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3. 강릉, 잿빛의 사랑

사랑은 잊혀도 장면은 남는다.

by 빚는 한작가





시월의 어느 가을날, 사랑하는 사람과 강릉으로 여행을 다녀왔다.

여행 내내 유난히 이슬비가 내렸다.

하늘도 잿빛, 바다도 잿빛이었지만 우리 마음만큼은 맑고 따뜻했다.


너는 일을 하고, 나는 책을 읽었다.

내가 책을 읽으면, 너도 책을 펼쳤다.

같은 공간, 같은 시간 속에서

우리는 서로 다른 것을 하며 조금씩 닮아갔다.

간섭하지 않아도, 묘하게 닮아가는 순간들이 있었다.






작은 서점, 그리고 한 문장의 파도



강릉의 작은 서점에 들렀다.

책 한 권을 고르고, 위스키 한 잔을 주문했다.

내가 고른 책의 제목은 사랑의 장면들.


그 안에는 이런 문장이 있었다.


“사랑은 장면을 남긴다.

사랑은 잊혀도, 장면은 지워지지 않는다.

강릉에 오면 생각나는 사람이 있나요?”


그 문장을 읽는 순간,

마음 한편이 젖어들었다.

우리는 낮게 깔린 음악 속에서 서로 다른 책을 읽으며

잔을 부딪쳤다.






책은 얇았지만, 내용은 결코 가볍지 않았다.

너무나 감성적이지만 동시에 현실적인 문장들.

사랑이란 결국 ‘담담히 감내해야 하는 변화’ 임을 알려주었다.







사랑은 유기체



작가는 말했다.

사람들은 사랑을 안전하게 지키려 하지만,

사랑 그 자체는 유기체라고.


유기체는 변화한다.

그리고 그 변화 또한 사랑의 일부라고 했다.


나도 이제는 안다.

사랑이 언제까지 영원할 수는 없다는 걸.

그렇지만 나는 변화를 두려워하지 않기로 했다.


내 마음이 달라지더라도,

서로의 온도가 변하더라도,

그 변화를 사랑의 일부로 받아들이기로 했다.







슬프지만 아름다운 여행




이번 여행은 슬프면서도 따뜻했다.

우리는 조금 울었고, 조금 웃었다.

그리고 그만큼 서로를 배웠다.







여행은 결국, 사랑을 닮았다.

잠시 머물렀다가, 마음속에 장면을 남기고 가는 것처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