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을 수 없는 존재의 가벼움 - 인물 2

나의 사랑과 운명을 그대에게

by 만두다섯개

토마시는 테레자와 사랑에 빠진 것을 저주와 운명이 동반된 동정이 담긴 사랑이라고 인지한다. 여기서 인지라고 한 까닭은, 그가 사랑한다고 그녀에게 직접 말하진 않지만 사랑하지 않는다고 부정하지도 않기 때문이다. 토마시와 테레자는 Ling Ling과 그 연인 사이의 애증의 관계처럼 시대와 사회가 요구하는 시간과 공간의 흐름 속에서 서로를 엮어간다. 아무리 싫거나 싫증이 나더라도 그들은 함께 시간을 보내려고 한다. 점점 멀어지지는게 아닌 그들이 가진 각자의 선을 넘기려 할 때마다 장난처럼 소설에서는 인물의 골이(주로 테레자가) 신경질 내며 그 선의 존재를 독자뿐 아니라 토마시에게 잊어버리게 한다. 누군가에게 화가 나는 이유가 단순히 상대방이 질린 게 아니라 상대방의 행동이 싫다는 의미로써 느껴진다면, 아직 우린 어떤 의미로든 호감이 남아있다고 본다.

토마시가 나이가 들어감에 따라 자신의 호르몬 감소 등의 이유로 인해 그가 가진 바람둥이라는 삶의 지향성을 내려놓는다고 생각했다. 그가 가졌던 사회적 지위와 명성에 대해 조금씩 탈피되어 어쩌면 테레자가 말했던 추락의 욕구를 욕구 없이 이루어낸 셈이다. 나는 세상이 복잡한 이해관계속에 맞물려 돌아간다고 생각하기에 테레자가 토마시를 추락시켰다고 보지 않는다. 하지만 테레자는 토마시의 추락과 연관이 부재하진 않는다. 나이 들어감에 대한 우울하고 현실적인 묘사보다 그가 가진 젊음이라는 마지막 자원을 토대로 만든 이상형을 꿈속에서 만나 테레자와의 진정한 사랑이 이루어지게 된다.

토마시는 이데아의 완벽한 이상형과 함께하려 한다. 왜냐하면 그가 가진 삶의 지향점 그 자체였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는 저주와 운명이 동반되지 않은 동정으로 꿈속의 테레자를 바라보고 그녀와 함께하기로 결심한다. 결국, 그녀와 융화된 것이다. 테레자는 토마시라는 누군가의 넘볼 수 없는 꿈의 세계(무의식)까지 강렬한 존재감을 가진 사람이며 그녀가 지향하는 무거움이자 그녀 스스로의 존재, 그녀가 보잘것없는 스스로의 모습으로 토마시가 추락하길 바랐던 것과는 반대로 테레자에게 있어 그녀는 그녀의 무거움의 중력으로써 시대를 표류하는 토마시를 자신에게 끌어당김에 성공한다. 여성과 남성의 성, 그들이 가진 무거움과 가벼움의 지향성, 과거와 현재 삶의 태도, 사상과 시대에 순응하거나 저항들을 깡그리 무시하며 그녀는 그가 되었고, 그는 그녀가 되었다. 토마시는 선택이 아닌 인정으로써 사랑을 하게 된다. 그는 테레자의 침대 밑에서 그녀에게 납작 조아리며 그의 경의를 약속한다.

개인적으로 생각하기에 밀란 쿤데라가 사랑을 가장 로맨틱하게 표현한 장면이자, 내가 이 소설에서 가장 좋아하는 부분이다. 그녀는 그가 되고, 그는 그녀가 된다. 모든 것을 초월해 그녀와 그는 융화되며 이 융화된 그들의 모습은 사랑으로써 현현한다. 현실 세계에서 부드럽게 테레자의 잠투정을 부드럽게 대응하며 그들은 다시 밤에 잠기게 된다.

나는 '현실적으로'라는 말을 좋아한다. 왜냐하면 사회적인 기대와 꿈과 이상과 현실을 구분하지 못하게 되는 내가 되는 것이 가장 두렵기 때문이다. 하지만 현실에 충실하게 살아가면 살아갈수록 감정과 감성 없이는 사람으로서는 존재할 수 없다고 느낀다.

'인간적으로' 감정을 느끼는 것이 이루어 말할 수 없는 고통의 현현이라면, '현실적으로' 그 고통을 느낄 수 없다는 것은 불가능하기에. 현실적으로 그날 밤 이후로 토마시가 테레자에게만 헌신적이라는 모습을 보일 순 없을 것이다. 사람은 한순간에 바뀌기 대단히 어렵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런 현실적인 생각은 잠시 밀어 두고 밀란 쿤데라의 사랑의 비유로 이 몰려오는 여운은 그가 자신의 작품들이 고전 작품으로써 읽히기를 희망하는 염원이 납득이 가능될 정도로 아름다운 내용이다. 그가 어떤 인생을 살아왔고 남자와 여성에 대한 고정관념이 어떻던, 사회적으로 어떤 핍박과 고난을 겪었든 간에 상관없이. 그럼에도 불구하고, 테레자와 토마시는 사랑하게 될 것이다.

나는 여러 번 내 사랑에 대한 본능을 부정했고, 부정하면 할수록 나는 삶의 무게가 무거워져 이상을 좇으면서도 사랑과 사람이 빠진 그런 불완전한 존재로써 존재함을 느꼈다. 내 꿈에 나오는 이상형을 부정한다면 꿈조차 무거워 죽을 때까지 안락을 꿈꾸지 못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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