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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Sia Jan 31. 2024

편지 아홉,

-갯바위와 개와 바위-

    


위트릴로, 

늘 하던 대로 나를 멀리 보냈습니다. 보낼 수 있는 최대치대로 한껏요. 그건 위트릴로, 그대가 아시듯이 ‘죽음 이후’입니다. 내가 죽고 난 이후 나한테 이렇게 말할지도 모를 일이었습니다. 



“시아, 넌 시간이 있었어. 그날, 화창한 5월에 마침 학과 내 결정으로 온라인 수업을 하게 된 날 말야. 미리 동영상 강의도 올려 놓았잖아. 넌, 그날 특별한 일정이 없었어. 어머니를 모시고 언니를 만나러 갈 수 있었잖아. 왜 그날, 그러지 않았지? 단 한 번이라도 그렇게 할 수도 있었잖아?”

영혼의 엄중한 목소리를 듣는 순간, 아무 말도 할 수 없었습니다. 맞아. 난 시간이 있었어. 그러니 바쁘다는 것은 핑계에 불과해. 나는 나를 채근하기 시작했지요. 



‘그렇더라도 말야. 어머니와 언니가 서로 안 만나겠다면? 그러면 안 가도 되는 게 아닐까? 늘 그래왔듯이 말야. 억지로 만남을 주선할 수 없으니까. 그러니 일단 말이라도 걸어보자!’ 

이렇게 생각하고 먼저 어머니한테 운을 뗐지요. 언니를 태우고 동해에 게를 먹으러 가겠냐고 하자 어머니는 대번에 좋다고 하셨습니다. 기분이나 생각에 따라 감정이 무수한 파랑을 일으키는 어머니가 어쩐 일인지 흔쾌히 응하다니! 뜻밖이었습니다. 이런 멋진 제안에 싫어할 사람이 어디 있겠냐고 할지 모르지만, 위트릴로. 어머니는 경계성 인격장애입니다. 이 사실을 부디 잊지 말아주세요!



이번에는 언니입니다. 언니도 역시 같은 장애를 앓고 있습니다. 두 분 다 절대로 자신의 상태를 인정하지 못하지만 말입니다. 언니도 대번에 승낙했습니다. 속으로 0.5초간 투덜댔지요. 이런, 이제 어쩔 수가 없구나!



그렇게 해서 5월 12일, 새벽 일곱 시에 출발했습니다. 어머니는 내일 입고갈 옷을 꺼내놓고 주무셨지요. 나중에 알고 보니 언니는 두세 시간밖에 자지 못했더군요. 게다가 여기저기 연락해서 오늘 만남에 대한 응원의 기도를 드려달라고 부탁까지 했다고 합니다. 그러니까 완벽한 닮은꼴인 두 분은 만나서 삼십 분을 가지 못하고 다투고 언성을 높이기 일쑤거든요. 화기애애하게 마무리된 만남은 다섯 손가락을 꼽지도 못할 정도입니다. 그런데도 서로 만남을 받아들였다는 것은 아무래도 때가 된 것인지도 모릅니다. 어머니는 이제 아흔 한살이고, 언제 이 땅을 떠날지 장담할 수 없는 노릇입니다. 저는 다만 영혼의 목소리에 귀 기울였을 뿐입니다. 겁도 없이 추진했지만 잘될지 어떨지는 모를 일입니다. ‘잘 된다’는 것은 아무 탈 없이 무사히 갔다가 오는 것을 의미하지요. 만남이 악몽으로 마무리되지 않는 것만으로도 큰 의미가 있을 테니까요. 놀랍게도 마음이 평온했습니다. 모든 것이 신이 해주신 주선이라고 내맡긴 덕분입니다. 



