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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시에나정 Jul 03. 2024

다시 서울.

스웨덴에서의 짧은 휴식을 뒤로한 채

선정릉 근처를 한 바퀴 돌면 새소리도 들리고 들고양이도 몇 마리 보이는 아담한 자연을 감상할 수 있다. 요 며칠 한국에 도착해서 꾸준히 강아지를 데리고 동네 이곳저곳을 산책하니 예전에는 볼품없다고 생각했던 동네풍경도 새로움이 더해져 아기자기하게 느껴졌다.


약 일주일 전, 인천공항에 내리자 습한 장마철이 시작된 한국의 여름 냄새가 약간의 매캐함에 비의 시원함이 더해져 그 매력을 새삼 풍겼다. 이곳은  여전히 나의 집이며 내 추억이 각인된 터전이다. 서울 도심공항으로 오는 리무진 버스를 타고 집으로 돌아와 가족들과 오랜만에 재회를 하니 해외생활에서 느낀 서늘하고 심심한 마음 한구석이 채워지는 느낌이었다. 스웨덴에서 잔뜩 사온 과자와 티, 초콜릿 등은 세 살 어린 남동생을 배려해서 주로 사 왔지만 나에게도 아직 남은 그곳에서의 추억을 상기하는 디저트 한입이 미소 짓게 하는 달콤함에 기억을 더해 함께 녹아든다.

삼 개월 간의 짧은 해외생활은 한마디로 달콤 씁쓸한  80% 카카오 초콜릿 같은 경험이었다. 세련된 그들의 건축과 아름다운 자연을 배경으로 스톡홀름의 도심에서 성큼성큼 걸어 다니는 스웨덴 사람들을 보며 멋있다고 생각했고, 나도 그 배경의 일부가 되어 살아볼 수 있었다. 그러나 관광객으로서 여행지를 경험하는 것과 마찬가지로 나는 이방인이며 그들에게 보이지 않은 존재로 누구에게도 각인되지 못하는 거 같은 고독함이 자리 잡았다. 시민사회를 촘촘한 그물망이라고 비유한다면 나는 그 그물에 걸리지 못한 채 요리조리 미끄러지는 물방울이라고 해야 할까.

  

최근에 오은영 박사님의 예능 방송에 나온 YouTube 영상을 보니 다른 나라로 이주한 후에도 잘 적응하지 못하며 고국에 미련을 두는 사람을 경계인(border rider)라고 한다고 한다. 새로운 나라와 그 사회에서 내 역할을 찾지 못하고 계속 희미해지는 내 존재감을 어떻게든 고국과 연결시켜 되찾으려고 하면 의미 없다는 얘기이다. 앞으로 내 무대는 한국이 아니라 스웨덴이라는 것이다.

그런 점에서 국제결혼은 참으로 쉬운 결정은 아닌듯하다. 극동의 나라에서 태어난 많은 이들이 꿈꾸는 서양 문화는 새롭지만 우리의 것과는 많이 다른 모습이다. 아시아인의 작은 체구에서 서구 환경과 문화를 체득하는 데에는 큰 에너지가 필요하고 더 많은 연료를 주입해야 한다. 그럼에도 그들과 비슷해지고 그 일부가 되기 위해서 노력하는 게 어떤 동기부여와 목표의식을 가지고 하는 행위인지는 불분명하다. 적어도 나에겐 그런 것이다. 한국에서의 기반과 사회적으로 받은 인정을 일부 상쇄할 수 있는 그곳에서의 장점도 분명하지만, 나에겐 아직 마음의 준비가 덜됐다고 생각했다.

그럼에도 한국은 언제든 돌아올 수 있는 고향이기에 많은 이들이 오늘도 해외로 훌쩍 떠나며 가족과의 잠시나마 이별에도 나중의 만남을 기약하는 듯하다. 결국 우리가 놓치는 것은 가족과의 소중한 시간뿐만 아니라 사회에서의 내 역할 또한 잃어버리는 위험을 감소하고 새로운 곳으로 이주하는 시도이다. 그 대담함을 존중하면서도 의미 있는 도전으로 만들어야 되는 건 내 몫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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