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밥이라는 이름의 무대

[무대지문]


낮 12시.

교회 2층 식당.

햇빛이 반찬통 가장자리에 걸린다.

밥 냄새가 먼저 사람을 앉힌다.


나는 원래 집밥을 좋아했다.

아니, 집밥을 그리워할 수밖에 없는 삶을 살았다.


연극을 하면서

집에 있는 날보다

밖에서 허기를 달래는 날이 더 많아졌고,

그럴수록 이상하게

집밥이 좋아졌다.


화려한 음식 말고,

설명 안 해도 되는 음식.

“많이 먹어”라는 말이

양념처럼 얹힌 밥.


그러다

엄마가 돌아가셨다.


세상에서

나를 제일 사랑하고

제일 아껴주던 사람의 밥을

영영 못 먹게 됐다.


그 이후로

집밥은

음식이 아니라

기억이 됐다.


엄마가 돌아가시기

1년 전부터

나는 교회를 못 갔다.


이유는 많았지만

핑계도 많았고

마음은 더 무거웠다.


신앙보다 먼저

삶이 버거웠고,

사람보다 먼저

상처가 앞에 서 있었다.


그런데

지금 다시 다니게 된 교회에서

점심을 준다.


화려하지 않다.

고기 한 접시,

콩나물 무침,

무심한 나물,

그리고 밥.


그런데 이 밥이

나를 다시

교회로 불렀다.


[셰프의 레시피 노트]


쌀은

- 기도처럼 천천히 씻는다


반찬은

- 설명하지 않는다


간은

- 엄마가 했을 법한 정도로만


마지막 양념은

- “편히 먹어”라는 말


이건 요리가 아니라

환대다.


이 밥을 먹을 때면

나는

신앙을 이해하는 게 아니라

안긴다.


설교보다 먼저

밥이 말을 걸고,

교리보다 먼저

숟가락이 마음을 푼다.


어쩌면

하나님은

말씀보다 먼저

밥상으로 나를 불렀는지도 모른다.


“배고프지?”

“여기 앉아.”

“천천히 먹어.”


엄마의 밥은

돌아오지 않지만,

이 집밥은

나를 다시

살게 한다.


[마지막 독백]


집밥은

사람을 배부르게 하지 않는다.

사람을

돌아오게 한다.


나는 오늘도

교회에 간다.


믿음 때문이 아니라,

밥 때문이다.


그리고 그 밥은

이상하게도

엄마의 마음과

조금 닮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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