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4. 연수동, 내가 살아온 길 위에서

화려하진 않아도 따뜻한 나의 하루가 머무는 곳

by 빚는 한작가




세월 속에 켜켜이 쌓인 낙엽처럼,

추억이 겹겹이 쌓여 있는 이곳은 내가 살아온 연수동이다.

어릴 적부터 지금까지, 나의 하루와 수많은 계절이 이곳에 머물렀다.


사람들은 특정한 장소에 가면 문득 기억이 떠오른다고 하지만,

나에게 연수동은 그 모든 기억이 동시에 스며 있는 곳이다.



어린 시절 학교가 끝나면 자주 들르던 골목의 분식집에서 먹던 떡볶이 한 접시,




친구들과 뛰어올라가던 동네 뒷산,

내려오며 고즈넉한 종소리가 들리던 작은 사찰,

예전에 사랑하던 사람과 거닐던 벚꽃길,




겨울이면 어김없이 들르던 붕어빵집,

그리고 자주 찾던 동네 맛집들까지.


같은 공간에서도 계절마다 달랐던 감정과 풍경들이,

이 동네가 변해도 여전히 내 마음에 남아 있다.

그 모든 장면이 나에게는 한 권의 일기처럼 쌓여 있고,

과거의 추억들은 비디오필름처럼 잔잔히 스쳐 지나간다.





새벽의 거리는 언제나 고요하다.

사람들의 하루가 시작되기 전, 나는 길 위에 선다.

나는 지금 이 동네에서 도로보수직으로 일하며,

매일 내가 자라온 길을 직접 정비한다.


낡은 포장면을 메우고 금이 간 도로를 다듬으며,

사람들의 발걸음이 더 안전하게 이어지길 바란다.

그 일을 하면서 문득 든 생각이 있다.

이 길은 누군가의 추억으로, 또 누군가의 하루로 이어진다는 것.

그래서 나는 오늘도 이 길을 조금 더 단단히 다듬는다.



누군가의 발자국 위를 닦고,

낡은 길 위에 새 길을 놓는 일.

그게 나에겐 이곳을 지키는 일이고,

소중한 이 공간을 내 손으로 다듬어 나갈 수 있음에 감사하다.




시간이 흐르며 사람도, 건물도, 골목도 변했다.

하지만 이상하게도 나는 여전히 이 동네를 떠날 수 없다.

아마 이곳에 남은 건 단순한 추억이 아니라,

나라는 사람의 한 부분이기 때문일 것이다.


나는 이곳에서 자라며, 세상을 배우고, 마음을 빚어왔다.

그래서 연수동은 단순한 고향이 아니라,

지금의 나를 만들어준 하나의 그릇이다.


서울처럼 화려하지는 않지만,

그래서 오히려 더 따뜻하고 정겨운 이곳.

나는 오늘도 이 연수동에서

조용히, 그리고 오래도록 추억을 쌓아가고 있다.





여러분에게도 매일 스쳐 지나지만,

그 소중함을 잊고 있던 공간이 있나요?

있다면 잠시 멈춰 서서,

그곳에 담긴 감사한 마음을 다시 한번 느껴보면 어떨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