위트릴로,

전날 사두었던 사과 한 박스와 한 수강생 분이 주신 고구마를 챙겨서 언니 집으로 갔습니다. 거기에서 언니를 태우고 강구항으로 갔지요. 대게로 점심을 먹고 나서 언니가 꼭 보여주고 싶다며 안내한 고래불과 갯바위까지 갔습니다. 그곳에서 다시 언니 집으로 가서 퇴근해온 형부와 함께 혁신도시에 있는 생선구이 집으로 가서 저녁까지 먹고 돌아왔습니다. 합쳐서 여덟 시간 동안 운전했지만, 다행히도 자주 나곤 하던 코피도 나지 않았습니다. 그러니, 이만하면 잘 된 게 틀림없습니다. 



늘 그렇듯이 언니는 쉴 새 없이 얘기를 늘어놓았습니다. 하도 많은 말을 주저리주저리 주워 담지도 못하게 쫘르르 깔아 놓았지요. 달라진 것은 바로 저였습니다. 못마땅해하며 수정해주고 싶고, 깨우쳐주고 싶은 마음이 그만 달아나고 없어졌습니다. 그렇게나 마음이 평온할 수가 없었습니다. 저는 다만 이렇게 말할 뿐이었습니다. 



맞아요. 네! 아고~ 잘하셨군요! 대단하세요. 훌륭합니다. 네. 좋습니다. 감사합니다. 어떻게 그렇게 잘하셨어요? 정말 잘 되었군요! 축하드립니다. 멋집니다. 

그러니까 이십 년 전이었습니다. 하도 억지를 부리며 저를 조종하려는 언니와 심리적인 거리를 두기 위해 저도 모르게 언니한테 존댓말을 했었지요. 그때 언니가 했던 말을 기억합니다.



“네가 존댓말을 하네? 이제야 네가 정신을 차렸구나! 그렇게 하니까 듣기가 좋다. 계속 그렇게 해라.”

그렇게 시작된 존댓말이지요. 부정에 휘말리지 않고 객관성을 유지하는 탁월한 방식 같아서 참 유용하다고 생각합니다. 다녀와서도 언니의 말들은 귀에 쟁쟁거립니다. 그렇지만 감정은 한 데 붙어있지 않아서 아주 꼬들꼬들합니다. 그냥 말들은 보푸라기처럼 일어서 입술을 모아서 불면 날아갈 태세입니다. 



-뭐라고? 내가 루아 얘기 꺼내지 말라고 했지!!! 여기서 그냥 확 때려서 바닥에 눕혀 버릴까 보다! 너는 눈치도 없나? 아무 생각도 없나? 네가 그런 짓을 해서 형부가 다시는 널 안 보려고 했잖아! 한 번만 더 얘길 꺼냈다가는 봐라!



-너 돈 얼마 버노? 간호사 할 때보다 더 좋다고 안 했나? 얼마인지 모른다고? 이번 학기는 수업이 얼마 없어서 그렇다고? ... 형부가 돈 빌려줄 수 있댄다! 참, 내! 



-너, 세상에서 가장 악한 게 뭔 줄 아나? 살인자, 도둑놈. 그런 것도 있겠지만, 가장 악한 것은 괴롭히는 거다. 사람을 괴롭히는 것! 그게 가장 악한 거다. 나를 이렇게 괴롭히는데, 이제 루아를 만나면 뭐하노? 그냥 그리움만 간직하고 있을란다. 보면 괴로운데... 내가 이번에 대상포진에 걸렸다. 뭐, 한 번씩 걸리긴 하는데. 소화가 안 되고 머리가 아프고 그러더니만.,, 이번에 루아가 큰아버지 댁 생신이라고 지 동생하고 가서는 내 욕을 했단다. 산달이 다음 달인데, 얘가 태교 그런 것 신경 쓰기나 하겠나? 어쨌든 애가 나오든 말든 나하고는 상관없는 얘기다. 그걸 애들 고모가 듣고 나한테 전화를 해서 내가 그 길로 이리 아프다. 이번에 네 형부가 정신을 차리더라. 젊었을 때는 안 그러더니만. 아이들이 이렇게 된 것도 항상 나를 무시하고 그렇게 해온 것을 아이들이 잘못 보고 배웠던 탓일 거다. 형부가 내 말이 아무 잘못된 게 없고, 내 말이 다 맞다 하더라. 왜 이제야 이렇게 하노? 진작에 젊었을 때 그랬다면 좋았을 걸, 그랬다. 



