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유럽의 늦가을 식재료와 레시피

칸타렐라 버섯, 단호박수프, 굴국

by 시에나정

스웨덴에 정착한 지 일 년이 다되어가는 무렵 처음으로 가을을 맞이했다. 가을의 선선한 바람과 따뜻한 햇살은 테라스에 앉아 간단한 브런치를 먹기에 딱인 날씨였다.

집 근처에 다리를 건너서 유기농 마트를 가면 제철 식재료가 즐비해서 하루에 두어 번이고 다리를 건너 내가 살고 있는 Kungsholmen에서 Vasastan까지 부지런히 장을 보러 다녔다. 9월 즈음 스웨덴의 대표 보양음식인 칸타렐라 버섯이 마트 곳곳에 보이기 시작하는데 금색의 얇고 길쭉한 버섯 모양새가 한국과 다르게 생겨서 신기하고 향도 꽤 특이하다.


스웨덴에서는 칸타렐라 버섯이 있는 숲의 위치를 물어보는 건 매우 실례일 정도로 귀한 대접을 받는 버섯이다.


칸타렐라 버섯을 제일 맛있게 먹을 수 있는 레시피라고 해서 한번 따라 해보았다.

- 칸타렐라 버섯의 먼지를 키친타월로 닦아낸 뒤 잘게 썬뒤, 버터에 잘 볶은 양파와 다진 마을에 넣고 같이 볶아준다.

- 버섯에도 버터가 잘 스며들면 Grädde 하는 생크림 종류를 넣어준다.

- 식빵을 바삭하게 구운 뒤 잘 볶아준 칸타렐라 버섯 페이스트를 빵에 발라서 먹는다

향이 굉장히 독특하고 식감도 부드러워서 마치 건강한 땅콩 크림을 발라먹는 기분이다. 가을의 땅에서 올라오는 향긋한 흙내를 마음껏 느껴볼 수 있다.


가을의 식재료로 스웨덴에서 맞이한 또 다른 재료는 호박이다. 마트에 홋카이도 산 단호박이 몇 개씩 쌓여있었다. 한국에서도 단호박을 워낙 좋아했던지라 4통이나 사서 집으로 데려왔다. 아침마다 따뜻한 단호박 수프를 먹으며 시작하는 하루는 행복하다.

- 단호박을 르쿠르제에 넣고 30분 정도 쪄서 말랑해지면 여러 조각을 낸 뒤 물을 넣고 더 졸이다가 핸드블렌더로 잘 갈아준다.

- 곱게 갈린 단호박 수프에 생크림을 살짝 넣어주면 호박 특유의 약간 비린내를 잡고 부드러운 식감을 살릴 수 있다.


저녁 외출 후에 한기가 든 몸을 녹이는 데에는 국물 요리 만한 게 없다. 갈비탕을 좋아해서 이곳에서 갈비를 사봤는데 질기고 살이 많지 않아서 먹기가 불편했다. 퓨전 갈비탕 겸 마트에 한국에서 쓰는 것과 꽤 비슷한 식재료들을 발견하고 시도해 보았다. 우리나라 무처럼 크고 튼실하진 않지만 여기 마트에도 작은 흰무를 사서 국에 넣고 약간 드라이에이징 된 목심을 넣어서 국을 끓였더니 그 특유의 콤콤한 치즈 같은 냄새도 나는 게 한식의 기운이 느껴졌다.


가을이 되니 프랑스, 네덜란드, 이탈리아 등 유럽의 여러 굴 산지에서 도착한 굴이 마트에 진열되어 있었다. 생각보다 개당 가격이 이천 원 정도로 비싸서 10개 정도만 사서 손질해 보았는데 굴알맹이가 너무 작아서 실망했으나 국에 넣었더니 꽤 깊은 맛이 나고 감칠맛 역할을 잘해주었다.


가을의 식재료를 가깝게 느낄 수 있는 건 대형 마트보다 집 근처 식료품점이 직관적으로 좋다. 몇 개 없는 재료들 사이에 뜬금없이 나타나 존재를 과시하는 제철 식재료를 보면 ‘너구나!‘ 반가운 마음에 필요했던 재료를 적은 장보기 리스트도 까맣게 잊어버린 채 제철 재료만 잔뜩 채워 온다. 스웨덴의 가을은 이렇게 짧지만 아늑한 향기를 남기고 지나갔다.


오늘 퇴근길에 추워서 한기가 가득한 몸을 이끌고 집으로 향하다가 빵냄새가 고소한 카페에서 크루아상과 핫초코 한잔 하면서 겨울의 시작을 함께했다.