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풍이 발효되는 시간]

가을, 올림픽공원, 단풍, 여자친구, 강아지


올림픽공원은
오늘도 빵처럼 부풀어 있었다.


햇살이 반죽처럼 따뜻했고, 바람은 오븐 안의 김처럼 부드럽게 흘렀다.


여자친구의 웃음은 잘 구워진 크루아상처럼 바스락거렸고,
옆에서 꼬리를 흔드는 우리 강아지는 세상에서 가장 순한 반죽 같았다.


나는 늘 삶을 반죽으로 생각한다.


시간과 온도, 마음의 습도에 따라 결과가 달라지는 것.


어쩌면 사랑도 그렇다.


급하게 구우면 겉은 그럴듯하지만 속은 덜 익고,
너무 오래 두면 발효가 지나쳐 쓴맛이 난다.


지금의 우리는 적당한 온도에서 천천히 익어가는 중이다.


서로의 결을 느끼며, 오늘의 햇살과 단풍처럼 물들어가는 과정.


이 황금빛 계절에, 황금기의 사랑을 함께하는 것.


그게 얼마나 감사한 일인지,
단풍잎 하나를 손에 쥘 때마다 다시 깨닫는다.


가끔은 연극 무대처럼, 인생의 조명 아래 서 있는 기분이 든다.


나는 제빵사이자 배우고,
그녀는 내 인생의 상대역이며,
우리 강아지는 무대의 가장 귀여운 조연이다.


오늘도 삶의 대본을 고쳐 쓴다.
더 나답게, 더 우리답게.
단풍이 발효되는 이 계절처럼,
사랑도 천천히, 깊게, 따뜻하게 익어가길 바라면서

일요일 연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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