-네 형부는 사랑이 뭔 줄 모른다고 그랬거든. 평생 사랑이 뭔 줄 모르니, 나한테 사랑한다는 말을 해줄 수 없다고. 그래서 이번에 내가 예전과는 달리 사랑을 몰라도 된다. 그냥 오빠의 마음 그대로를 받아줄게. 모른다고 하는 그 마음까지 내가 받아줄게. 그랬다. 그랬더니 네 형부가 부드러워지더라. 그렇게 정신 차린 지가 불과 몇 개월 채 안 된다. 



-내가 말이다. 예전에 사십 일 금식 기도했는데, 집사님이 그러더라고. 그때 소원한 것은 다 이뤄진다고. 그래서 애들도 대학 나와서 제 할 일 다 하고. 이렇게 집도 있고 먹고 살 수도 있고. 그리고 또 한 가지 소원이 남았는데 그건 살아봐야지. 너, 내 마지막 소원이 뭔 줄 궁금하지 않나? 목사? 나는 목사되는 것 아니다. 그건 내 소원이 아니다. 너는 아직도 내가 어떤 사람인지 모르네! 



-나는 가끔씩 마음이 가득 찰 때가 있다. 이런 얘기는 아무한테도 안 했는데... 형부는 알긴 하지만. 나는 모든 게 에너지로 보일 때가 있다. 내 마음이 가득 찼을 때 말이다. 내가 미친 것은 아니다. 언니 미쳤다고 하지 마라! 만물이 에너지로 연결된 게 보이는 거라. 그리고 내 마음에 가득 깨달음이 찰 때가 있다. 내가 할 수 없는 것에 매달리지 말라고. 이번 일도 그렇다. 내가 루아한테 갈 수 없는 거다. 괴로우면 안 보면 되는 거다. 



-누군가를 그저 있는 그대로 바라봐주는 것이 제일이다. 그냥 있는 그대로 말이다. 그러면 되는 거다. 그런데 뭔가를 자꾸 고치려고 하고, 바꾸려고 하면 안 된다. 그냥 나를 있는 그대로 봐줄 수 있었으면 해. 



-야~~~~!!! 악~~~~!!! 어디서 물을 튀고 그랫! 저 사람 봐라. 사과 한마디 없다! 이거, 어머니가 식혜 안 마실 건가? 내가 마실게.  



-내가 가장 두려워하는 것이 뭔 줄 아나? 공, 물, 짐승이거든. 그런데 이번에 수영을 시작했고, 사흘만에 물에서 뜨는 거라. 그리고 다음에는 탁구를 시작하려고. 짐승? 그건 아예 생각하지도 못했고, 안 할란다. 그건 아니다!




언니는 최근에 스포츠 바우처 지원으로 시작한 수영장에 갈 시간 안에는 도착해야 한다고 강조했지요. 세 시 반 안에 집으로 와야 한다고도 했습니다. 그러더니 자신이 가장 좋아하는 갯바위를 보여줘야 한다며 이끌더군요. 



-봐라, 멋있지? 나는 나는 갯바위. 당신은 나를 사랑하는 파도~~~ 나는 갈매기다. 끼룩끼룩끼룩~~~ 봐라, 저기 바다에 피는 나팔꽃도 있지? 어디 검색해보자. 갯멧꽃이라고 나오네! ‘멧~’이다. 맷이 아니고! ‘멧’이라고!!! 알겠지? 우리 집 앞에는 낮에 피는 달맞이꽃이 있다. 아까 안 봤나? 연분홍색이라고! 자주가 아니고!!! 저 봐라, 주상절리 바위다! 예전에 화산이 폭발하고 굳어져서 만들어진 거다. 봐라. 여기 아니고는 볼 수가 없다. 내가 얼마나 좋아하는 곳인데!!! 너, 내가 올린 유튜브 안봤나? 거기에 다 있다! 왜 안 보노? 있다니까! 멋있제? 야~~~~야~~~~야~~~ 



언니는 날마다 꾸준히 방에서 요가를 하고, 수영장을 다니고, 수영장이 떠나갈 정도로 붙임성있게 많은 말을 하면서 아무나 붙잡고 수영을 배워달라고 하고, 다들 성격이 좋다고 한다고 하고, 수영장에서 만난 77살 된 언니가 자신을 잘 가르쳐준다고 했습니다. 



