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창대 · 배우이자 제빵사
오늘 용인시 음악회에서
제가 만든 빵이 **‘화덕빵집’**이라는
이름으로 무대에 섰습니다.
언뜻 보면 단순한 빵 판매 자리일지 모르지만
저에게는 또 하나의 공연이었습니다.
배우로서의 무대와 제빵사로서의 화덕,
그 둘 사이엔 생각보다 얇은 막 하나만 있습니다.
반죽이 부풀어 오르는 시간은
연극의 리허설과 닮아 있습니다.
눈에 보이지 않는 기다림 속에서
조용히 무언가가 자라납니다.
그 시간들이 쌓여야만
무대 위의 한 호흡, 한 대사가 완성됩니다.
빵도, 감정도, 너무 급히 굽지 않으려 합니다.
속이 익지 않은 채로 꺼내면
겉은 그럴듯해 보여도 금세 식어버리니까요.
『슬리로운 부캐생활』에서 썼던 문장이 있습니다.
“본캐는 먹고살기 위해 일하지만,
부캐는 살아있음을 느끼기 위해 움직인다.”
오늘의 화덕 위엔
그 본캐와 부캐가 나란히 올라 있었습니다.
배우와 제빵사,
둘 다 뜨거운 불 앞에 서서
자신을 굽는 사람이라는 점에서 닮아 있더군요.
무대의 조명이 배우를 비추듯,
화덕의 불은 반죽을 비춥니다.
그리고 둘 다,
‘나다운 듯, 나답지 않게’ 살아보려는 사람의 흔적을 남깁니다.
공연이 끝나고,
관객이 제 빵을 한 입 베어 물며
살짝 미소 짓는 걸 봤습니다.
그 한순간이 배우로서의 커튼콜보다 더 오래 남았습니다.
무대 위의 대사보다 따뜻했고,
오븐 속의 열기보다 사람 냄새가 났습니다.
그때 깨달았습니다.
무대 위에서 박수를 받지 않아도
무대 밖에서 누군가의 하루를 부드럽게 덮을 수 있다는 걸요.
액터베이커리, 인생샌드위치, 그리고 오늘의 화덕빵집.
이 이름들은 모두 제가 살아온 인생의 장면들입니다.
브랜드란 결국
간판이 아니라 태도라는 걸 배웠습니다.
이름보다 중요한 건
그 안에 담긴 **‘어떤 마음으로 굽는가’**였습니다.
아직은 굽는 중입니다
저는 여전히 배우이자 제빵사입니다.
어쩌면 둘 다 제대로 되고 있지 않을지도 모릅니다.
그래서 더 천천히 굽고 있습니다.
오늘도 무대와 화덕 사이 어딘가에서
나답지 않게, 그러나 나답게,
익어가는 중입니다.
이창대 – 연극배우 / 제빵사 / 『슬기로운 부캐생활』, 『나답지 않게 나다운』 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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