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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빈스파 May 11. 2024

빈털터리 막내 구하기

카네이션보다 더 애틋한 사랑의 표현

어버이날이 몇 시간 남지 않았는데, 아직까지 아무런 소식이 없다. 

아이들이 훌쩍 커서 학교에서 만든 카네이션 비슷한 앙증맞은 색종이를 내밀지는 않더라도 그래도 감사의 인사 정도는 할 줄 알았는데 우리 아이들에겐 그냥 수요일에 불과한 평범한 하루인가 싶었다.   

   

학원을 마치고 집에 들어갈 때쯤 막내가 카네이션을 사 왔다며 얼른 와서 보라고 집사람에게 연락이 왔다. 

그럼 그렇지 역시 막내가 큰 놈보다는 살가운 면이 있어서 잊지 않았구나 생각하며 살짝 고마운 마음이 들었는데, 집에 가서 보니 제법 큰 카네이션 바구니가 놓여 있었다. 


막내 볼을 한 번 만져주고 고맙다 인사를 건넸는데 자꾸 큰 바구니가 마음에 걸린다. 

고등학생인 막내에게 용돈을 쥐꼬리만큼 주고 있어서 편의점에도 잘 못 가는 아들의 경제사정을 뻔히 아는지라 이 정도면 한 달 용돈을 모두 써버린 게 아닌가 싶어, 아내에게 살짝 물어보았다.     


“이거 얼마나 줬대?”

“한 달 용돈 다 썼대.”     


이제 겨우 8일이 지났는데, 한 달 용돈이 다 떨어졌으면 어떡하나 또 미안한 마음 가득했는데, 한편으로는 카네이션 바구니를 사면서 자신의 한 달 용돈을 다 써야 한다는 것을 안 순간 아이가 얼마나 고민했을까 하는 안타까운 마음도 들었다. 

그럼에도 엄마, 아빠를 위해 기꺼이 본인의 가진 것을 다 내어준 아이가 참 고마웠다.  

   

토요일인 오늘, 아침 일찍 막내와 함께 학원에 출근해 나는 자리에 앉아 인터넷뱅킹을 열었고, 막내는 수업을 받으러 들어갔다.

내심 마음에 걸려서 용돈을 조금 더 부쳐줬는데, 이내 아들에게 메시지가 왔다.     


“아빠 돈이 들어왔는데요?”

“아부지가 너무 많이 줬나?”

“아니요 ㅋㅋㅋㅋ 너무 기분이 좋습니다.”     

막내의 기뻐하는 모습이 글자에 모두 묻어 있었다.   


        

어젯밤엔, 막내가 꼬깃꼬깃 여러 번 접힌 천 원짜리 지폐를 내게 내밀었다.


“이게 뭐여 아들?”

“지난번에 학교 체육대회 단체복 맞추는 거 때문에 돈 주셨잖아요? 근데 원래 하려고 했던 옷 말고 다른 옷으로 결정해서 7천 원이 남았어요.”

“그래서 이걸 다시 아빠한테 주는겨?”     


원래의 옷과 바뀐 옷이 뭔지도 모르는데, 심하게 정직한 아들을 보고 있노라니 웃음이 나왔다.  

   

“그냥 너 가져 인마.”

“에이 그래도...... 저 괜찮아요.”

“줄 때 받어 아빠는 현금 있어도 쓸 일이 없어.”

“아부지 감사합니다.”     

막내가 기분 좋을 땐 항상 나를 아빠에서 아부지로 호칭하는데, 꽤나 기분이 좋은 모양이었다.  

   

그리고 다시 눈에 들어온 카네이션 꽃바구니.

막내의 정성을 오래도록 눈에 담고 싶어 아내에게 물었다.   

  

“이 카네이션 말여 죽지 않게 계속 키울 순 없나?”

“되겄냐?”     


아내의 매서운 한 마디에 포기하긴 했지만, 어쨌든 아들이 이번 달 쓸 수 있는 용돈이 이래저래 다시 원상회복 되어서 내 마음이 편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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