위트릴로,

그러면서 언니는 원하는 곳에 차를 세우게 하고 사진을 찍고, 찍은 사진을 내 카톡으로 보내 주었습니다. 점심값을 자신이 내지 않으면 안 가겠다고 완강하게 말하기도 했지요. 통장 잔고가 모자라서 황급하게 형부한테 연락을 취하는 것을 눈치챈 내가 잽싸게 반을 결제했지만, 언니는 아직 그런 사실조차도 몰랐습니다. 바로 옆에서 스피커 폰으로 전화를 해 형부의 목소리가 들려왔지요. 처제는 왜 돈이 없나? 라는 말을 해왔고, 언니는 이번 학기에 수업을 많이 못 받아서 돈이 없다더라 했지만, 저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습니다. 월 소득이 얼마나 되냐는 질문을 하고, 또 하고, 또 했지만, 슬쩍 넘겨 버렸지요. 새로 마련한 장기 렌트카에 대해서도 물어왔지만, 이마저도 대충 답하고 넘어갔지요. 돈과 자식에 대한 이야기는 거의 꺼내지 않거나 아니면 그저 슬쩍 넘어가는 것이 언니의 신경을 덜 자극하는 방법이라는 것을 오랜 세월을 거치면서 체득했기 때문이었습니다. 



위트릴로,

편안한 마음으로, 모든 것을 비우고 내려놓고 만난다는 것은 사실, 쉬웠습니다. 이렇게 쉬운 것을 왜 그동안 평생 못하고 살았을까요? 저는 평온한 눈빛으로 강하게 바위를 때리는 파도를 보았습니다. 포말들이 우르르 몰려다니다가 결정적으로 한 방 날리고 있었지요. 강하고 거대한 하얀 고래 같았습니다. 제대로 세차게 맞은 바위는 조금씩 모난 곳을 지워갈 테지요. 늘 똑같지 않은, 늘 변화가 시작되는 갯바위 말에요! 그리고 개와 바위! 



언니는 불쑥불쑥 과격한 표현을 쓰고 있었습니다. 앞에서 머뭇거리는 운전자를 보고, 옆으로 잘 비켜서지 않는 운전자를 향해서도 함부로 이렇게 말을 내뱉었습니다. 점점 언니는 바위가 되어가는 중인지도 모릅니다. 



-내가 문 열고 나가서 확 때려눕히고 올까? 저런 놈은 때려 밟아줘야 해!

이거, 농담이야. 형부가 운전하니까 내가 형부 편이 되어줄 때 하는 말인데. 한번은 형부가 그래라. 문 열고 나가서 때려눕혀라 그러더라고! 



-형부는 널 안 볼걸! 그냥 갈래? 어쩔래?

막상 언니 집으로 도착하자 언니는 생각을 바꿔서 형부를 보고 가라고 했습니다. 같이 밥을 먹으면 좋겠다고, 형부는 레스토랑을 좋아하니, 내가 모실 수도 있다고 하자 언니는 체념이라도 하듯 말했지요. 



-뭐, 그러든지. 뭐. 

