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 멈춰 선 길 위에서, 나는 나를 듣다.

일과 감정, 그 사이에서 다시 나를 빚는 시간

by 빚는 한작가





달리는 대신 걷는다.

걷는 대신, 멈췄다.

그리고 멈춘 자리에서, 나는 비로소 나의 마음을 듣게 되었다.


쉬는 날이면 나는 사람들과 달리고, 산을 오르며 몸을 움직였다.

함께 땀을 흘리는 그 순간들은

삶의 활력이고, 나의 하루를 정리하는 방식이었다.


하지만 수술 이후, 내 몸은 더 이상 그 리듬을 따라가지 못했다.

다리에 힘이 실릴 때마다 근육이 비명을 지르고,

계단 하나를 오르는 데도 시간이 걸린다.


퇴근 후 집에 돌아오면, 온몸이 몸살처럼 욱신거린다.

움직인다는 게 이렇게 힘든 일이었나 싶을 만큼,

하루가 끝나면 남는 건 피로와 무기력뿐이다.




나의 일은 도로보수직이다.

차가 빠르게 달리는 아스팔트 위, 그늘 하나 없는 여름의 도로에서 파인 구멍을 메우고, 때로는 쏟아지는 빗물에 막힌 배수로를 뚫는다.

겨울이면 새벽부터 도로 위의 눈을 치우는 일,


매일같이 바쁜 사람들의 길을 만들고 지키는 일이 내가 하는 일이다.

하지만 이상하게도, 나는 요즘 내가 어디로 가고 있는지 모를 때가 많다.




반복되는 일상 속에서,

답답하고 멈춰버린 건 아닐까 생각이 들 때가 있다.

문득, 내가 지금 하고 있는 일이

내가 정말 하고 싶은 일일까 하는 깊은 생각이 들곤 한다.

청년 실업이 심각한 이 시점에서, 누구보다 배부른 소리라는 걸 알지만…




하고 있는 일과 하고 싶은 일 사이,

그 틈에 생긴 슬럼프는 천천히 나를 흔들었다.

누구보다 열심히 살아가고 있지만,

마음속 깊은 어딘가엔, 채워지지 않는 허기가 남아 있다.


그러다 나는 다시 글을 쓴다.

글을 쓰는 시간엔, 마치 오래된 나의 허기를 채워주고

내 마음을 들춰보는 느낌이 든다.

우울한 감정, 상실감, 질투… 그 모든 것들을 들여다보고 나면

조금은 고요해지고, 한 걸음 나의 꿈에 다가가는 기분이 든다.




일은 시간을 데려가고, 시간은 감정을 잠재운다.

그리고 그 시간 속에서, 나는 조금씩 나를 들여다본다.


지금 나는 뛸 수 없다.

그렇다고 멈춘 것도 아니다.

그저 다른 방식으로, 다른 리듬으로

내 삶을 빚어가고 있을 뿐이다.


오늘도 나는 도로 위에서,

그리고 내 마음 안에서

천천히 나를 다시 세우고, 꿈을 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