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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시에나정 Sep 21. 2024

내 마음과 사고에 숲을 이뤄내는 과정

‘가정’이라는 새로운 나무를 길러내기

한국에서 보내는 얼마 남지 않은 시간 동안 가족들을 생각하면 매 하루하루가 더없이 소중하여 행복하고 단단한 마음으로 살아갈 힘을 불어넣어 준다.

엄마는 집안일이 한두 가지도 아니고 하다 보면 지치고 보상도 없으니 맥이 빠지기도 할터인데 참 열심히 희생하시는 모습에 항상 감사하다.

동생은 취업 준비를 하느라 바쁜 와중인데, 누구나 마찬가지로 새로운 일에 도전하고 적응해 나가는 과정은 나이불문 경험이 없기 때문에 어려운 것이라 실패의 차가운 맛에 놀라기는 하나, 그럴 때일수록 느긋하게 관망하는 자세도 필요한 듯해서 식사 시간마다 한 시간 여의 담소를 나누면서 긴장을 풀어주곤 했다.


무엇이 우리를 자유로이 하는가?

살아있는 한 우리에겐 해야 할 일들, 아직 일어나지 않더라도 무언가를 해내며 다음단계로 이행하는 수많은 반복을 통해 경험하지 못한 새로운 영역을 개척해나가지만, 알면 알수록 내가 차지해 가는 영역은 보잘것없이 작은 일부에 불과하고 나는 모판의 일부에서 저 반대편을 바라보며 이루지 못할 것을 갈망하며 잰걸음을 한다고 깨닫게 될 뿐이다.

나는 오늘도 무언가를 배우고, 이해하며, 내일의 삶에 활용할 지식을 주워 모았지만, 매일 눈을 뜨면 배고픔이 나를 기다리기에 쉴 수도 멈출 수도 없다. 점점 높아지는 기준과 더 많은 것을 원하는 방향으로 개진해 나를 이 배고픔의 감정에 지배당하게 만들고 있다. 어느 순간 나는 충분함을 느끼고 멈춤을 외칠 수 있을까?


의미 있는 관계와 새로운 가족의 등장

남자친구와 그의 가족들은 내 삶의 무대에선 꿈꾸지 못했던 극적인 장면들을 선물했다. 선물이라고 표현한 이유는 힘들었지만, 그만큼 새롭고 멀리 나아갔기 때문이다. 매일 연락할 누군가의 전화를 기다리며, 16시간 비행을 마다하지 않고 여름을 보내러 타지로 향하고, 그 가족들의 생일을 축하하는 일련의 활동들은 내가 이제까지 해왔던 활동 리스트에는 절대 없었던 일들이니까. 한국에선 대기업 지원부서에서 편하게 남은 직장생활을 영위하는 안정적인 삶도 있었지만, 나를 세상에 한번 내던지고 싶은 욕망은 언제나 마음속에 자리 잡고 있었다. 내 자유로운 영혼은 아파트, 사무실, 내 방을 계속 뛰쳐나갈 궁리를 하고 있었던 듯하다.


인생의 드라마

영국에 학부를 시작하러 출국해서 1학년을 채 마치치 못한 채 한국에 돌아와서 1년간 인턴십을 하다가 재입학을 해야 했던 큰 사건이 있었다. 이건 스웨덴에 연말쯤 복귀하면 시리즈로 연재해 볼 예정이다.

그 이후에 나의 삶에 큰 드라마는 더 이상 없었고, 많은 보살핌과 돌봄으로 서른이 돼서야 새로운 가정을 꾸리고 독립이라는 꿈을 꾸게 되었다. 엄마 덕택으로 여기까지 왔고, 항상 함께할 수 있을 거라 믿었는데, 해외에 거주하는 남자친구를 만나면서 미래의 시간에 한국에서 가족들과 보낼 수 없는 놓치고 말 추억들에 아쉬움만 가득하다. 앞으로 내 삶은 어떻게 변화할지?


지금은 특정한 직업도 없고 비자만 기다리는 상황이라 여러 가지 내가 잘하고 싶은 일들이 몽글몽글 샘솟는다. 현재는 요가를 하고, 글을 쓰고, 정신분석에 대한 책을 읽어나가는 게 유일하게 하고 있는 취미이다. 한국어로 된 책도 이제 누릴 날이 얼마 남지 않았다고 생각하니 아쉬워서 시간 가는 줄 모르고 읽고 있다. 전자책이 있긴 하지만 한 장 한 장 페이지를 넘기며 마음에 드는 구절에 밑줄을 긋는 낭만을 즐길 수 없다니…


현재의 계획은 계속 책을 읽고 글을 쓰면서 살아갈 날들을 위해 기반을 다지는 일에 몰두하고 싶다. 스웨덴에 가면 대학에서 교양으로 제공되는 철학 수업도 듣고 정신분석이나 심리학 과정에 등록하기 위한 학부 학점을 채워나가야 할 거 같다. 쉽지 않고 오래 걸리는 일이지만 내가 하고자 하면 불편함도 감수하겠지 싶은 마음이다. 책상에 앉는 게 즐겁고 독서할 때 가장 집중이 잘되는 나에게 한글로 읽을 책만도 넘쳐나지만, 해외에 가서 지낼 시간 동안 외국어를 배우고 그 환경에 적응하는 데에 많은 에너지를 써야 한다는 점이 걱정이다. 그래도 해야 한 한다는 작은 확신은 내가 볼 새로운 세계에서 분명 나는 또 다른 자아의 속성을 만들어내 더 복합적인 어른으로 성장할 거라는 믿음이다.

어렵고 새로운 환경이겠지만 흙탕물 속의 사금석을 줍는 마음으로 침전물이 생길 때까지 조용히 기다리다가 반짝반짝 빛나는 순간들을 내 마음에 잘 저장해 둘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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