그렇게 오 년 만에 형부를 마주했고, 형부와 웃으면서 밥을 먹고, 사진도 찍고 나서 돌아왔습니다. 지독하게도 개를 싫어해서 결국 키우던 개 때문에 딸과 불통이 되고 만 언니(루아, 너 내가 개 싫다고 했잖아! 키우지 말라니까! 뭐라고? 나더러 개소리라고?). 꽃과 자연과 바다를 사랑하는 언니. 사랑이 뭔 줄 모르는 남편을 사랑하는 언니. 딸을 사랑하지 않는 언니, 아들도 사랑하지 않다가 최근 일 년 전부터 버젓한 직장을 다니게 된 아들을 큰마음 먹고 받아준 언니, 그리고 평생을 엄마에 대한 애증으로 휩싸인 채 살아오면서 스스로 엄마가 된 것을 모르면서 살아가고 있는 언니. 절대로 사랑하지 않는 것은 결코 사랑할 수 없다고 믿고 있는 바위 같은 언니. 그동안 그렇게 욕만 하던 어머니가 놀랍게도 어제 최초로 한 말, “우리 사위가 최고다!” 이 말은 순전히 네 형부가 돈을 벌어와서 엄마가 하는 말이라고 딱 잘라서 말하는 언니. 



위트릴로,

네가 왜 그렇게 주름살이 많노? 왜 그러노?

이 말을 계속하는 어머니한테 “언니가 많이 웃어서 그렇대요.”라며 둘러댔지요.

저는 고민해봅니다. 도대체 감성과 감수성, 감정이 극도로 발달한 언니는 왜 그렇게 바위가 되어가고 있을까요? 내가 하는 심리치유의 방식이 바로 감성과 감수성인데. 언니는 스스로도 인정할 만큼 그런 점에서 너무나 풍성하지 않은가요! 



위트릴로,

그것의 답은 ‘성찰’과 ‘통찰’에 있을 것입니다. 아무리 자연을 예찬하고, 만물을 끌어안는 에너지를 느낀다 해도 자신을 바라보지 않으면 아무 소용이 없다는 것을 알고 있습니다. 자신의 삶을 제대로 바라보고 성찰하지 않으면 인간성을 잃고 만다는 사실도 알고 있습니다. 다만 후회와 회한이 아니라 성찰을 통해 삶을 가꾸는 통찰을 하지 않으면 바위가 될 뿐이지요. 



위트릴로,

언니한테 아무 말도 하지 않고 바보같이 웃기만 했습니다. 이렇게 말하면서요. 감사합니다. 언니 덕분에 바다 구경도 잘하고 게도 잘 먹고, 너무나 소중한 하루였습니다. 

언니는 남자 조카한테 말해서 여름에 다시 오자고 하더군요. 

괴롭히는 것이 악한 거라면서요? 우리한테 좋자고 한창 자기 일에 바쁠 조카한테 오자고 하면 조카를 괴롭게 하는 게 아닐까 싶어요. 라고 했지요. 

이 말에 언니는 완강한 바위처럼 말했습니다. 



-그게 뭐? 그게 뭐가 괴로운 거고? 여기 이렇게 오면 좋은 거지! 아들도 좋아할 거야! 

내가 알기로는 언니가 엄마를 만나기 전에 가지는 마음처럼 조카도 똑같이 자신의 엄마를 만날 때 두려워하고 긴장합니다. 그저, 언니만 모를 뿐입니다.

때가 이르른 어느 날에 만날 수 있는 단추를 풀어헤친 구름, 양말을 벗은 바람, 모자를 벗어던진 공기를 상상해 봅니다. 언니나, 나나, 엄마나, 그럴 날이 오겠지요. 그때 우리의 영혼이 부끄러워서 어두운 곳을 골라서 숨지 않았으면 좋겠습니다. 환하고 아름답게 웃으면서 이번 생애에서 이 육신의 옷을 걸쳐서 참 좋았다고 그동안 참 잘 썼다고 하며 옷을 벗어 척척 걸쳐놓고 훨훨 날아올라 갈 수 있으면 좋겠습니다.                                 


-2023. 5. 13.  시아-





 * 이 편지는 어머니에 대한 양가감정을 극복하고 만성 알코올 중독으로부터 해방한 모리스 위트릴로에게 보내는 편지입니다. ‘경계성 인격장애’인 구순이 넘은 제 어머니와 연관되어 치유와 관련한 체험을 공감해줄 위트릴로한테 띄우는 간곡한 글입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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