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하야 금년엔 산타 할아버지가 오시려나?”
“아뇨”
“왜? 금년에 울었어? 아니면 거짓말한겨?”
초등학교 3학년 아이가 누굴 애로 아냐는 듯한 눈빛으로 나에게 물었다.
“에이 산타 없잖아요. 원장님은 믿어요?”
“난 믿는디... 진짜로”
첫눈이 세차게 내리는 날이어서, 눈을 좋아하는 나만큼이나 아이들도 싱숭생숭한 마음이겠다 싶어 수업 중 산타 얘기로 잠시 쉬어가려고 했다.
“공짜로 선물을 주시는 분인데, 굳이 안 믿을 이유가 있남?”
“그래도 산타 할아버지는 엄마가.....”
아이가 말을 흐렸다. 믿고 있다는 나의 동심을 깨지 않으려 한 배려인지.
“원장님은 산타 할아버지가 진짜로 있다고 믿는데, 단 우리가 아는 그 모습은 아닐 수 있다는 생각이여”
“예를 들어, 동하가 가족들하고 여행을 가다 갑자기 사고가 나서 위험에 처했는데, 지나가던 누군가가 도와줘서 무사히 상황이 끝났으면, 그 사람이 동하 가족에겐 산타 아니겄어?”
“어..... 그러네요”
“그러니까 산타는 분명히 있고, 다만 빨간 옷에 덥수룩한 수염을 한 그 모습은 아닐 수 있다는 거지”
“작년에 학교에 산타가 와서 학용품 주고 갔는데, 집에는 아무것도 안 놓고 가셨어요”
“뭘 두 개씩이나 받으려고 그랴. 안 그래도 하루에 일 끝내야 해서 무쟈게 바쁜 양반인디. 암튼 굳이 믿지 않는 아이들까지 신경 쓰기 힘드실 테니까 이번에는 꼭 믿는다 믿는다 생각하면서 소원 빌어봐”
“네~~”
산타의 존재를 알기 시작한 언젠가부터 동하가 느꼈을 설레는 크리스마스가 금년부터 다시 시작됐으면 좋겠다.
그리고 12월 26일, 아이들에게 거짓말을 일삼는 원장이 되지 않도록 제발 이번 크리스마스에 동하 부모님께서 1인 2역에 꼭 성공하시길 간절히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