지 못할 값진 추억의 상자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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