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빠와의 식사 기록
엄마가 세상을 떠나고,
아버지는 갑자기 조용한 사람이 되었다.
한때 내가 아는 가장 다정한 부부였다.
말을 하지 않아도 서로의 움직임을 따라가던,
주문하지 않아도 상대의 선호가 손에 남아 있는,
그런 오래된 사랑이었다.
그런데 엄마가 떠나고 보름 만에
아버지는 10kg이 넘게 빠졌다.
병이 아니었다.
그냥… 입맛이 사라진 거였다.
그 순간 알았다.
사람은 밥을 먹어서 사는 게 아니라,
누군가와 먹어서 사는 것이라는 걸.
그때부터 나는 나만의 프로젝트를 만들었다.
Project 1. 아빠 체력 되찾기 — 함께 운동하기
“운동이나 할까?”
그렇게 우리는 4년째
헬스장에서 같이 땀을 흘리고 있다.
근육은 서서히 붙었고,
아빠의 어깨는 다시 어른의 모양을 되찾았다.
Project 2. 입맛 회복 — 식사의 의미 되찾기
오늘은 둘째 누나가 있는 동네에서
월남쌈을 먹었다.
접시에 올라가는 채소, 고기, 소스,
그 작은 조합을 보며
아빠는 천천히 익숙하지 않은 표정을 지었다.
그리고 아주 조용히 말했다.
“야… 이거 괜찮네.”
그 한마디가
생일 축하도, 크리스마스 인사도 아니었지만
그 어떤 축하보다 따뜻했다.
이제 나는 알게 되었다.
사랑은 거창한 이벤트가 아니라
천천히 다시 씹을 수 있도록
누군가의 식탁에 앉아주는 일이라는 걸.
엄마가 떠난 자리는
완전히 채워지지 않는다.
하지만
그 자리가 덜 아프도록
우리는 계속 먹고,
걷고,
기록한다.
나는 오늘도 적는다.
사랑은 밥이다.
그리고 밥은, 삶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