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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Sia Feb 20. 2024

[또또-9] 또또 이야기

                    

  ‘또또 이야기 8’을 쓴 2023년 6월 1일과 지금의 또또는 다르다.   


   

  일단, 키와 몸집이 좀 더 자랐다. 좀처럼 정면을 바라보지 않고 피하던 또또가 이제 곧잘 눈을 맞춘다. 목줄이 풀려서, 혹은 나부대다가 저절로 벗겨져 몇 번 해방되어 뛰어다녔던 이력도 있다. 거금을 들여 마련한 집에 드디어 입성할 수도 있었다. 개 짖는 소리에 도를 넘게 욕설을 내뱉던 옆집이 드디어 이사한 것이다! 작년 겨울에는 추위 때문에 일부러 푸의 갤러리 건물 안으로 임시 대피소를 마련했지만, 이번 겨울에는 그럴 필요가 없었다. 전용 전기장판을 마련했기 때문이었다. 물걸레 청소를 해도 될만큼 튼튼한 재질의 장판이었다. 강약 조절도 되고 켜두면 충분히 따뜻했지만, 또또는 장판 위에 잘 가지 않았다. 간식거리를 던져놓고 유인을 해봐도 마찬가지였다. 폭신한 담요 느낌의 침대 위로만 가서 웅크리고 자곤 했다.      



  또또의 고정 팬 중에, 찐팬도 생겼다. 작년 초가을 무렵이었다. 푸는 인상을 찌푸리며 얘기를 꺼냈다.      



  “아니, 어떤 남자가 차를 몰고 가다가 갑자기 세우더니 또또를 쳐다보더라고요. 내가 또또랑 공원에 있었는데, 또또가 그 남자쪽으로 몸을 돌리더니 쫓아가려고 안달이지 뭐요. 어처구니가 없어서 이게 뭔가? 이러면서 그 남자한테로 같이 가봤지요. 남자가 또또를 쓰다듬어주고 나더니 또 차를 타고 가더라고요. 나 원 참!”



  못마땅한 푸의 마음에 불거져나온 단어가 ‘질투’인 것을 보고 슬며시 웃음이 나왔다.     



  “아니, 저가 뭔데 가던 길을 멈추고 차에서 내려 우리 또또를 보냐 말이오.”

  푸가 이렇게 덧붙였지만, 그것도 다만 웃길 따름이었다. 작년에 목줄이 풀린 또또가 없어졌을 때도 푸는 대번에 그 치를 의심했다. 남자가 오히려 먼저 연락을 해와서 적극적으로 또또를 찾는 것을 보고는 의혹을 멈췄다.      



  이제 남자는 날마다 정기적으로 또또를 찾아왔다. 오른손, 왼손, 앉아, 엎드려 따위의 기본 동작을 가르치고, 또또는 곧잘 따라했다. 간식거리를 가지고 와서 일부러 손으로 주면서 아얏! 살살해야지! 라고 하면 또또는 정말이지 너무나 조심조심 다치지 않게, 입술로 슬며시 간식을 받아먹기까지 했다. 알고보니, 남자는 인근에 있는 욕실전문회사의 이사였다. 우리는 남자를 ‘이사님’이라고 불렀다.      



  그 이사님과 처음 마주쳤던 때가 기억이 났다. 정오가 지난 시간에 웬 남자 두명이 또또한테 뭔가를 주고 있었다. 고기 종류였는데, 인근 식당에서 먹고 남은 것을 주는 듯했다. 그러니까 그 남자 중 한 명이 이사님이었다. 웃으면서 다가가서 이렇게 사람이 먹는 걸 주면 안된다고 했다. 개는 염분을 잘 배출할 수 없어서 그러니, 간이 배인 음식 말고 사료나 전용 간식을 줘야한다고 했다. 남자들은 알겠다며 고개를 끄덕였다.      



  이사님은 단연코 찐팬이었다. 근무하지 않는 휴일에도 찾아올 정도였다. 마치 하루에 또또를 만나지 않으면 입 안에 가시라도 돋히려고 하는지 부지런히도 찾아왔다. 아예 또또 간식을 사다가 또또 집 안에 두고 올 때마다 주곤 했다. 이번 겨울에는 카키색 목도리를 또또 목줄에 걸어놓고 가기도 했다. 한번은 또또와 놀고 있는 이사님이 “제가요. 또또를 명견으로 훈련시켰어요!”라고 의기양양하게 말하기도 했다. 또 다른 날에는 이사님이 이런 말도 했다.      



  “또또가요. 내가 얼굴을 보였다가 담벼락으로 숨으면 마구 짖어요! 가까이 오라고 말예요!”      

  푸는 이사님이 자신의 집에서도 개를 여럿 기르고 있을 거라고, 그래서 또또를 귀여워하는 거라고 단정짓듯 말하기도 했다. 그러더니 며칠 뒤 푸가 말했다.      



  “이사님이 말요. 개를 기르지 않는다고 하더군요. 그거, 참.”

  그러니, 유독 또또의 찐팬이 된 이유를 설명할 수가 없는 셈이었다. 우리 또또가 왜 좋은지 이사님한테 물어보지는 않았지만, 그렇게 얘기를 걸면 이사님은 이렇게 말할 것이다.      



  “그냥요. 또또니까요.”


  푸와 나는 운명같은 현실을 그냥, 그렇게 받아들이고 있었다. 조금만 힘주어 나부대면 휙 벗어질 수밖에 없는 헐렁한 목끈을 목걸이처럼 두르고 있는 또또도 그랬다. 그냥, 그렇게 받아들이고 있을 따름이었다. 밤마다 혼자 자야하는 운명조차 이제 적응하고 있었다. 아침이 되면 어김없이 푸나 내가 와서 산책을 하고, 낮동안은 짖고 싶은 대로 컹컹 소리내어 짖고, 또 밤이 되면 울타리 문이 닫히고 자야하는 일상의 순환을 고스란히 받아들이고 있었다.      



  또또만 달라진 것이 아니었다. 푸와 나는 하루라도 또또에 대한 이야기를 안 할 때가 없었다. 또또를 만나기 전과 알고 나서의 삶은 확연하게 달라지고 말았다.   







 * ‘또또이야기는 계속 이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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