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emento mori & Carpe diem & 다시 찾은 사랑」
억새의 계절이었다.
바람은 부드럽게 지나갔고, 억새는 저마다의 방향으로 흔들렸다.
그 흔들림 속에, 나는 내 마음의 방향을 보았다.
삶의 무게는 결국 ‘언젠가 사라질 것들’을 품고 있다는 뜻일지 모른다.
무대 위의 조명이 꺼지고, 갓 구운 빵이 식듯이
모든 열정은 식는 순간을 가진다.
그러나 그 식음 속에서도 향은 남는다.
그 향이 바로 ‘기억’이고, ‘사랑’이고, ‘인생의 맛’이다.
그래서 오늘 나는 붙잡았다.
억새밭 사이로 스며드는 빛,
여자친구의 미소, 강아지의 발소리,
그리고 나 자신이 이 모든 것을 바라보는 시선까지.
지금 이 순간을 붙잡는 일은
결국 ‘살아 있음’을 인정하는 일이다.
사랑은 사라지지 않는다.
단지 형태를 바꿔 우리 곁을 맴돌 뿐이다.
한때는 연극이었고, 한때는 빵이었으며,
오늘은 이 가을 억새밭 속의 산책이었다.
하늘정원에서 나는 깨달았다.
삶이란 매일의 무대에서 굽는 하나의 ‘빵’ 같다고.
너무 뜨겁지도, 식지도 않게.
그 적당한 온도에서,
우리는 사랑을 다시 굽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